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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심밀경소 소개

현장(玄奘) 역 『해심밀경(解深密經)』에 대한 원측의 주석서
『해심밀경소』 권9 ⓒ京都大學附屬圖書館
문헌 제목 풀이
『해심밀경』은 현장(玄奘, 602?~664)이 한역한 대승경전으로, 유식학파의 근본 경전 가운데 하나이다. 경명의 원의에 대해서는 역경가들 사이에서 견해가 갈리는데, ‘해(解)’에 해당하는 범어 nirmocana가 ‘해석(解釋)’과 ‘해탈(解脫)’ 두 가지 뜻을 함께 지닌 다의어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이 가운데 ‘해석’의 의미를 취하였고 원측 역시 이 해석을 수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심밀경』은 ‘심오하고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해석한 경전’이라는 뜻이 된다. 한편 ‘소’는 경전에 대한 주석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해심밀경』에 원측이 주석을 붙인 문헌이 바로 『해심밀경소』이다. 동아시아에서 찬술된 『해심밀경』 주석서 가운데 현존하는 것은 원측의 『해심밀경소』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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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진성(眞性)은 매우 심오하니 모든 형상을 넘어서면서도 형상으로 드러나고, 원음(圓音)은 비밀스러우니 무수한 말로 펼쳐지면서도 말한 것이 없다. 이것이 바로 말에 나아가면서도 말이 사라짐이고 형상이 아니면서도 형상으로 드러남이다. 이치는 고요하면서도 말해질 수 있고, 말에 나아가면서도 말이 사라졌으며 언교(言敎)는 널리 펼쳐지면서도 설한 것이 없다. 설한 것이 없기 때문에 유마는 장실(丈室)에서 불이(不二)에 대해 침묵하였고, 말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처님은 정토의 궁전에서 삼성(三性)에 대해 설명하셨다. 따라서 자씨보살은 진(眞)·속(俗)을 말하면서 모두 보존하고, 용맹대사는 공(空)·유(有)를 말하면서 둘 다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보존함은 버림과 어긋나지 않으니 유식(唯識)의 뜻이 더욱 밝게 드러나고, 버림은 보존함과 어긋나지 않으니 무상(無相)의 뜻이 항상 성립된다. 공이기도 하고 유이기도 하니 이제(二諦)의 종지를 잘 이루어 주고, 유도 아니고 공도 아니니 중도(中道)의 이치에 딱 들어맞는다. 그러므로 미혹에 빠진 자는 공을 설하면서도 유에 집착하지만 깨달아 아는 자는 유를 말하면서도 공에 통달했음을 알 수 있다. 불법의 깊은 근원이 어찌 이와 같지 않겠는가! 다만 인도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고 이치를 깨닫는 길이 한 가지가 아닌 것이다.
저자
원측(圓測, 613~696)
중국 시안(西安) 흥교사(興敎寺) 원측탑
휘(諱)는 문아(文雅), 원측은 자(字)이다. 신라 왕족 출신으로 어려서 출가하였고, 진평왕 49년(627) 15세의 나이로 당(唐)에 유학하였다. 입당 후에는 법상(法常, 567~645)과 승변(僧辨, 568~642)의 문하에서 진제(眞諦, 499~569) 계통의 구유식(舊唯識)을 배웠으며, 현장(玄奘, 602?~664)이 귀국하자 그에게 호법(護法, 530~561) 계통의 신유식(新唯識)을 습득했다. 어학 능력이 출중하여 범어와 중국어를 비롯한 6개 국어에 능통했다고 전해지며, 여러 역경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였다.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신라 조정에서는 그의 귀국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결국 낙양의 불수기사(佛授記寺)에서 입적하였다. 현장 이후 구유식과 신유식의 학설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비판적으로 종합해 낸 점이 그의 사상적 결실로 평가된다.
