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불사는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여러 준비 과정을 거친다. 불사 참여 발원과 시주 모연에서 시작하여 가사도감 설치, 제작 인력 조직, 설단식 거행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전개된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전통 가사 조성이라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2025 통도사 가사당 번 장엄 (세계문화유산 영축통림통도사)
발원과 시주 모연
가사불사의 첫 단계는 사찰 대중의 발원과 재가불자들의 시주 모연이다. 이 과정에서 사찰은 가사의 종교적 의의와 공덕을 설명하며 불사 참여를 권한다. 해인사의 경우를 보면, 가사를 발우와 함께 스승과 제자 사이 법맥의 증표이자, 음식·약·방사와 더불어 스님께 올리는 소중한 사사공양(四事供養) 중 하나로 설명한다. 특히 『불설가사공덕경』을 인용하여 복전(福田)인 가사를 시주한 사람은 "공덕이 한량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강조한다. 아울러 시주자의 이름을 가사에 새겨 드린다는 안내문을 덧붙임으로써 재가불자의 발심을 돕는다.
제작 구성원 조직
불사의 기반이 마련되면 가사 제작을 담당할 구성원을 조직한다. 도편수·편수·양공·침공 등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할 장인들을 선별하고 배치한다. 도편수는 전체 불사의 일정과 품질을 총괄하는 감독자로서 최고의 기예와 경험을 갖춘 인물이 담당한다. 편수는 도편수를 보좌하며 가사 제작의 실무를 담당한다. 양공은 가사 천의 마름질과 바느질을 담당하고, 침공은 정교한 바느질을 수행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가불자들의 참여인데, 이들은 단순히 인력 부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가사 제작 자체를 수행으로 여기며 동참한다. 바느질 경험이 없어도 다림질, 검수 등 각자의 역량에 맞는 역할을 찾아 참여하며, 이 과정에서 스님들의 가사를 짓는 숭고한 일에 동참하는 공덕을 쌓는다. 이처럼 가사불사는 전문 장인과 발심한 재가불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수행 공동체의 성격을 지닌다.
제작 공간 마련
제작 구성원이 확정되면 이들이 작업할 공간을 마련한다. 사찰 내 전각을 선정하여 임시로 가사도감 또는 가사당으로 명명하고 제작 공간으로 활용한다. 화엄사는 2017년 가사불사 시 범음료(梵音寮)를 가사도감으로 삼았고, 통도사는 매 가사불사마다 영산전(靈山殿)을 가사당으로 활용한다. 각 사찰의 여건에 따라 청정한 공간이면서도 실제 작업이 가능한 전각을 선택한다.
설단식 설행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가사불사의 원만한 회향을 발원하는 설단식을 진행한다. 가사도감 한편에 제석천을 위한 단을 조성하여 이 앞에서 설행하는데, 이는 가사불사 전 과정이 호법선신의 가피 속에서 진행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이렇게 마련된 제석단은 가사불사가 완료될 때까지 매일 아침 예경의 대상이 된다. 설단식을 통해 가사불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 집필자 : 수행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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