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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불의 장례

벽지불의 장례_벽지불상
벽지불(辟支佛, Pratyeka-buddha)은 불교의 깨달음 성취 유형을 가르키는 명칭의 하나로, 독각(獨覺) 또는 연각(緣覺)이라고도 한다. 산스크리트어 ‘Pratyeka-buddha’는 ‘홀로(pratyek) 깨달은(buddha)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벽지불은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혀 없는 무불(無佛)의 시대에, 스승의 지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깨달음을 성취한 성자를 일컫는다. 벽지불은 불교의 삼승(三乘) 체계에서 중간 위치를 차지한다. 성문승은 부처님의 음성을 듣고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를 수행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한 이들이며, 벽지불승은 스스로 십이연기(十二緣起)를 깨달아 독립적으로 해탈에 이른 이들이다. 그리고 보살승(菩薩乘)은 자신의 깨달음뿐 아니라 모든 중생의 구제를 서원하며 수행하는 이들이다. 벽지불은 성문보다 뛰어난 지혜를 갖췄다고 여겨지지만, 부처님처럼 일체지(一切智)를 성취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벽지불이 입멸(入滅)한 후의 화장 및 사리·탑 공양의 원칙이 부처님의 장례 원칙과 같은 급으로 취급된다. 초기경전에서는 사리탑 건립의 대상을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여래(如來), 벽지불(辟支佛), 성문(聲聞), 전륜성왕(轉輪聖王)이다. 그리고 이 네 성현 중에 여래, 벽지불, 전륜성왕은 왕의 장례법(화장·사리·탑)과 같은 원칙을 적용하는 취지로 설해진다. 이것은 붓다 자신이 “여래의 다비는 전륜성와의 다비와 같게 하라”는 취지로 설한 전승과 연결된다. 또한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는 “마땅히 전륜성왕의 몸을 화장할 때처럼 여래와 벽지불의 몸을 화장할 때도 그와 같이 해야 한다”[1]『증일아함경』 49권(ABC, K0649 v18, p.687a02) 고 설하였다. 성문의 다비 절차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사리를 수습하여 탑을 건립하는 것을 보면 화장(火葬)방식을 따르고 있음은 알 수 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을 보면, ‘우선 향탕(香湯)으로 그 몸을 씻고, 새 겁패(劫貝: 무명천)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싼다. 몸을 황금관에 넣고 깨기름을 부어 채운 뒤,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쇠곽에 넣고, 전단향 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사유(闍維: 다비)한다. 그 뒤에 다시 사리(舍利)를 거두어 네 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의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탑을 보게 하여,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한다’[2]『불설장아함경』 4권(ABC, K0647 v17, p.850b17-c08) 는 것이다. 네 성현의 장례 절차는 동일한 화장(火葬)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위상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서는 네 성현에 탑을 세워 공양을 해야하는 이유를 ‘첫째, 여래(如來)는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겨 세간을 위하여 가장 훌륭한 복밭이 되기 때문에 마땅히 탑을 세우는 것이다. 둘째, 벽지불(辟支佛)은 모든 법을 사유하여 스스로 도를 깨달아 알고 또한 세간 사람들을 복되고 이롭게 하니 마땅히 탑을 세우는 것이다. 셋째, 아라한은 들은 법대로 사유하여 번뇌가 다하고 또한 세간 사람을 복되고 이롭게 하니 마땅히 탑을 세우는 것이다. 넷째, 전륜성왕은 전생에 깊은 복의 종자를 심어 큰 위덕이 있고 사천하의 왕이 되어 칠보를 두루 갖추고 스스로 십선을 행하고, 또 사천하 사람들에게 권하여 또한 십선을 행하게 하니 마땅히 탑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3]『대반열반경』 2권(ABC, K0652 v19, p.169c17-170a05) 라고 설하였다. 또한, 『대반열반경후분(大般涅槃經後分)』에서는 탑을 조성하는 규모에 대한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이 반열반한 뒤, 다비가 이미 끝나면 일체 사부대중은 사리를 수습하여 칠보병에 담아 구시나가성(拘尸那伽城) 안에서 네거리 길 가운데 칠보탑을 세우되, 높이는 13층이어야 하고, 위에는 상륜(相輪)이 있고, 일체 묘한 보배로 사이사이를 장식해야 한다. 일체 세간의 뭇 묘한 꽃과 번[幡]과 깃발로써 그것을 장엄하고, 네 변의 난간도 칠보로 합성하고, 울타리를 장엄하되 두루 하지 아니함이 없게 하여라. 그 탑의 네 방면마다 열 수 있는 하나의 문을 달고 층층의 사이사이에 다음으로 창문과 바라지창을 알맞게 내고, 보배병에 담은 여래의 사리를 안치하여 하늘 사람과 사부대중이 우러르고 공양 올리게 하여라. 아난아, 벽지불의 탑은 11층이어야 하며, 또한 뭇 보배로써 이것을 꾸며라. 아난아, 아라한의 탑은 4층으로 만들어야 하니, 또한 뭇 보배로 그것을 꾸며라. 아난아, 전륜왕의 탑도 또한 칠보로 만들되 층을 만들지 말라. 왜냐하면 아직 삼계(三界)의 모든 존재의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4]『대반열반경후분』 1권(ABC, K0107 v9, p.433c21-434a12)
이와 같이 네 성현이 화장하여 나온 사리로 탑을 건립하여 공양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더라도 그 위상과 사리탑의 규모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벽지불은 스스로 깨달은 성자로서 세간 사람들을 복되고 이롭게 하기 때문에 화장 후에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워야 하는데 그 높이는 여래의 탑이 13층인 것보다 낮지만 아라한이 4층인 것보다는 7층이 높은 11층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이는 벽지불이 성취한 깨달음의 수준과 그에 대한 예경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벽지불은 불교 수행체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며, 그 장례 방식은 불교문화에서 깨달음을 이룬 성자에 대한 장례 방식을 잘 보여준다.
· 집필자 : 수행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증일아함경』 49권(ABC, K0649 v18, p.687a02)
  • 주석 2 『불설장아함경』 4권(ABC, K0647 v17, p.850b17-c08)
  • 주석 3 『대반열반경』 2권(ABC, K0652 v19, p.169c17-170a05)
  • 주석 4 『대반열반경후분』 1권(ABC, K0107 v9, p.433c21-434a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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