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袈裟)는 그 색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각 색은 불교의 수행 정신과 계율적 의미를 품고 있다. 실제로 '가사'의 어원인 산스크리트어 카샤야(kāṣāya)는 본래 '괴색(怪色)'을 뜻하며, 화려함을 거부한 청정한 마음을 상징한다. 경전에서는 가사의 색채 규정을 통해 출가자가 갖추어야 할 내적 덕성을 제시한다.
화려함을 거부한 가사의 빛깔_2022년 송광사 동안거 해제법회 (승보종찰 조계총림송광사)
괴색의(怪色衣)
괴색의는 원색을 피하여 의도적으로 색상을 누그러뜨리고 퇴색시킨 법의를 말한다. '괴색(壞色)'이란 색을 무너뜨리고 바래게 한다는 뜻인데, 시주받은 직물이 선명한 색일 경우 이를 일부러 어둡게 염색하여 화려함을 제거하고 입는다. 『사분율』 권16, 60경(竟)에서는 "만일 비구가 새 옷을 얻으면 마땅히 세 가지 종류로 괴색하여야 한다"[1]『사분율』 16권(ABC, K0896 v23, p.157a09) 고 명시하며, 진흙이나 각종 나무 뿌리, 나무 껍질 등의 천연 재료로 염색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화려한 색채를 통한 장엄을 배척하고, 수행자로서의 무욕을 체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괴색의는 출가자 간의 신분적 차이를 없애는 평등의식을 구현한다. 이는 가사가 단순한 의복을 넘어 불교 공동체의 수행 이념과 종교적 가치를 드러내는 법의로서 기능함을 보여준다.
적혈색의(赤血色衣)
적혈색의는 ‘인욕의(忍辱衣)’라고도 하며, 붉은빛 계열의 가사를 가리킨다. 그 기원은 부처님의 본생담에 연유한다. 『경율이상』 권39에 따르면,[2]『경율이상』 39권(ABC, K1050 v30, p.1117a02). 부처님은 전생에 찬제선인(羼提仙人)으로 숲에서 수행하던 때 가리왕(歌利王)에게 귀와 코가 잘리고 손발이 베이는 극한의 고통을 받았다. 찬제선인은 ‘자비와 인욕을 닦으므로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며 무주상인욕(無住相忍辱)[3]무주상인욕은 인욕바라밀의 궁극적 경지로서, 능인(能忍)·소인(所忍)·인욕행(忍辱行)의 삼륜(三輪)에 대한 실체적 집착을 소거한 채 행하는 무상(無相)의 인욕수행을 지칭한다. 을 실천하였고, 그 진실함을 증명하기 위해 흘린 피가 젖으로 변하는 신이한 감응을 보였다. 붉은 가사는 바로 이때 흘린 피를 상징한다. 수행자는 이 가사를 걸치며 인욕바라밀을 마음에 새기고, 어떠한 모욕과 시련 앞에서도 분노·집착을 내려놓겠다는 서원을 드러낸다.
마납가사(磨納袈裟)
마납가사는 자색이 은은히 감도는 최상급 황금인 '자마금(紫磨金)'을 조각조각 기워 만든 납의로, 보랏빛 황금의 장엄함을 지닌 가사다. 황제가 덕이 높은 스님에게 하사하는 예복으로도 사용되었는데, 705년(당나라 신룡 1) 9월 중종(中宗)이 혜능(慧能) 대사에게 마납가사와 수정주(水晶珠)를 주었다는 기록이 『육조단경(六祖檀經)』에 전한다. '갈고닦아(磨) 법을 기워 입는다(衲)'는 명칭 그대로, 이 가사는 번뇌를 벗고 해탈의 광명을 드러내고자 하는 수행자의 염원을 담는다.
· 집필자 : 수행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사분율』 16권(ABC, K0896 v23, p.157a09)
- 주석 2 『경율이상』 39권(ABC, K1050 v30, p.1117a02).
- 주석 3 무주상인욕은 인욕바라밀의 궁극적 경지로서, 능인(能忍)·소인(所忍)·인욕행(忍辱行)의 삼륜(三輪)에 대한 실체적 집착을 소거한 채 행하는 무상(無相)의 인욕수행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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