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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석축과 계단의 조화미와 상징성

불국사의 대석축은 불국사가 입지한 자연환경에서 시작된다. 불국사는 토함산 서쪽 중턱 경사진 산지가람이기 때문에 동쪽 경사면은 깎아내는 절토가 또 서쪽은 상대적으로 흙을 쌓아 평탄화하는 복토가 필요했다. 여기에 가람의 주요부를 형성하기 위한 기단이 필요했다. 불국사 기단은 높은 동쪽으로는 석가정토를 서쪽으로는 석가정토보다 한 단계 낮은 아미타정토를 자연의 높낮이에 맞게 구현했다. 이들 석축에는 길고 짧은 각양각색의 장대석, 아치석, 돌못, 난간석, 그랭이 등 여러 형태로 다듬은 돌과 자연석을 상하좌우의 대칭과 비대칭 속에서 절묘하고 조화롭게 구성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건축사의 석축 기법들이 모두 쓰였을 뿐 아니라 각 구조의 완결성과 아울러 종교적 상징성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현존하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석축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림1).
그림1. 불국사 대석축(극락전영역에서 대웅전영역 방향) ©신용철
석가정토, 대웅전 영역의 석축
대웅전 영역인 석가정토의 석축은 중층으로 하층은 대형의 자연석을 여러 단으로 쌓아 올린 후 가구식 기단을 놓았다. 가구식 기단은 자연석 위에 맞게 그랭이를 파서 짜 맞춰 올린 다음 기둥석에 해당하는 탱주를 놓고 위로 덮개돌에 해당하는 갑석을 올렸는데 기둥과 기둥 사이에 면석을 감입하는 형태이다. 특이한 점은 하대 저석과 저석 사이 기둥 아래에 돌못(쐐기돌)을 끼워 넣어 고정하여 가구식 기단의 결속력을 높였다. 갑석 위로는 석주와 동자주를 세우고 석주사이에 난간대를 끼워 돌리는 형식으로 했는데, 동자주는 사각형 위에 목조건축의 소로 형태의 모양으로 만들어 장식성을 더했다(그림2). 하층가구식 기단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우경루(수미범종각)와 청운백운교 사이 중간부에 있는 석누조(石漏槽)이다(그림3). 석누조는 바닥에 모이는 물을 모아 외부로 흘려보내는 건축 부재이다. 불국사와 같이 마당을 형성하는 공간의 물을 밖으로 보내기 위한 중요한 구성요소로 인근 숭복사지나 합천 영암사지와 같이 석축 기단 구조에서 비슷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2. 대웅전영역 기단 ©신용철 그림3. 대웅전영역 석누조 ©신용철
대웅전 영역 석축의 중앙부는 청운·백운교가 계단으로 마련되어 있다(그림4). 『불국사고금창기(佛國寺古今創記)』에 의하면 자하문(紫霞門)-청운교(靑雲橋)-백운교(白雲橋) 순으로 기록되어 있어 하층 기단과 연결된 첫 번째 계단은 백운교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백운교는 18개, 청운교는 16개로 총 34단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 백운교는 좌우 난간과 중앙의 분리선에 의해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로 구분해 놓았다. 하층 계단의 구성 방식은 좌우 석축에 마련된 자연석 위에 가구식 기단처럼 각기둥, 돌못과 면석을 감입하는 방법으로 구성했다. 계단이 끝나고 청운교로 연결되는 중간에 아치형 홍예교가 있다. 이 홍예교로 인해 계단임에도 백운교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홍예교는 일반적인 홍예교와는 달리 안틀과 겉틀을 가진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겉틀은 일반적인 아치교와 같이 키스톤(이맛돌)을 올리고 고정했으나 겉틀 아치의 이맛돌은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사다리꼴 모습으로 내외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그림5).
대웅전 영역 상층기단은 하층 기단 상부에서 1m 정도 뒤로 물림하여 마련했다. 석축의 기본 형태는 사각기둥으로 앞쪽을 반원형으로 돋을새김하여 마치 원기둥처럼 생긴 기둥을 배열하고 내부에 하층 기단에 비해 작은 자연석을 채워 마감한 형태이다. 기둥의 위로는 주두형의 부재를 올리고 그 위로 수평부재를 놓아 목조건물을 지지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와 같은 기둥과 석축열은 대웅전 기단의 서측, 즉 대웅전과 극락전의 경계 부분으로 이어져 있다. 대웅전 서쪽 회랑 끝부분으로는 3열의 계단돌을 두었는데, 각각 계단의 숫자는 16개이며 총 48단으로 아미타여래의 48대원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해석한다(그림6).
