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강암의 마애불-일본 마애불의 주요 전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마애불인 고마사카 마애불, 카사기데라 미륵마애불을 제외하면 대부분 헤이안 후기-가마쿠라시대 사이에 조성된 것이며, 당시 일본의 불교 신앙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 혼슈(本州) 지역의 내륙인 교토부(京都府), 시가현(滋賀県) 일원에는 화강암으로 조성된 마애불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이는 분명 우리나라 고려시대 마애불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제작 방식에 있어서는 비슷한 전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 마애불이 고부조보다는 저부조와 선각 방식을 선호한 것과 비슷하게, 일본 화강암 마애불에서도 역시 비슷한 제작 방식의 변화를 보인다. 시가현(慈嘉県) 오쓰시(大津市)에 있는 토미카와마애불(富川磨崖佛)은 우리나라 고려시대의 저부조 마애불과 거의 동일한 제작 방식을 보이고 있다. 하천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의 암반에 조성되어 있다는 입지 환경 역시 고려시대 마애불과의 유사성을 엿볼 수 있다. 이 마애불은 1369년에 제작되었다는 명문이 있어, 고려시대 불교문화와의 비교 고찰이 가능하다. 제작 방식 면에서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저부조 마애불과 가장 유사하여, 한·일 양국 중세 마애불의 제작 방식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나라현(奈良県) 우치시(宇陀市)에 있는 오오노지(大野寺, おおのじ) 강변의 절벽에 조성된 미륵마애불(彌勒磨崖佛)은 선각으로 조성된 대형 마애불이다. 이 마애불은 1207년부터 3년에 걸쳐 조영한 것으로, 카사기데라의 마애미륵불을 모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일본 화강암 마애불 조성 방식의 변천은 고부조-저부조와 선각으로 흘러가는 우리나라 마애불 조성 방식과 유사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변화가 양국간 문화 교류의 결과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동일한 재료 안에서 비슷한 변천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토미카와 마애불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오오노지 미륵마애불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응회암의 마애불-일본 마애불의 토착화
응회암(凝灰巖)은 화산지대가 많은 일본에 다수 분포하고 있다. 응회암은 화산 분화시 화구에서 분화한 화산재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석으로, 경도가 약하여 채굴이 용이한 반면 쉽게 변질되고 풍화에 약한 특성을 가진다. 응회암은 일본 전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특히 큐슈(九州) 지역에는 아소산(阿蘇山)의 화산 작용으로 인하여 형성된 용결응회암(鎔結凝灰岩) 지대가 다수 분포한다. 이러한 자연적 요인은 오이타현에 마애불이 집중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였다. 오이타현의 산지에 형성되어 있는 응회암 지대는 고부조의 불상 제작 및 석굴사원 조성에 용이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지형 조건을 잘 활용하여 일본 오이타 지역 내에는 많은 마애불이 조성되었고, 이 중에는 석굴사원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 많다. 일본에서 불교가 성행하고 이에 따른 불상 조각의 기술이 발달함과 동시에, 일본 전역에서는 응회암을 활용한 마애불의 조성도 활성화되었다. 특히 응회암지대가 많이 분포하고 있는 오이타현에서는 헤이안-가마쿠라시대에 걸쳐 많은 마애불이 조성되어, 일본 마애불의 5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조성될 정도로 성행하였다.
일본 응회암 마애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우스키 마애불(臼杵磨崖仏, うすきまがいぶつ)이다. 우스키마애불은 넓은 계곡을 두고 형성된 응회암 지대에 총 4개의 석굴을 조성하였으며, 각 석굴마다 대일여래를 비롯한 많은 존상들을 조성하였다. 이러한 석굴사원의 형식은 용문석굴(龍門石窟)을 비롯한 중국 석굴 사원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우스키 마애불은 중국 석굴 사원의 형식에 일본의 불상 양식과 신앙 형태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마애불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스키 마애불-호키석굴 제1군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우스키 마애불-호키석굴 제2군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우스키 마애불과 인접한 지역에 있는 분코오노시(豊後大野市, ぶんごおおのし)에는 다수의 마애불이 분포하고 있다. 이 마애불군 역시 응회암의 암벽을 활용하여 조성되었다. 스가오 마애불(菅尾磨崖仏, すがおまがいぶつ)은 규모는 작지만 우스키 마애불과 비슷한 양식과 제작 방식을 갖추고 있다. 분코오노 이누카이마애불(犬飼石仏, いぬかいせきぶつ)과 후코지 마애불(普光寺磨崖仏, ふこうじまがいぶつ)은 부동명왕(不動明王)을 주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마애불과의 도상적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례이다. 부동명왕은 특히 일본 불교 문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신앙되었던 존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확인된 사례가 없다. 부동명왕을 주존으로 하는 마애불의 사례는 석굴사원이라는 중국 불교문화의 형식과 일본의 신앙 형태가 결합하여 토착화된 과정을 잘 보여준다.
스가오 마애불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후코지 마애불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일본의 응회암 마애불은 중국 석굴 사원과 비슷한 환경적 요건을 갖추고 있어, 석굴의 굴착, 고부조의 제작 방식, 군상 조성 등에 있어서는 원류인 중국의 석굴 사원을 잘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응회암질의 마애불이 극소수 남아 있지만, 석굴 사원 형식과는 차이가 있고 모두 독존으로 조성되었다. 한·일 응회암 마애불의 비교를 통해, 비슷한 환경 안에서도 신앙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제작 방식도 변화·적응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집필자 : 박영민(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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