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 상위결정 |
|---|---|
| 한자 | 相違決定 |
| 산스크리트어 | viruddha avyabhicārin |
| 유형 | 용어 |
| 키워드 | 상위인 |
서로 어긋나는 두 주장 명제에서 각각 그 근거로 제시한 추론 원인이 바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옳다고 판정할 수 없는 논리적 오류
산스크리트어 비루다(viruddha)는 ‘서로 어긋나다, 모순되다(相違)’라는 뜻이고, 아비야비차린(avyabhicārin)은 ‘이유(因)가 확실하다(決定)’라는 뜻으로, 현장(玄奘)은 원어를 상위결정이라 의역하였다. 상위결정은 인명학(因明學)의 용어로 디그나가(Dignāga, 陳那)가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위결정은 인명의 서른세 가지 오류 중 이유 명제의 열네 가지 오류 가운데 여섯 가지 부정과(不定過) 중 하나이다. 입론자와 대론자가 상반되는 주장 명제를 제시하였을 때, 그들이 제시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인 이유 명제가 모두 바르기 때문에(正因), 즉 이유 명제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켰기 때문에 어느 주장도 옳다고 판정할 수 없는 경우를 가리킨다.
예컨대 ‘세계는 유한하다’와 ‘세계는 무한하다’라는 상반된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로서 전자는 ‘시간상 시초를 가지며 공간상 제한되어 있다’를 제시하고, 후자는 ‘시간상 시초를 갖지 않으며 공간상 제한이 없다’를 제시하였을 때, 이 두 이유가 모두 바른 것을 상위결정이라고 한다. ‘세계는 유한하다’와 ‘세계는 무한하다’ 등과 같은 서로 모순된 명제, 즉 이율배반적 명제에 대해서 고타마 붓다는 침묵으로 대답하고, 칸트는 귀류법을 통해 그 두 주장 명제가 성립할 수 없음을 입증한 데 비해, 인도불교 인식논리학의 개조인 디그나가는 두 주장이 바른 이유에 근거함에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것을 ‘상위결정의 오류’라고 불렀다. 그런데 고타마 붓다나 칸트에게는 이율배반에 대한 대응 방식이 인간 이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인 데 비해, 디그나가가 말하는 상위결정은 추론의 근거로서 원인의 성격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디그나가가 말하는 상위결정은 모순된 명제를 논증하기 위해 제시된 두 개의 바른 원인을 단일한 원인으로 환원하는 것이며, 그것을 구구인(九句因) 이론에서 도출된 부정인(不定因)의 분류 틀 속에서 부정인의 일종으로 처리하기 위한 개념 장치이다.
디그나가는 자신의 주요 저서인 『프라마나사무차야』 「타인을 위한 추론」에서 상위결정의 예를 제시하는데, 이것을 추론식으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주장 명제: 소리(음성)는 무상한 것이다. 이유 명제: 만들어진 것(所作性)이기 때문이다. 유례 명제: [동유(同喩)] 무릇 만들어진 것은 무상한 것이다. 항아리와 같다. [이유(異喩)] 무릇 상주하는 것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허공과 같다. 주장 명제: 소리(음성)는 상주하는 것이다. 이유 명제: 들리는 것(所聞性)이기 때문이다. 유례 명제: [동유] 무릇 들리는 것은 상주하는 것이다. 소리의 보편(聲性)과 같다. [이유] 무릇 무상한 것은 들리는 것이 아니다. 항아리와 같다.
주석자들의 주석에 따르면 은 바이셰시카학파의 추론이며, 는 미망사학파의 추론이다. 전자의 추론 원인인 ‘만들어진 것’과 후자의 추론 원인인 ‘들리는 것’은 디그나가가 제시한 추론 원인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바른 추론의 원인(正因)이다. 이렇게 바른 추론의 원인에 근거하여 서로 모순되고 양립할 수 없는 결론(주장)을 도출하는 추론의 원인들을 ‘추론 대상을 확립할 수 없는 불확정의 부정 추론 원인’으로 간주하여 부정 추론 원인의 하위 범주인 상위결정인(相違決定因)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상위결정의 문제는 왜 발생했을까? 개별 추론으로 보면 바른 추론의 원인에 근거한 타당한 추론이지만, 이것이 위타비량(爲他比量), 즉 ‘타인을 위한 추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바이셰시카학파와 미망사학파가 ‘소리(음성)’의 본질을 두고 서로 논쟁을 벌인다고 하자. 입론자인 바이셰시카학파가 ‘소리(음성)는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무상한 것’이라고 입론하자 대론자인 미망사학파가 ‘소리(음성)는 들리는 것이기 때문에 상주하는 것’이라고 반론할 때, 이 반론에 대해서 바이셰시카학파는 미망사학파의 추론을 타당하지 않은 추론이라 말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제시한 추론의 원인인 ‘만들어진 것’이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는 상위결정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즉 미망사학파가 상위결정을 초래하는 추론식을 제시하여 상대방 주장의 허구성을 논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위결정은 논리학의 내적인 문제, 즉 ‘자기를 위한 추론’ 영역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논쟁이나 토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즉 ‘타인을 위한 추론’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상위결정이 타인의 주장을 논박하여 오류를 범하게 하는 데 훌륭한 논리적 무기, 즉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사용된다.
· 집필자 : 권서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