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 연기 |
|---|---|
| 한자 | 緣起 |
| 산스크리트어 | pratītya-samutpāda |
| 팔리어 | paṭicca-samuppāda |
| 티베트어 | rten cing 'brel bar 'byung ba |
| 유형 | 용어 |
| 키워드 | 삼지연기설, 육지연기설, 십이지연기설, 상호의존적 연기설, 윤회 |
여러 사물이 여러 인연에 의존해서 발생하는 것
연기(緣起)라는 말에서 ‘연(緣)’은 원인이나 조건 등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색채에 대한 인식이 눈과 색채를 원인으로 해서 일어나고, 냄새에 대한 인식이 코와 냄새를 원인으로 해서 일어날 때, 색채에 대한 인식이나 냄새에 대한 인식은 연기의 결과물이고, 눈과 색채, 코와 냄새는 연(緣)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즉 ‘일상의 여러 사물 곧 유위법(有爲法)이 여러 가지 원인과 조건의 화합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교설이 연기법이다.
불타는 연기를 설명하면서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것이 발생한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기 때문에 저것이 소멸한다.’라고 설했는데, 여기서 ‘이것’이 연이고 ‘저것’은 연기의 결과물이다.
연기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십이지연기설이다. 십이지연기는 노사(老死)로 대표되는 고통의 원인을 무명에 이르기까지 추적한 것인데, 무명, 행, 식, 명색, 육입, 촉, 수, 애, 취, 유, 생, 노사라는 12개의 지분을 가지고 고통의 발생을 설명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십이지연기는 『상윳타 니카야(Saṃyutta-Nikāya)』 「고타마경(Gotama-sutta)」(SN 12:10) 등에서 발견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불교의 여러 학파들은 그것을 중생의 윤회를 설명하는 학설로 이해하였다.
일반적으로 연기라고 하면 십이지연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초기불교에서는 십이지연기 외에도 여러 종류의 연기가 발견된다. 예를 들면 『상윳타 니카야』 「부미자경(Bhūmija-sutta)」(SN 12:25)에서는 무명, 집착, 고의 삼지(三支)연기가 발견되고, 「발라판디타경(Bālapaṇḍita-sutta)」(SN 12:19)에서는 무명, 갈애, 집착, 유, 생, 노사의 육지(六支)연기가, 「나가라경(Nagara-sutta)」(SN 12:65)에서는 노사, 생, 유, 집착, 갈애, 느낌, 접촉, 육입, 명색, 식(識)의 십지(十支)연기가 발견되며, 「삼마사경(Sammasa-sutta)」(SN 12:66)에서는 노사, 집착, 갈애, 무명의 사지(四支)연기가 발견된다. 이로써 십이지연기는 여러 연기설 가운데 가장 복잡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초기불교에서 연기는 주로 노사로 대표되는 고통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가르침이었지만, 부파불교의 여러 학파들은 연기를 여러 사물의 발생을 설명하는 학설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에 따라 설일체유부는 연기를 색법, 심법, 심소법, 심불상응행법, 무위법이라는 5위75법을 연으로 해서 여러 복합적인 사물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설일체유부에서 연기의 궁극적 연으로 간주된 5위75법은 더 이상 분석되지 않는 원자와 유사한 실체로 간주되었고, 불교의 다른 학파들도 그와 유사하게 여러 법의 실체를 인정하였으므로 부파불교는 연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벗어난 여러 종류의 실체들을 받아들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중관학파의 개조인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년경)는 부파불교의 실체론을 비판하면서 행위와 행위자, 집착의 대상과 집착하는 자, 태어나는 것과 낳는 것, 보여지는 것과 보는 것, 특징지어지는 것과 특징, 발생되는 것과 발생시키는 것, 부분과 부분을 가지는 것 등과 같은 일체법이 서로 의존해서 성립한다고 하는 상호의존적 연기설을 바탕으로 일체법은 연기이고 따라서 일체는 무자성, 공, 가명 중도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유식학파는 원성실성, 즉 진여의 불공(不空)과 실재(實在)를 주장하면서 일체법이 연기라는 주장을 반대하였고, 여래장 사상도 불성(佛性)의 상락아정(常樂我淨)을 주장하면서 일체법이 연기라는 주장을 반대하였다. 이로써 불교의 여러 학파들은 연기에 대해서 세부적인 면에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 집필자 : 남수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