그림6.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 48계단 ©신용철
대웅전 대석축에서 가장 독특한 특징은 중층기단 좌우에 새의 날개처럼 돌출된 경루와 종루이다. 경루인 좌경루는 중앙에 앙련과 복련의 연화장식이 있는 팔각기둥을 세우고 상부에는 다보탑의 십(十)자형 주두를 2단으로 올려 마무리했다(그림7). 종루인 우경루는 수미범종각이라고도 불리는데 곡선미를 살린 십(十)자 형태의 운형(雲形)첨차를 7단을 쌓아 올려 정면에서 바라보면 중앙에 커다란 안상(眼象)이 구름처럼 보여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그림8). 대웅전 영역의 석축은 동고서저의 지형에 따라 남쪽과 서쪽에만 구성하고 동쪽과 북쪽은 생략하여 자연지형을 잘 살리면서 종교적 신비감을 극대화한 구조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그림7. 대웅전영역 좌경루 ©신용철 그림8. 대웅전영역 우경루(수미범종각) ©신용철
아미타정토, 극락전 영역의 석축
극락전 영역의 석축은 대웅전 영역 석축보다 한 단 낮게 구성되었는데, 석축은 입면상 대웅전 영역의 하단부와 같은 높이를 이루고 있다(그림9). 중앙에 연화·칠보교를 두고 동쪽으로는 8칸의 석축을 마련하고 각기둥 모양의 석재를 놓았는데, 중앙을 가로지르는 인방을 놓아 마치 상하 2단처럼 보이게 했다. 기둥의 중앙에는 첨차석처럼 돌출된 부재를 놓고 기둥 상부에는 주두형 석재를 놓아 목조건물처럼 기둥을 놓게 했다. 위로는 동자주와 석재를 세워 난간을 둘렀는데 석주 사이의 동자주는 사각형 위에는 대웅전 난간과 같이 목조건축의 소로 형태의 모양으로 만들어 장식성을 더했다. 사각기둥 사이에는 일정 부분 다듬은 자연석을 채워놓았다. 다만 대웅전 영역의 난간과는 달리 극락전 영역의 난간은 기단에서 2단으로 하여 하단의 수평부재와 상단의 원형 난간대가 앞으로 돌출된 것이 특징이다. 서쪽의 난간은 동쪽 난간과 동일하나 서쪽 끝에 2칸으로 돌출부가 있고 이 부분은 돌출형 첨차의 형태를 짧게 하여 변화를 주고 있다.
그림9. 극락전영역 기단 ©신용철
중앙의 다리는 하층이 연화교로 10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고 상층이 칠보교로 7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었다(그림10). 연화교는 오름돌과 내림돌에 연꽃이 조각되어 있어 극락정토로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중앙의 가름선도 계단식으로 처리하여 칠보교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그림11). 연화교와 칠보교 사이에는 아치돌을 놓아 두 개 다리의 공간을 구분해 놓았다.
그림10. 연화·칠보교 ©신용철 그림11. 연화교 연꽃새김 ©신용철
극락전영역 대석축의 마무리는 서편 석축에 있다. 정면이 높고 뒷면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형의 특성상 기둥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는 형상이다. 총 23열로 사각기둥을 놓고 주두형 석재 위에 쐬기돌(돌못)으로 고정한 후 좌우로 인방 부재를 연결하였다, 그 위로 다시 사각기둥에 주두형 석재를 놓아 마감했는데 기둥이 없는 기둥 위에는 상인방을 받는 구조로 마무리했다. 전체적으로 하단의 기단은 높이를 유지하는데, 12열부터 상단의 기단은 낮아지다가 20열에 이르러 사라지는 형태이다(그림12, 13).
그림12. 극락전 서편 석축 ©신용철 그림13. 극락전 서편 석축 마감부분 ©신용철
한국건축사에서 불국사 석축의 의미와 상징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불국사 대석축이 갖는 의미와 상징은 남다르다. 첫째, 불국사 대석축은 우리나라 건축에서 나타나는 모든 석축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히 석축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자연 기단석과 다듬석의 구성은 다른 석축 기단에서는 찾기 어렵다. 또한 자연석과 다듬석 사이에 절묘한 그랭이 기법은 신라 기단석의 백미로 언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웅전 영역 석축 다듬석에 나타난 돌못과 극락전 영역의 돌출된 첨차석은 석가정토와 아미타정토의 건축적·공간적 차이를 극명한 대비를 통해 보여준다. 이와 같은 대석축이 필요했던 것은 불국사가 위치한 토함산 자락의 높낮이에서 시작됐다. 높은 곳과 낮은 곳에 기단을 쌓아 올려 높이의 차이를 극복하면서도 이를 다양한 기법을 통해 아름답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둘째, 목조를 석조로 번안하면서도 구조와 의장미를 잘 구현한 점이다. 대웅전 영역의 각기둥은 반원형으로 돋을새김하였고 반대로 극락전 영역의 기둥은 사각기둥이면서 중간부에 첨차석처럼 돌출시켜 단층임에도 이중의 목조 구조적 특징을 드러냈다. 기둥 위에 각종 주두와 평방부재들은 물론 난간을 통한 세부적 표현은 목조가 지닌 의장을 잘 표현했다. 셋째, 높이를 통해 대웅전과 극락전 영역의 차별성을 부여했다. 대웅전 영역은 중층의 기단에 목조건축을 올려 총 3층의 구조이고, 극락전 영역은 단층의 기단에 목조건축을 올려 중층의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높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종교적 위계성과 함께 차별성을 나타내고 있다. 넷째, 대석축은 정확한 대칭구조에도 불구하고 비대칭의 조화를 통해 단순함을 벗어나 절묘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대웅전 좌우의 종루와 경루의 구조는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수미범종각이라고 불리는 종루는 하부에 운형첨차형 석재를 십자로 쌓아 올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비해 경루는 단순한 팔각연화 기둥으로 소박함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대웅전 마당에 세워진 다보탑과 석가탑의 관계에도 이어진다. 화려함을 드러낸 다보탑 뒤로 소박한 경루를 배치하고, 단순하고 간결한 석가탑 뒤로는 복잡한 종각을 두어 절묘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비대칭성은 극락전 석축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청운·백운교와 연화·칠보교에서 돋보인다. 이처럼 불국사 대석축은 자연을 이용한 높낮이 방법이나 각층에 구현된 조성 방식이 독특하여 신라 불교미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손상과 수리가 있기는 했지만, 신라시대 건립 이후 가장 오랜 시간 완벽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산적 진정성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 집필자 : 신용철(양산시립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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