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성보박물관에 전해지는 삼보명(三寶名) 자수가사는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 스님이 고려시대 선종(宣宗, 재위 1083-1094) 임금에게 하사받은 가사이다. 가사 뒷면에 “高麗宣宗賜于大覺國師 北宋元祐2年丁卯(고려선종이 대각국사에게 하사함, 북송 원우 2년 정묘년)”라는 명문이 있어, 1087년에 왕이 대각국사에게 가사를 하사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선암사에 전하는 삼보명 자수가사는 원래의 가사를 모본으로 1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가민속문화재 제244호로 지정되어 있다.
선암사 대각국사 삼보명 자수가사 전면 일부 (2025년 서울공예박물관 가사 특별전 직접 촬영)
구조적 특징
가사의 구성은 25조(條) 4장 1단으로 무늬가 없는 8매 홍색 소단으로, 불보살의 명호가 수 놓인 삼보명자수가사(三寶名刺繡袈裟)이다. 크기는 너비 230㎝, 길이 59㎝이며, 구성 상징을 보면 바탕에 직접 수를 놓은 일월광첩, 담청색의 바탕에 황․홍․흑색의 천왕수(天王繡)가 놓인 사천왕첩, 상단에 홍․담청색의 2쌍과 양옆으로 자주색의 한 쌍 영자가 있다. 고려시대 승려의 가사이지만, 조사 결과 18세기 가사로 판명되었다.[1]박성실·심연옥·이은주(2003), 「중요민속자료 조사보고서-선암사 소장 가사·탁의」, 문화재청, 1-50쪽. 고려시대 가사를 1700년대에 이모(移模)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사 전면에 불보살의 존명과 경전 이름을 세밀하게 수놓은 대작으로, 가사의 네 모서리의 윗부분에는 ‘천(天)’, 아랫부분에는 ‘왕(王)’ 자를 수놓고 있으며, 가운데 부분에는 좌복(左福) 두 번째 조(條)에 나란히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 달을 상징하는 토끼(일월광첩)를 꼼꼼하게 수놓았다.
직물 소재와 자수 기법의 특징
삼보명 자수가사는 다홍색의 무늬 없는 홍색소단(紅色素緞) 바탕에 자수로 문양을 표현했다. 소단은 무늬가 없는 평직의 견직물로, 고급 비단의 일종이다. 직물의 조직으로 보아 18세기 유물로 추정되는데, 고려시대부터 전승된 진품 가사가 훼손되자 이를 모사하여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보명 자수가사의 가장 독특한 예술적 특징은 가사 전체에 삼보(三寶)의 이미지를 오색실로 자수한 점이다. 삼보란 불교의 세 가지 보배, 즉 불(佛)·법(法)·승(僧)을 의미하는데, 이 가사에는 125개의 불보살의 존명과 경전 이름 등이 정밀하게 수놓아져 있다. 가사의 각 조각 제1단에는 제불명, 제2단과 3단에는 제보살명, 제4단에는 경전명, 제5단에는 존자명을 수놓았다.
각 삼보명 자수에는 평수(平繡), 자련수(刺蓮繡), 타자수(打字繡) 등 다양한 자수 기법을 활용하여 입체감과 생동감을 부여했다. 삼보의 이름을 새긴 가사는 매우 드문데, 후대 보물 자수가사(19세기, 서울공예박물관 소장)와 가사탱(20세기 초, 청룡사 소장)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출발점이 된다.
불교 자수 공예사의 귀중한 자료
선암사 삼보명 자수가사는 현존하는 최초의 삼보명 가사로서 불교 공예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다홍색 바탕 위에 오색실로 정교하게 수놓은 불·법·승의 상징 이미지는 시각적 화려함과 종교적 엄숙성을 조화롭게 구현하고 있어, 18세기 조선 불교 자수 공예의 수준과 미감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나아가 가사 자체를 삼보에 대한 신앙과 공경의 대상으로 승화시킨 조선 후기 불교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유물로서 의미가 깊다.
선암사 대각국사 삼보명 자수가사_오른쪽 아래 (2025년 서울공예박물관 가사 특별전 직접 촬영)
· 집필자 : 수행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박성실·심연옥·이은주(2003), 「중요민속자료 조사보고서-선암사 소장 가사·탁의」, 문화재청,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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