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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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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空觀
산스크리트어śūnyatānupaśyanā
유형용어
키워드정립적 부정, 비정립적 부정
모든 사물에는 실체가 없다고 하는 진리를 관조하는 방법
공(空,śūnya)은 무자성(無自性, niḥsvabhāva), 즉 사물과 현상에 자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에 의해 우리 앞에 드러나는 실상과 그에 대한 앎은 새로운 사실을 긍정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즉 공이라는 말은 ‘없음의 있음’을 주장하는 말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는 착각을 시정해 주는 말로서 실체적 사고를 해체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이를 통해 일체 현상과 자아의 본질이 비었다는 실상을 관조하게 된다. 『숫타니파타』의 최고위층에 속하는 제1119게송에는 초기 공 사상이 등장한다. “항상 주의를 잘 기울여서 세계를 ‘공이라고(suññato)’ 관찰하라. 자아가 있다고 하는 견해를 파괴하고,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세계를 관찰하는 사람을 죽음의 왕은 보지 못한다.”(『숫타니파타』 1119) 이 게송에서 “세계를 ’공이라고(suññato)’” 하는 구문은 세계에 속하는 다양한 현상을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아가 있다는 견해를 파괴한다’는 것이 나란히 등장하는 것을 보면 무아와 공의 동의성이 불교의 최초기부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형이상학적 자아의 부재(不在)로서 무아나 현상의 비실체성으로서 ‘공성’과 같은 안티테제(Antithesis)는 언어적 실재(假說有, prajñaptsat)인 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그릇된 이해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하다. 중관학파는 공성의 해석 방법으로 ‘비정립적 부정(非定立的否定, prasajya-pratiṣedha)’에 의한 방식을 따른다. 그 까닭은 실체성의 부정에 의해 남겨진 것을 긍정하는 ‘정립적 부정(定立的否定, paryudāsa-pratiṣedha)’에 의한 공성의 해석도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부정 형식의 가장 큰 차이는 정립적 부정이 명사적 개념을 부정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면, 비정립적 부정은 동사적 개념과 관련해서 명제 부정을 한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결국 부정에 의해 모순하는 사항을 함의하는 정립과 함의하지 않는 비정립이다. 이 부정의 사례 가운데 문법학에서 자주 드는 사례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여기에는 바라문이 있지 않다(nāyam brāhmaṇaḥ).’ 혹은 ‘여기에 바라문이 아닌 사람이 있다(ayam abrāhmaṇaḥ).’를 해석할 때, 술어를 부정하면 단지 바라문의 존재만을 부정할 뿐 새로운 지시 대상을 지시하지 않는다. 다시 명사적 개념을 부정하면 바라문이 아닌 크샤트리아(kśatriya), 바이샤(vaiśya)와 같은 다른 신분을 지칭하는 의미가 파생한다.” 중관학파는 부정 표현으로서 공 또는 무자성을 비정립적 부정에 의해 이해해야만 하는 논거를 『회쟁론(廻諍論, Vigrahavyāvartanī)』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회쟁론』에 따르면 논적은 ‘언어와 대상 사이의 대응관계’에 기초하여 ‘부정된 것(pratiṣedhya)’ 역시 언어에 의해 지시됨으로써 그 존재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pratiṣedha)’은 존재하고 있는 사물에 대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나가르주나는 실체성에 대한 부정만을 통해, 결여(缺如)된 그 자체에 대한 지시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는 존재론적 본질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사태나 사물에 대해 어떠한 훼손을 주지 않고서도 인식의 전환을 통해 본질적인 자성이 실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즉 ‘모든 사물에 실체가 없다’는 말은 ‘모든 사물이 실체를 갖지 않는 것’을 알리는 말이지 ‘모든 사물에 실체가 없다’라고 주장하기 위한 말은 아니다. 이와 같이 공이라는 말은 사물들에 자성이 없다는 말이 ‘없음의 있음’을 주장하는 말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는 착각을 시정해 주는 말이다. 즉 공 또는 무자성이라는 부정에 의해 우리가 알게 되는 사실은 새로운 사실로서 ‘없음의 있음’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무자성의 의미를 비정립적 부정으로 이해하여 실체적 사고를 해체한다. 이를 통해 일체 현상과 자아의 본질이 비었다는 실상을 관조한다.
· 집필자 : 김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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