구성과 내용
원측은 네 개의 문(門)을 세워 『해심밀경』에 대한 해석을 전개한다. 첫째, 「교흥제목(敎興題目)」이다. 『해심밀경』이 설시된 배경과 이유를 밝히고, 경전의 제목이 지닌 뜻을 풀이하는 문이다. 둘째, 「변경종체(辨經宗體)」이다. 경전의 서술 방법[能詮敎體]과 그 안에 담긴 사상 내용[所詮宗旨]을 밝히는 문이다. 능전교체에서는 섭망귀진문(攝妄歸眞門), 섭상귀식문(攝相歸識門), 이가종실문(以假從實門), 삼법정체문(三法定體門), 법수출체문(法數出體門)의 다섯 가지 문을 제시하고, 교체를 둘러싼 대·소승의 다양한 견해를 망라하여 정리한다. 소전종지에서는 불교의 여러 학파를 존망은진종(存妄隱眞宗), 견망존진종(遣妄存眞宗), 진망구견종(眞妄俱遣宗), 진망구존종(眞妄俱存宗)의 네 유형으로 분류하여 각 사상의 특징을 논한 뒤, 『해심밀경』을 진망구존종에 배속시키는 한편,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궁극적인 단계인 제3시 요의교(了義敎)로 판정한다. 아울러 이 경전은 삼종무위(三種無爲)를 설하며 이제(二諦)와 삼성(三性)의 이치를 밝히고 있음을 논한다. 셋째, 「현소의위(顯所依爲)」이다. 『해심밀경』의 근거[所依]와 대상[所爲]을 밝히는 문이다. 소의에서는 인도와 중국에서 전개되어 온 여러 교판론을 소개한 뒤, 『해심밀경』을 이장(二藏) 중에서는 보살장(菩薩藏)에, 삼장(三藏) 중에서는 아비달마장(阿毘達磨藏)에, 십이부경 중에서는 논의경(論議經)에, 오교문(五敎門)에서는 관행문(觀行門)에 배속시킨다. 소위에서는 유가행파의 종성론(種姓論)에 입각하여, 이 『해심밀경』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근기가 어떤 부류인지를 논한다. 넷째, 「의문정석(依文正釋)」이다. 경문에 대한 본격적인 주석이 전개되며, 『해심밀경소』의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는 문이다. 주석 과정에서 원측의 폭넓은 학문적 역량과 깊은 식견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핵심적인 문이기도 하다. 원측의 경문 해석은 『해심밀경』의 전체 구조를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전체 8품 가운데 제1 「서품」을 교기인연분(敎起因緣分)으로, 나머지 7품을 성교정설분(聖敎正說分)으로 분류하는 해석법을 채택한 뒤, 성교정설분을 경(境), 행(行), 과(果)의 삼무등(三無等)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눈다. 즉 제2 「승의제상품(勝義諦相品)」부터 제5 「무자성상품(無自性相品)」의 네 품은 관조의 대상이 되는 경계[境]를 밝힌 것이고, 제6 「분별유가품(分別瑜伽品)」과 제7 「지바라밀다품(地波羅蜜多品)」은 관조하는 행[行]을 밝힌 것이며, 마지막 제8 「여래성소작사품(如來成所作事品)」은 앞의 경과 행에 의해 획득되는 결과[果]를 밝힌 것이다. 주목을 모아 왔던 원측의 특징적인 견해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원측의 교판론이다. 『해심밀경』 「무자성상품」에는 3시 교판이 설시되고 있다. 3시 교판이란, 불교의 가르침이 성문(聲聞)의 사제법, 『반야경』 계통의 중관불교, 『해심밀경』 등의 유식불교라는 시간적 순서대로 설해졌고, 앞의 2시는 불완전한 가르침[未了義]인 반면, 제3시에 위치한 『해심밀경』만이 완전한 가르침[了義]이라고 보는 교판이다. 그런데 원측은 이 3시 교판에 따라 각 시기에 설해진 가르침의 특징을 해설하면서도, 각 시기의 가르침에 대해 “설한 내용[所詮]에 얕고 깊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요의나 불요의라고 한 것은 아니다”고 명언한다. 즉 원측은 이 3시 교판을 수용하면서도, 각 시기의 가르침에 우열의 차등을 두거나 시간적 순서에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셋 모두를 중생을 위한 온전한 설법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태도는 중국 법상종의 시조로 평가받는 규기(窺基, 632~682)가 3시 교판을 타 학파에 대한 유식불교의 배타적 우월성을 확보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과 대비되며, 원측의 화쟁적 불교관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대목이다. 식설(識說)에 대한 원측의 독자적인 견해도 주목된다. 『해심밀경』 「심의식상품」을 주석하는 대목에서, 원측은 진제의 9식설을 비판하며 제9식인 아마라식, 즉 무구식(無垢識)의 존재를 부정한다. 하지만 이 무구식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고 제8 아뢰야식 안에 청정한 부분이 내재한다고 재해석함으로써, 구유식과 신유식의 학설을 종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측의 사유 역시 아뢰야식을 무부무기(無覆無記)의 염오식으로 보는 신유식의 입장과는 또 다른 특징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심밀경소』는 원측의 대표작으로서 그 사상의 정수가 응축된 저술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80종이 넘는 경론과 세친, 호법, 진제, 현장을 비롯한 20여 명에 이르는 학자들의 학설을 폭넓게 인용·검토하고 있어, 유식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도 손꼽힌다. 한편, 이 책은 신라 출신의 승려가 중국에서 지은 저술임에도 그 학문적 탁월함으로 인해 일찍이 티베트어로 번역되어 티베트 불교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재 전해지는 한문본은 제8권 앞부분과 제10권 전체가 결락되어 있는 반면, 티베트역본은 전권이 온전히 남아 있어 한문본의 오류를 교정하고 결락 부분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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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편찬위원회 편, 『신앙과 사상으로 본 불교 전통의 흐름』, 두산동아, 2007, 81~82쪽 상세정보
    문헌
    해심밀경소 교토대학부속도서관 소장본
    京都大學附屬圖書館 상세정보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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