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불사를 행할 준비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가사를 조성하는 일에 착수한다. 여기서 가사를 제작한다고 하지 않고, '조성한다'고 하는 까닭은 이것이 단순히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의례와 신앙이 결합된 불사(佛事)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탑이나 불상을 조성한다고 일컫는 것처럼 가사를 조성한다고 말한다.
현재는 재봉틀을 이용한 대량 생산이 일반화되었지만, 전통 가사 조성은 종교적 원력과 공덕이 담긴 의례 과정이다. 전통 가사는 염색→제도→재단→재봉→다림질→택가사→괘가사→피봉(식)→점안의식 순으로 조성이 이루어진다. 현대에 들어서는 염색 과정을 생략하고 이미 염색된 천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는 먼저 재료 준비와 재단에서부터 제봉, 다림질에 이르는 기술적 제작 단계를 살펴본다.
2025년 통도사 가사불사_가사 천을 재단하는 모습 (세계문화유산 영축통림통도사)
재료 선택
가사 조성은 먼저 착용할 스님의 조건과 용도에 맞는 천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상, 계절, 종단 의제법을 고려해 적합한 옷감을 선정한다. 전통 방식에서는 염색도 모두 같이 진행했지만, 현재는 이미 염색된 천을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도와 재단
천이 준비되면 본격적으로 마름질 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가사초(도면)를 그려 치수와 비례에 따라 세로 조각 조(條)와 가로 선 제(堤)의 배열을 확정한다. 이때 척(尺)[1]전통 가사에서 치수를 재는 데 쓰이는 자.을 사용하여 치수를 재고 천 위에 재단선을 표시한 뒤, 시접과 올결 방향에 따라 천을 자른다.
바느질 과정
재단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바느질 작업에 들어간다. 재단된 천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바느질 작업은 가사 조성의 핵심 공정이다. 전통 방법에서는 재봉틀 없이 손바느질만로 바느질하며, 한 벌에 수 주에서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매 구간 땀의 길이·간격·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며, 바느질 과정에서 불·보살 명호 염송을 함께 진행한다.
이 과정에는 전용 도구들이 사용된다.[2]정각, 2001, 한국의 불교의례 Ⅰ, 운주사, 381쪽. 작업대인 가사상은 약 70×70cm 크기의 능매 소나무로 만드는데, 바늘을 찔러도 잘 들어가 작업이 수월하다. 바늘은 8호 전후를 쓰고, 실은 밀납 처리한 견사를 사용한다. 밀납 처리는 실의 강도를 높이고 엉킴을 방지한다. 천을 고정할 때는 대나무에 바늘을 매어 만든 적침(的針)을 사용하고, 실을 자를 때는 칼이나 가위 대신 사기 조각을 이용한다. 이밖에 척, 바늘겨레, 골무, 인두 등도 사용된다.
통문 조성
일반 바느질이 끝나면 가사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통문을 조성한다. 허공침 기법으로 아랫장은 뜨지 않고 윗장만 떠서 미세한 공간을 확보한다. 가사 겉면에서는 바늘땀이 연속되어 통문이 드러나지 않지만, 안쪽에서는 바늘땀 사이의 틈이 길을 형성한다. 이 틈이 부처님이 지나다니는 길을 상징하는 통문이다.
다림질과 마무리
통문 조성까지 모든 바느질이 완료되면 다림질로 형태와 옷결을 정돈한다. 다림질이 끝나면 가사의 물리적 제작이 완성된다. 작업 중 나온 실밥과 천 자투리는 함부로 버리지 않고 가사상 옆 종이봉투에 모아 두었다가, 점안의식을 마치고 스님께 가사를 완성된 가사를 공양하는 회향의례가 끝난 후 나눈다.
2017년 화엄사 성보박물관 가사침선반 바느질 모습 (지리산 화엄사)
· 집필자 : 수행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전통 가사에서 치수를 재는 데 쓰이는 자.
- 주석 2 정각, 2001, 한국의 불교의례 Ⅰ, 운주사, 3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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