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자수가사: 삼보 도상을 수놓은 18세기 추정 자수가사
서울공예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자수가사'는 1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존하는 가사 중 전체가 그림으로 자수된 매우 드문 사례다. 이 가사는 흰색 비단 바탕 위에 불교의 삼보(三寶), 즉 불(佛)·법(法)·승(僧)을 상징하는 125개의 도상을 오색실로 정교하게 수놓아 제작되었다. 가사는 25조 4장 1단 상상품(上上品)으로 크기는 가로 244cm, 세로 65cm이다.
도상의 배치는 첫째 단에 부처, 둘째와 셋째 단에 보살, 넷째 단에 경전, 마지막 단에 부처의 제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째 단 정중앙의 석가모니를 향해 부처와 보살들이 질서 있게 바라보는 구도를 이룬다. 자수 기법은 평수(平繡)로 색을 채워 도상을 표현하고, 그 가장자리는 이음수로 정연한 선을 넣어 완결하였다. 괴석이나 구름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윤곽선을 얇게 속수한 다음 겉수로 덮어 마무리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이 가사는 승려가 실제 착용한 것이 아니라 불전에 봉안하거나 의례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보물 자수가사(2025년 서울공예박물관 가사 특별전 직접 촬영)
자수가사의 보물 지정과 복원 여정
자수가사의 제작 전반을 총괄한 인물은 해붕(海鵬) 스님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선암사에서 출가하여 입적한 인물이다. 해붕(展翎, ?–1826) 스님은 순천 출신의 조선 후기 고승으로, 생애 내내 선암사의 교학·의례와 중창을 주도했으며, 이 가사의 도상·의식적 타당성을 고증한 인물로 전한다. 이 자수가사는 1979년 보물로 지정된 뒤 오랫동안 비공개였다가, 2018년 원 소장자 허동화·박영숙 부부가 서울시에 기증하면서 서울공예박물관에 이관되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2019년부터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약 4년여 보존처리를 진행해, 2025년 5월 특별전 “염원을 담아—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에서 복원 결과를 공개하였다.
청룡사 가사도: 황실 발원 가사도
서울 종로구 청룡사 심검당에 봉안된 가사도는 1902년에 조성된 불화로, 수가사(繡袈裟) 형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원래는 경기도 양주 수락산 학림암(鶴林庵)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나 현재는 청룡사로 이관되어 있으며,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25조 가사를 그림으로 표현한 채색 가사도로,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자수가사를 모본으로 삼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화면은 붉은 바탕 위에 세로로 27칸을 그렸다. 좌우 가장자리 2칸에는 사천왕과 화기(畵記)가 위치 해 있고, 가사 조수에 속하는 25칸에는 불보살, 승려, 사천왕, 불경 등이 배치되어 있다. 첫째 단에는 부처, 둘째와 셋째 단에는 보살, 넷째 단에는 경전, 마지막 단에는 부처의 제자인 존자가 위치하며, 각 도상 위에 금니로 명칭이 적혀 있다. 사실적으로 크게 그린 사천왕은 사방에서 부처와 보살, 조선 후기 유행한 책거리 양식의 요소와 두루마리 형태의 경전을 오호하고 있는 구성이다. 해붕 스님이 1815년 학림암을 방문한 것은 이후 청룡사 가사탱 제작과 관련된 행보로 평가된다.
가사도 조성 주체와 제작 배경
이 가사도의 화기(畵記)에 따르면 고종황제, 황태자와 황태자비, 영친왕, 엄비 등 황실의 안녕과 성수만세(聖壽萬歲)를 기원하며 제작한 황실발원 불화다. 한봉당 응작(漢峰堂應作), 명응당 윤감(明應堂允鑑) 등 서울·경기에서 활동하던 화승들이 주도하였으며, 금곡당 영환(金谷堂 永煥), 응륜(應崙), 응훈(應訓) 등 다수의 화승이 참여하였다. 붉은색을 주조색으로 녹청과 군청, 백색 등을 사용하여 채색되었으며, 1902년 고종황제의 만수성절(萬壽聖節)을 앞두고 조성되었다.
자수가사의 계보와 의미
18세기 서울공예박물관 자수가사와 1902년 청룡사 가사도는 모두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 스님이 국왕에게 하사받은 가사의 전통을 계승한다. 선암사가 소장하고 있는 '대각국사 삼보명 자수가사'(18세기 재현, 국가민속문화재 제244호)는 삼보의 명칭을 문자로 수놓은 것이다. 반면 서울공예박물관 보물 자수가사는 삼보의 도상을 그림으로 수놓았고, 청룡사 가사도는 삼보의 도상을 그림으로 그린 불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 유물 모두 25조 대가사 형식과 삼보(佛·法·僧)를 표현―각 단에서 표현하는 삼보 위치 또한 동일―한다는 공통된 전통으로 연결된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의 자수가사는 조선 후기 불교문화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세 가지 유물 모두 실용적 착용보다는 의례용 법의 또는 불전 봉안용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가사 자체가 신앙의 대상으로서 위상을 확립해 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청룡사 가사도(2025년 서울공예박물관 가사 특별전 직접 촬영)
· 집필자 : 수행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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