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 소개

수륙재 집전을 위해 편찬한 방대한 분량의 조선 후기 의례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도림사, 1709) ⓒ불교학술원
문헌 제목 풀이
‘천지’는 우주 전체를 가리키고, ‘명양’은 저승인 명계(冥界)와 이승인 양계(陽界)를 의미한다. ‘수륙재’는 육지와 물에서 죽은 고혼을 달래는 불교 의례이며, ‘범음’은 본래 대범천왕이나 부처가 내는 청정한 소리를 뜻하지만, 후대에는 독경이나 염불 소리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산보’는 덜어내고 보충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은 온 우주의 명계와 양계에 속한 수륙의 고혼을 위로하는 의식의 범음을 정리하고 보충하여 집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헌 맛보기
이 요령 흔들어 간절히 청하오니 영가시여, 두루 듣고 아소서. 바라건대 삼보의 가지(加持)하신 힘 입어 오늘 이 시간, 이 법회에 강림하소서. · 백 가지 풀 가운데 한 맛이 새로우니 조주 스님은 예부터 몇천 사람에게 권하셨던가. 돌솥에 강심수(江心水)를 가져다 달였사오니 바라건대 선령(仙靈)이시여, 고통의 윤회를 쉬게 하소서.
저자
지환(智還,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
책머리에 ‘海東沙門 智還 集’이라는 기문이 있어 편자가 ‘지환’인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인 지환 스님에 대한 전거(典據)는 어느 곳에서도 밝혀진 바가 없어 저자의 생몰 연대라든가 활약상에 대해서는 상고해 볼 수가 없다. 다만 계파 성능(桂坡 聖能)이 쓴 발문(1723)에 “중세 이후에는 범패를 익힌 사람이 대부분 그 바른 법을 잊었는데, 근대 지환 노스님이 계셔서 홀로 그 종지를 터득하여 승려의 세계에 명성을 떨쳤으니, 그것은 아마도 총민하고 두루 통달한 재주로써 독실하게 공부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같은 해 월주 자수(月洲 子秀)가 쓴 발문에 “지환 스님은 진실로 공문(空門)의 거벽이요 범음(梵音)으로써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분이다. 개연히 분출하여 여러 곳에서 고금에 남겨 준 책들에서 두루 따다가 모든 범패를 하는 가문의 고추(古錐)와 강원의 기애에게 질정하여 남겨 두어야 할 것과 버릴 것, 옳은 것과 잘못된 것을 가려서 번거로운 것은 삭제하고 빠진 것은 보완하여 모아서 책 1질을 만들어서 3축으로 나누어 놓았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으로 보아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기에 활약하셨던 범패의식에 전문적인 지식을 함양하여 그 명성이 당시 불가에 크게 떨쳤던 유일한 스님이 아닌가 추정된다.
구성과 내용
수륙재 집전을 위해 편찬한 의례서이다. 1721년 양주 삼각산 중흥사에서 3권 2책의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저승과 현세의 수륙에 떠도는 무주 고혼을 천도하기 위한 재의 의식 방법과 절차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상·중·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머리에는 석실 명안과 무용 수연의 서문이 수록되어 있으며, 「지반 3주야 17단 배설도」, 「예수 2주야 10단 배설도」, 「상·중·하 3단 시련 위의도」, 「상단 봉송 위의 역회도」, 「중·하단 봉송 위의 순회도」 등의 도판이 함께 실려 있다. 상권에는 혼령을 청하는 의식인 대령(對靈)을 비롯하여, 향을 피우며 수행하는 분수(焚修) 작법, 그리고 사리·가사·전패·금은전·시주물·경함·괘불 등을 옮기는 이운(移運) 의식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재를 설행할 때의 의식과 보청의 절차, 각종 운반 및 준비에 관한 법규, 설주 입장 의식, 종을 치며 행하는 품례와 영산작법 절차 등이 재전과 재후로 나뉘어 상세히 제시되어 있으며, 결수작법·운수단 작법과 시왕에 대한 대례 및 공양 의식문도 포함되어 있다. 중권에는 「지반 3주야 작법 절차」와 「예수재 작법 절차」가 재전과 재후로 구분되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선문 조사에 대한 예참, 성도재 작법, 불상 점안 의식, 설선 작법, 세배 의식, 주간 가마 봉행 절차, 별식당 작법, 총림의 사명일 시식 절차, 명일 특별 대령 시식 법규, 상당축원, 육색장축원 등 다양한 의식문이 포함되어 있으며, 권말에는 불교 장례의식인 다비문이 실려 있다. 하권에는 풍백우사단 작법, 가람단 작법, 당산 천왕단 작법, 당산 용왕단 작법, 예적단 작법, 범왕단 작법, 제석단 작법, 사천왕단 작법, 성황단 작법, 예수작법, 자기 첫권 작법, 가등 작법, 따로 만든 삼보단 작법, 다음 4일째 중권 비로단 작법, 수중단 작법, 천선단 작법, 지기단 작법, 다음 5일째 하권 시왕단 작법, 시왕단 작법, 종실단 작법 의식, 3대 가친단, 주인 없는 고혼단, 시식단 법규, 3권 자기문 10권 자기문과 7주야간 작법규범, 10권 자기문 3주야 작법규범, 3권 자기문 3주야 작법규범 등 작법 절차와 규례가 수록되어 있다. 책 말미에는 교정과 간행에 참여한 인물 및 시주자 명단을 기록한 시주질이 수록되어 있으며, ‘강희 60년(1721, 경종 원년) 신축 9월 경기 양주 삼각산 중흥사 개판’이라는 간기가 확인된다. 이어 계묘년에 작성된 월주 자수와 계파 성능의 발문이 실려 있다.
특징과 의례사적 의의
내용적 특징
본서는 불·보살뿐 아니라 풍백·우사·제선·용왕·성황신 등 민간신앙의 여러 신격까지 불교 의례의 대상으로 폭넓게 수용하고 있어 민속신앙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중국과 한국 역대 왕실의 성왕, 조선 왕실의 국왕과 후비·장상 등에 대한 향사 의식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징적이다. 아울러 조선 시대의 여러 의례서와 비교할 때 내용이 매우 상세하며 다양한 신앙 요소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수록된 영산작법절차는 현행 영산재와 거의 일치하면서도 현재는 시행되지 않는 절차까지 함께 전하고 있어, 영산재의 전승 과정과 불교 의례의 실제 및 변천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의례사적 위치와 의의
1721년 『범음산보집』 편찬 이후 19세기 『작법귀감(作法龜鑑)』과 20세기 『석문의범(釋門儀範)』이 등장하기 전까지 약 100년간 가장 중요한 불교 의식집으로 통용되었다. 후대 의식집들은 이 책의 체계와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보완되었다. 또한 『범음산보집』은 한국 불교 3대 의문 중 하나로, 수륙재·예수재 등 전문 재 의식에 집중한 최초의 체계적 의식집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18세기 초 혼란스러웠던 불교 의례의 체계를 정비한 전거이자 이후 의식집의 모본이 되었으며, 한국 불교 의례사의 전개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문헌으로 평가된다.

관련기사

관련자료

  •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
    도서 지환, 김두재 역 | 서울: 동국대학교출판부. | 2012 상세정보
  • 더보기  +

지리정보

    • 내용
  • 위로
  • 불국토
    문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