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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비량

한글유식비량
한자唯識比量
유형용어
키워드유식, 비량
오직 식만이 존재한다는 추론
현장(玄奘)이 인도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할 때 당시 인도의 왕이던 계일왕(戒日王, 시라티트야)이 주최한 대규모 법회에서 왕이 유식(唯識)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자, ‘유식무경(唯識無境: 모든 인식 대상은 인식 작용으로부터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라는 유식의 교의를 논증하기 위해 제시한 삼지작법의 논증식을 가리킨다. 현장의 이러한 사적은 그 제자인 규기(窺基)가 자신의 저술인 『인명입정리론소』에서 전한 내용이므로, 유식비량을 현장이 직접 주장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인명입정리론소』는 이름 그대로 『인명입정리론(因明入正理論)』이라는 논리학 책을 풀이한 주석서(疏)이다. 『인명입정리론』과 『인명입정리론소』는 동아시아에서 인명학(불교논리학)의 근본이 되는 문헌이며, 특히 후자는 『인명대소(因明大疏)』라 불리며 존중받아 왔다. 규기에 따르면 현장이 제시한 유식비량은 다음과 같다. 주장 명제: 진리에서는(眞故) 입론자와 대론자가 모두 인정하는(極成) 색(色)은 안식(眼識)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眞故極成色不離於眼識). 이유 명제: 입론자 자신(대승)이 인정하는(自許) (십팔계의 범주 가운데) 최초의 세 가지[안근(眼根), 색경(色境), 안식(眼識)]에는 포함되지만 안근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自許初三攝眼所不攝故). 실례 명제: 가령 안식과 같다(猶如眼識). 전승에 따르면 이 법회에 참가했던 다른 불교 학승이나 불교 이외의 논객 중에 현장의 이 주장을 논파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인명(因明, hetu-vidyā)이란 인도에서 발전한 논리학의 일종이다. 디그나가(Dignāga, 陳那, 480?~530?)가 집대성하였고, 현장이 관련 서적인 『인명정리문론』·『인명입정리론』 등을 번역하면서 동아시아 전반에 전해졌다. 현장 문하뿐 아니라 율종·삼론종·천태종·정토종 등 각 학파에서도 왕성하게 연구하였고, 동시에 다양한 비판적 논의가 일어났다. 인명의 일종인 유식비량에 대해서도 현장의 제자인 규기 등이 옹호하기도 하였지만, 추론식으로서의 완전성에 대해서는 이른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건봉년(666~667) 순경(順憬)이 규기에게 전한 유식비량을 비판한 상위결정(相違決定, 決定相違)의 추론식이다. 『인명입정리론소』에서는 상위결정의 추론식을 순경이 지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지만, 다른 자료들에서는 원효가 지은 것을 순경이 당나라에 보낸 것이라고 한 사례도 있어서 순경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원효 혹은 순경은 소승 측에서 작성할 수 있는 추론식을 고안함으로써 현장의 유식비량을 상위결정의 오류에 빠뜨렸다. 규기의 『인명입정리론소』에 따르면 순경이 보낸 추론식은 다음과 같다. 주장 명제: 승의의 차원에 의거할 때, 입론자와 대론자 양측 모두 인정하는 색은 반드시 안식을 벗어나 존재하는 것이다. 이유 명제: 왜냐하면 입론자 자신(소승)이 인정하는 (십팔계의 범주 가운데) 최초의 세 가지(안근, 색경, 안식)에는 포함되는 것이지만 안식에는 포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례 명제: 가령 안근과 같다. 이 추론식의 주장 명제는 현장의 유식비량과 상반된다. 또 이유 명제에서 안근은 안식으로 바뀌었고, 실례 명제에서 안식은 안근으로 바뀌어 있다. 상위결정은 인명에서 추론 원인의 열네가지 오류 중 육부정과(六不定過)의 하나로 입론자와 대론자가 상반된 주장 명제를 내세웠음에도, 입론자와 대론자가 그 근거로 제시한 추론의 원인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어느 주장도 옳다고 결정할 수 없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현장의 유식비량도 타당하고 순경이 보낸 추론식도 타당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식비량은 상위결정의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 집필자 : 권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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