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의범 상권
『석문의범(釋門儀範)』은 전통 불교의식을 집대성하여 편찬한 종합 불교의례집으로 당시 경성의 만상회(卍商會)에서 안진호(安震湖, 1880-1965)에 의해 1935년 연활자본(鉛活字本)으로 편찬, 간행되었으며, 권상로(權相老), 김태흡(金泰洽)이 공동으로 교정을 보았다.
안진호는 17세인 1896년 예천 용문사(龍門寺)에서 출가하였으며, 강원에서 경전을 수학하고 후학을 지도하였다. 이후 1926년에 상경하여 만상회를 설립하여 경전의 번역과 불서 출간에 매진하였다. 1931년에는 『불자필람(佛子必覽)』을 간행하였는데, 이 책은 불교의 과송(課誦), 예공(禮供)의식을 모은 책으로 권상로와 김태흡이 교정을 보고 한용운(韓龍雲)이 후원하였다. 당시 간편하고 규범화된 의례집에 대한 수요가 많아 책이 매진되었으며, 『석문의범』은 이를 토대로 수정, 보완하여 상하 2편 1책으로 간행한 것이다.
본서의 상편은 「예경편(禮敬篇)」·「축원편(祝願篇)」·「송주편(誦呪篇)」·「재공편(齋供篇)」·「각소편(各疏篇)」으로 구성되고, 하편은 「각청편(各請篇)」·「시식편(施食篇)」·「배송편(拜送篇)」·「점안편(點眼篇)」·「이운편(移運篇)」·「수계편(受戒篇)」·「다비편(茶毗篇)」·「제반편(諸般篇)」·「방생편(放生篇)」·「지송편(持誦篇)」·「간례편(簡禮篇)」·「가곡편(歌曲篇)」·「신비편(神秘篇)」으로 구성되었다.
이 가운데 「다비편」은 하편에 실려있는데 그 의식절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18단계로 정리되어 있다. ①삭발(削髮)→ ②목욕(沐浴)→ ③세수(洗手)→ ④세족(洗足)→ ⑤착군(着裙)→ ⑥착의(着衣)→ ⑦착관(着冠)→ ⑧정좌(正坐)→ ⑨입감(入龕)→ ⑩기감(起龕)→ ⑪거화(擧火)→ ⑫하화(下火)→ ⑬봉송(奉送)→ ⑭창의(唱衣)→ ⑮기골(起骨)→ ⑯습골(拾骨)→ ⑰쇄골(碎骨)→ ⑱산골(散骨)
이처럼 석문의범이 다비의식을 18단계로 나눈 것은 새로운 의식 체계를 창안한 것이라기보다 조선 후기까지 전승된 다비 의례 절차를 근대적 편집 원칙에 따라 간명하고 규범적으로 재정리한 결과로 이해된다. ⑨입감 단계에서 입감을 마치고 제문을 읽고, ⑩기감 단계에서 반혼착어(返魂着語)와 십이불(十二佛)을 하고 난 후 법사는 무상계(無常戒)를 설하며, 오방법사는 각각 오방번(五方幡)을 낭독한다. 이어 명정(銘旌)을 잡고 하직 인사를 한 뒤 발인처에서 제문을 읽으면서 대성인로왕보살(大聖引路王菩薩)의 인도를 청해 나아간다. 이 과정 중에 노제문(路祭文)을 읽은 후에 다비소로 나아간다. 아울러 ⑬봉송 단계에서도 중간에 십념(十念)과 표백(表白)을 하고 대중이 함께 염불(念佛)과 송경(誦經)을 한다. ⑱산골에서는 환귀본토진언(還歸本土眞言)과 산좌송(散座頌)을 독송함으로써 다비의식을 마무리한다.
이와 같이 『석문의범』의 「다비편」은 『승가예의문(僧家禮義文)』과 『작법귀감(作法龜鑑)』 등 조선 후기 의례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근대 승가 사회에서 실제로 활용하기 쉽도록 절차를 표준화한 전범적 성격을 지닌다. 그 결과 본서는 이후 한국불교 다비의식의 사실상 표준 지침서로 기능하게 되었다.
