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 보살계를 대표하는 유가계본과 범망계본의 쟁점에 대한
원효의 화쟁적 사유를 담은 논문
문헌 제목 풀이
1920년대 조선불교회에서 필사한 『보살계본지범요기』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보살계본(菩薩戒本)’은 『범망경』과 『유가사지론』에서 보살계를 설한 부분을 별도로 지칭하는 말이고 ‘지범(持犯)’은 계를 지키는 것과 범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본서의 핵심주제를 나타낸 것이며, ‘요기(要記)’ 그러한 주제와 관련된 연구성과의 요점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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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홀로 청정한 것으로 인해
잡다하게 번뇌에 물든 세간에 머물면서도,
이것으로 번뇌에 물든 대중을 억압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평등하게 공경하는 마음을 내게 하려고 한다면,
머리에 해와 달을 이고 다니면서도 그 어둠을 물리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스스로 기연(機緣)을 아는 큰 성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옛날의 뛰어난 현인이 그 자식을 가르치면서
“삼가 착한 행위를 하려고 하지 말아라.”라고 하였더니,
그 자식이 대답하기를 “그렇다면 악한 행위를 해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하였고,
아버지가 말하기를 “착한 행위도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인데
하물며 악한 행위임에랴.”라고 한 것이다.
구성과 내용
원효는 보살계의 위범을 판정하는 기준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크게 세 문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다. 첫째는 경계와 중계의 문이고, 둘째는 얕게 이해하는 것과 깊게 이해하는 것의 문이며, 셋째는 궁극적인 관점에서 지키는 것과 범하는 것을 밝힌 문이다.
첫 번째 문에서는 유가계본 4타승처법(他勝處法, 重戒)의 제1계인 자찬훼타계(自讚毁他戒, 자신을 찬탄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것을 금한 것)를 통해 구체적 상황 속에서 계의 위범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였다. 이 문에서는 자찬훼타라는 외적으로 동일한 행위를 했어도 단지 외적 행위만을 판정기준으로 삼지 않고 그 내적 동기를 다양하게 고려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판정을 내리는 것을 허용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문에서는 범망계본 10중계의 제7계인 자찬훼타계를 통해 계의 위범여부는 경에서 쓰여진 대로 이해해서는 안되고, 그 의미를 깊이 사유하여 판정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원효는 어떤 사람은 계를 있는 그대로 지키지만 실상은 죄를 얻는 경우가 많고, 어떤 사람은 계의 깊은 뜻을 이해하여 상황에 따라 위범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큰 복을 얻는 경우가 많은 현실적 상황을 제시하여 범망계본을 원리주의적으로 이해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세 번째 문에서는 계·죄·계를 수지하는 사람의 셋이 청정하여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님을 깨달아 두 극단을 떠나는 것이 계바라밀임을 밝혔다.
원효는 보살계의 적용에 있어서 외적 행위보다는 내적 동기를 중시할 것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신라 교단에서 통용되던 원리주의적인 형태의 파계의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고 동기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쟁론적 상황을 해소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보살도를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제1장 경중문(輕重門) : 계를 지키고 범함의 경중을 밝힘
제2장 천심문(淺深門) : 계를 지키고 범하는 심천을 밝힘
제3장 구경지범문(究竟持犯門) : 궁극적으로 계를 지키고 범함을 밝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