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질(施主秩)은 발원문의 일부로, 불상을 조성할 때, 재료나 비용을 베풀어 공덕을 쌓은 사람들의 명단을 적은 부분을 가리킨다. 조선시대의 복장 발원문은 보통 불상 조성의 경위와 제작 연도, 사찰과 불상 봉안 전각, 발원 내용, 왕과 왕비 및 왕세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내용, 연화질(緣化秩), 시주질 등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시주질은 발원문의 주요한 구성요소이며, 자신의 신행과 공덕이 부처님께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기는 것이므로 불사에 참여한 입장에서 볼 때는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발원문 전체가 시주자 명단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보인다.
<그림 1> 순천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_담황색 명주 시주질
시주물목
현재 많이 발견되는 조선후기 불상의 시주물목은 다양한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시주물목을 유형별로 구분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1. 재료
불상의 제작과 중수에 필요한 재료들로, 나무, 황금(黃金), 오금(烏金), 옻칠[柒色] 백색 및 녹색 안료[眞粉, 三綠], 아교[牛膠] 등 다양한 물질이 포함된다. 이들 재료는 불상의 형상과 외관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2. 복장물
불상의 내부에 안립하는 물품들로, 후령통(喉鈴筒), 원경(圓鏡), 방경(方鏡), 오색사(五色絲), 오방색 비단(홍초, 청초, 황초, 백초), 우황(牛黃) 등이 다수를 이룬다. 이들은 복장(腹藏)의 내적 의미와 종교적 신성성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의식용
불교의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물품들로, 인등(引燈), 등촉(燈燭)의 불을 밝히는 물품과, 꿀[淸蜜]과 같은 공양물, 그리고 다라니나 경전을 찍어 내는 종이를 가리키는 경지(經紙)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시주물목은 불교 의식의 원활한 진행과 공덕을 쌓기 위한 물목 들이다.
4. 기타
목조 불상의 조립과 고정을 위한 철물(鐵物) 시주를 비롯해, 의식에서 공양물로 쓰일 식재료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한 땔감 등이 포함된다. 불상의 제작과 의식의 원만한 진행을 위하여 작지만 필요한 시주품이다. 시주질에는 이러한 아주 작은 시주물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그 공덕을 기리기 위해서 빠뜨리지 않고 기록되었다.
시주자의 계층과 시대별 변화
복장의식에서 시주자의 계층과 역할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다. 13세기까지는 왕실과 귀족 계층이 불사(佛事)에 주로 참여하였으며, 사회적 신분이 불사 참여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14세기 들어 재가신도의 경제력이 중시되면서, 지방 호족, 관료, 승려,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이 불사의 주도자로 나섰다. 이들은 왕실이나 귀족만큼의 재력은 없었지만, 불사에 필요한 재시(財施)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불교 의식의 주도 계층이 점차 확대되고 불사의 후원자가 다변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조선 중기로 접어들면서 시주자의 사회적 신분과 역할은 더욱 세분화되었다. 발원문에는 재정적 후원자인 시주질(施主秩)과 불사 실무를 담당한 연화질(緣化秩)이 구분되어 기록되었으며,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양인(良人)들도 불사의 후원자로 활발히 참여하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많은 사찰과 불상이 파괴되었고, 왕실의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찰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민중의 후원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양인들이 적극적으로 불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들의 발원문에는 무병장수, 자손 번창과 같은 개인적인 소원들이 명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불사의 후원 계층이 점차 확대되었음을 보여주며, 복장의식이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종교적·문화적 행사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그림 2> 군산 동국사 소조석가여래삼존상 가섭존자 복장_시주질 확대
· 집필자 : 불교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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