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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의 장엄

첩(貼)은 별도의 직물을 재단하여 가사의 특정 위치에 부착하는 장식 구조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월광첩(日月光貼)과 사천왕첩(四天王貼)이다. 일월광첩은 해와 달의 광명을 형상화한 첩으로 가사 주복의 중앙에 세로로 배치는데, 위는 일광첩, 아래는 월광첩을 놓는다. 사천왕첩은 사방을 수호하는 사천왕을 상징하는 첩으로 가사 네 모퉁이에 배치된다.
일월광첩(日月光帖) 자수_벽암대사 각성 가사
첩의 조성 평수(平繡)와 자련수(刺連繡), 징금수(徵金繡) 등 전통자수 기법을 함께 구사하면서 윤곽선과 내부 채움의 질감을 달리하여 광택과 입체감을 살린다. 일월광첩은 금실을 꼬아 원형을 만들고 삼족오와 토끼를 정교하게 수놓아 해와 달의 광명을 시각화한다. 사천왕첩에는 ‘天’과 ‘王’ 자를 수놓거나 각 방위의 사천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일월광첩 ― 해와 달이 수놓은 광명의 세계 일월광첩은 해와 달의 빛으로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상징한다. 불교에서 해와 달은 약사불의 좌우 협시인 일광보살·월광보살의 광명을 상징한다. 가사에 일월의 문양을 새기는 것은 이 광명을 법의(法衣) 위에 구현하고자 한 시도로 해석된다. 조선 중기에는 해와 달, 삼족오와 옥토끼를 개별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으나, 후기로 갈수록 원형 안에 이들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었다. 일월광첩의 정교한 형태는 조선 후기 홍가사에서 볼 수 있다. 일광첩과 월광첩은 각각 원형으로 제작되는데, 한 원 안에 두 층으로 나누어 불교 우주관을 담는다. 하층에는 향수해(香水海)·수미산(須彌山)·연화대를 배치하여 세계의 중심을 나타내고, 상층에는 채운(彩雲)을 배경으로 해 속의 삼족오(또는 달 속의 옥토끼)를 그려 광명을 형상화한다. 조선 후기에는 여기에 범자문(梵字文)을 더한 3단 구성도 등장했다. 사천왕첩 ― 사방을 지키는 천왕의 위엄 사천왕첩은 가사의 네 모퉁이에 방형(方形)의 첩을 부착하여, 사방의 천왕이 수행자를 보호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귀퉁이에 ‘天’과 ‘王’ 자를 수놓거나 사각형 자리만 표시해 두기도 한다. 상단 좌우에 ‘天’, 하단 좌우에 ‘王’을 배치하는 구성이 일반적이다. 금박을 입히거나 채색으로 대비를 주는 등 표현 방식은 다채로웠다. 사천왕첩이 지닌 수호의 의미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공유되었지만, 표현 방식은 나라마다 달랐다. 중국에서는 사천왕의 형상 자체를 자수로 놓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갈마저(羯磨杵)나 여래입상을 형상화한 첩을 부착했다고 한다. 이때 우리의 통문처럼 바느질 흔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정교한 기법을 사용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 ‘天’과 ‘王’ 두 문자로 표현하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었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절제된 표현이지만, 그만큼 상징성에 집중한 한국 가사의 특징을 보여준다. 일월광첩과 사천왕첩의 한국적 독자성 일월광첩(日月光貼)과 사천왕첩(四天王貼)을 함께 갖추는 전통은 한국 가사만이 지닌 독자성이다. 고려시대에 직사각형으로 시작된 일월광첩은 조선시대를 거치며 원형으로 변화했고, 원 안에 층위를 나누는 구성으로 정착되어 현재에 전한다. 사천왕첩의 경우 중국과 일본에도 보이지만, 간단한 문자로 천왕의 존재를 상징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특징이다. 일월광첩의 화려한 그림 자수와 사천왕첩의 절제된 문자 자수는 장엄과 상징이 균형을 이루는 한국 가사 고유의 미감을 드러낸다.
오른쪽 아래 모퉁이의 첩(옴. ॐ) 자수_벽암대사 각성 가사
· 집필자 : 수행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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