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 봉안된 희랑대사좌상(국보 제333호)은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현존 최고(最古)의 초상 조각이다. 희랑대사(希朗大師, ?-949년 이전)는 신라 말, 고려 초 화엄학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으로, 해인사 희랑대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하였으며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서 후삼국 통일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 좌상은 실물 유물이 아닌 조각으로 구현된 법복이지만, 10세기 한국불교 승려 복식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유일한 시각 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건칠(乾漆) 기법[1]점토나 나무 등으로 만든 원형 위에 삼베나 모시 같은 섬유를 여러 번 옻칠하여 대상의 형태를 완성하는 전통적인 칠기 제작 기법.으로 제작되어 가사의 질감과 착장 형태를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
해인사 희랑대사좌상 (국가유산포털)
좌상에 표현된 가사의 구조와 착용법
좌상의 희랑대사는 직령교임식(直領交袵式, 곧은 깃에 여밈이 교차하는 형식) 포(袍) 위에 편단우견(偏袒右肩, 왼쪽 어깨에 걸쳐 오른쪽 어깨를 드러냄) 방식으로 대가사를 착용하고 있다. 가사는 홍색 바탕에 녹색으로 엽(葉, 가로와 세로 구획을 나누는 부분)을 배치한 홍록 첩상가사(貼上袈裟)이며, 안감이 녹색인 것으로 보아 겹가사이다. 좌상을 측면에서 관찰하면 4장 1단의 대가사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가사를 고정하는 장치로는 어깨 부분에 띠를 앞에서 매듭으로 묶었고, 뒤에는 둥근 고리에 장식적인 이중 술이 달려 있다. 홍색 바탕에 녹색 띠를 엇갈리게 배치한 표현은 밭의 모양을 본뜬 전상의(田相衣)를 형상화한 것이다. 가사의 홍색 밑에는 금색이 간간이 보이는데, 원래 도금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삼의 문양과 후대 채색의 흔적
가사 아래에는 흰 바탕에 붉은색, 녹색, 황색의 동심원 형태 점문이 있는 장삼을 입었다. 동심원점문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문양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17세기 후반부터 등장하며 18세기 의겸과 그의 영향을 받은 화승들에 의해 유행하였다. 19세기 완주 화암사 나한도(1858년)의 문양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희랑대사상에 그려진 문양과 채색은 19세기 해인사 인근에서 활동한 화승 의겸의 제자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현존하는 희랑대사좌상의 가사와 장삼은 10세기 원형 위에 18–19세기에 가해진 후대 채색·가필의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2]불교중앙박물관, 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 성보 e곳. http://bmuseum.or.kr/collection/subjectCollection/recommendRelic/BJ1112H1_jen000001/view.do
10세기 가사 양식 연구의 핵심 자료
건칠좌상의 가사 표현은 천의 질감, 주름, 착장 방식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화엄종 조사의 수행자적 위엄을 조형적으로 구현한다. 실물 가사가 전하는 경우에도 당시 착용 방식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 좌상은 10세기 한국불교 가사 양식 연구의 핵심 자료로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 집필자 : 수행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점토나 나무 등으로 만든 원형 위에 삼베나 모시 같은 섬유를 여러 번 옻칠하여 대상의 형태를 완성하는 전통적인 칠기 제작 기법.
- 주석 2 불교중앙박물관, 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 성보 e곳. http://bmuseum.or.kr/collection/subjectCollection/recommendRelic/BJ1112H1_jen000001/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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