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문(通門)은 부처님이 지나다니는 길을 의미하는 가사의 구조적 요소로, '통문불(通門佛)'이라 일컫기도 한다. 천 조각들을 바느질로 이어 붙일 때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미세한 틈이 바로 통문이다. 가사 겉면에서는 바느질 땀이 연속되어 통문이 드러나지 않으나, 가사 안쪽 수행자의 몸과 닿는 면에서는 바늘땀 사이의 작은 틈들이 하나의 길을 이룬다. 전통적으로 콩알이 드나들 정도의 구멍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 구멍들이 가사 한 벌 안에서 서로 이어진다는 점이 통문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가사의 통문_바느질 땀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 (2025년 서울공예박물관 가사 특별전 직접 촬영)
통문의 위치와 조성법
가사는 세로 방향의 조(條)와 가로 방향의 제(堤)가 결합하여 여러 조각으로 구성된다. 통문은 이 조각들을 연결하는 특정 지점에 규칙적으로 배치된다. 각 조각의 가장자리를 변(邊), 테두리 선인 난(襴)과 난이 겹친 부분을 교반(橋畔)이라 하는데, 변과 교반 사이, 변과 난 사이, 조각과 조각 사이에 통문을 조성한다. 긴 조각인 장조(長條)에는 2개, 짧은 조각인 단조(短條)에는 1개씩 통문을 만든다. 25조 대가사의 경우, 125개 조각이 4장 1단으로 구성된 상품 가사를 기준으로 총 332개의 통문을 갖게 된다. 통문은 이론상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어, 첫 단의 통문에 콩알을 넣으면 끝 단의 통문으로 빠져나온다고 한다.
통문을 조성할 때는 허공침 기법으로 아랫장은 뜨지 않고 윗장만 떠서 공간을 확보한다. 이 미세한 간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작업은 오직 손바느질로만 가능하다. 25조 상품 가사 한 벌에서 통문 부분만을 바느질하는 땀수는 332개의 통문에 각 9땀씩을 더해 2,988땀에 이르며, 이때는 매 바늘땀마다 부처님 명호를 염송해야 한다. 상품(上品) 가사는 9불, 중품(中品) 가사는 7불, 하품(下品) 가사는 5불의 명호를 부르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인다.
통문의 상징과 신성성
통문은 가사가 복전의(福田衣), 즉 복을 심는 밭과 같은 옷임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장치다. 가사의 조(條)와 제(堤)가 논밭의 두둑과 고랑을 형상화했다면, 통문은 그 밭에 물을 대는 수로(水路)에 해당한다. 농부가 논밭에 물을 대어 곡식을 기르듯, 통문을 통해 법(法)이 흐르면서 수행자의 몸과 마음 에 불법이 전달된다. 가사를 보시하는 행위는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씨앗이 물을 만나 싹트고 자라 열매를 맺듯, 보시의 공덕 또한 통문을 통해 흐르는 불법의 힘을 만나 복덕(福德)으로 결실을 얻는다. 이러한 이유로 통문은 부처님이 오가는 문이자 길이다.
『불설가사공덕경(佛說袈裟功德經)』을 근거로 통문을 조성할 때는 그 완성도를 매우 엄격하게 다룬다. 가사를 시주하거나 만드는 이가 통문을 하나라도 빠뜨리면, 시주자와 조성자 모두 안맹보(眼盲報), 즉 눈이 머는 과보를 받는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통문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조성하는 일을 중요시했다. 통문이 완전하게 연결되고 빠짐없이 조성될 때 비로소 가사는 부처님의 법이 드나드는 길이자 복전으로서의 온전한 기능과 신성함을 갖추게 된다.
가사 전개도 상 통문 위치 (이미지 제공: 강선정 화엄불교복식연구소 소장)
· 집필자 : 수행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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