· 집필자 : 수행의례팀
관련기사
-
다비의식의 정의정의_백양사 하화 모습 다비의식(茶毘儀式)은 붓다의 열반(涅槃)과 장례에 기원을 두며, 세상에 진리를 전하는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은 존귀한 인물의 장례는 화장(火葬)으로 치르도록 한 고대 인도의 관습에서 시작되었다. 붓다의 장례 역시 이 관습에 따르게 되었는데, 이로부터 다비가 불교 특유의 장례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다비(茶毘)란 범어 jhāpita에서 유래한 말로, ‘불태우다, 소각하다’라는 뜻이다. 다비는 이를 음역한 것으로, 한역 과정에서 사비(闍毘), 사유(闍維), 사비다(闍鼻多) 등으로도 표기되었다. 그 의미... -
석문상의초석문상의초_징광사본 『석문상의초(釋門喪儀抄)』는 조선 중기의 고승 벽암각성(碧巖覺性, 1575-1660)이 1636년(인조 14) 승가(僧家)의 상장례를 정립하기 위하여 중국의 의식집을 근거로 삼되,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재편하여 편찬한 불교상례서이다. 본서는 상·하권 2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서 편자는 상례(喪禮)가 매우 중요함에도 당시 불가(佛家)에는 상의(喪儀)에 대한 근본 규범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시행되는 절차 또한 법도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선원청규(禪苑淸規)』, 『오삼집(五杉集... -
석문가례초석문가례초_배산호본 『석문가례초(釋門家禮抄)』는 조선 중기의 승려 나암진일(懶庵眞一, 생몰년 미상, 17세기 중엽)이 1636년(인조 14)초편 시기는 1636년으로 보이나, 현전 판본의 간행은 1659-1660년에 이루어졌다. 승가(僧家)의 상장례를 중심으로 중요한 불교의례를 간추려 편찬한 불교상례서로 상·하권 2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권두에는 1636년 나암진일이 쓴 서문이 있고, 권말에는 1659년 매곡경일(梅谷敬一)이 쓴 발문이 있으며, 이어 이듬해인 1660년에 문경의 배산호(裵珊瑚)가 간행한 기록이 있다.... -
승가예의문승가예의문_갑사본 『승가예의문(僧家禮儀文) 』은 조선중기 청허계(淸虛系) 사명파(泗溟派)의 허백명조(虛白明照, 1593-1661)가 기존의 여러 전승과 관행으로 전해오던 다비 관련 의례를 불경과 선가 규범에 의거하여 체계적으로 정리·정돈하고자 17세기 중반에 편찬한 불교상례서로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목차는 크게 「명정서규(名旌書規)」, 「상례전제절차(喪禮奠祭節次)」, 「발인시행립규(發引時行立規)」, 「오방불청서규(五方佛請書規)」, 「무상계게(無常戒偈)」, 「쇄골법(碎骨法)」, 「승상복도(僧喪服圖)」, 「송장시... -
작법귀감의 다비작법작법귀감_운문암본 『작법귀감(作法龜鑑)』(1826)은 조선후기의 선승(禪僧)인 백파긍선(白坡亘璇, 1767-1852)이 편찬한 불교 종합 의례서로, 상・하권 2책 목판본으로 이루어졌다. 1826년에 편찬되고, 이듬해인 1827(순조27) 전라도 장성 백양산 운문암(雲門庵)에서 간행되었다. 본서는 불교의 제반 의식에 필요한 의식문을 집대성하여 정리한 종합의례서이다. ‘작법(作法)’은 일반적으로 불가(佛家)에서 통용되는 각종 의식과 시행 규범을 뜻하며 ‘귀감(龜鑑)’은 전범・모범을 의미한다. 따라서 ‘작법귀감’이라는 제목은 말 그... -
다비설다비설_대원사본 『다비설(茶毘說)』은 『작법귀감(作法龜鑑)』의 편자 백파긍선(白坡亘璇, 1767-1852)이 찬술한 것으로 경남 산청 지리산 대원사(大原寺)에서 1899년 간행되었다. 집필 시기는 대략 1812년에서 1816년 사이로 추정된다. 그 근거는 본문의 말미에 적힌 “소림굴(小林窟) 사문 긍선 술(述)”이라는 자서에 있다. 백파긍선은 1812년 평북 초산의 용문암에서 정혜결사를 결성하고 5년 동안 참선수행에 전념하였는데, 이때 자신의 방을 ‘소림굴’이라 하고, 자(字)를 ‘소림수(少林叟)’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기... -
다비문다비문_해인사본 『다비문(茶毘文)』은 조선후기 추담(秋淡) 정행(井幸)이 불가(佛家)의 장례의식인 다비에 대한 의식문과 절차를 집대성하여 편집한 1권 1책의 목판본이다. 1882년(고종 19)에 해인사(海印寺)에서 간행하였다. 같은 해 정행이 『승가일용식시묵언작법(僧家日用食時黙言作法)』도 간행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본서는 19세기 후반 사찰의 장례 의례 및 일상 규범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려는 흐름 속에서 편찬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문 첫머리의 제명은 『다비작법(茶毘作法)』으로 되어 있고, 표지에는 『다비문(茶毘文)』으...
더보기 +
관련자료
더보기 +
더보기 +
-
-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 임제법통과 교학전통
-
한국불교 다비작법에 관한 연구
-
한국 근대불교의 대중화와 석문의범
-
-
-
-
-
더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