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불상들은 단순한 조각이 아닌, 엄격한 의례를 통해 부처님의 진신(眞身)으로 탄생한다. 『조상경(造像經)』은 이러한 불상 조성의 의례를 상세히 담고 있는 경전으로, 태장계와 금강계 만다라의 깊은 교리를 바탕으로 자륜관(字輪觀), 관정(灌頂), 수인(手印)과 진언(眞言) 등 다양한 밀교 수행법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불상 제작법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무정(無情)의 형상에 부처님의 참된 생명력을 불어넣는 의궤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의궤 양상
1. 자륜관
『조상경』에 나타나는 자륜(字輪)관은 수행자가 마음속에 그리는 달과 같은 원인 심월륜(心月輪) 위에 부처님의 종자자(種子字)를 떠올려 관상(觀想)하는 수행법이다. 이때 종자자가 여러 글자로 변화하는 현상을 자륜이라 하며, 수행자는 이를 통해 자신과 부처님의 공덕이 하나가 됨을 체험한다. 『조상경』 「옴아훔의해(唵阿吽義解)」편에서는 옴(oṃ)자를 정수리 위, 아(ā)자를 입속(인후), 훔(hūṃ)자를 가슴 중앙과 연결하여 각각 보리(菩提), 반야(般若), 법계(法界)를 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입아아입(入我我入)을 이루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 관정
관정(灌頂)이란 ‘뿌려진 물에 의해 정화되는 것’, 혹은 ‘신성화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밀교에서 관정은 이러한 쇄수(灑水)의 의미와 더불어 사자상승(師資相承)[1]스승에서 제자로 가르침을 전함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조상경』에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남방 황색 마니보병은 보생바라밀보살을 표시한다. … 보병을 가지하여 대관정을 받으면 여러 진귀한 보배가 원만해짐을 얻는다 …[2]유점사본 『조상경』, “南方 黃色摩尼寶甁 表寶生波羅密菩薩… 加持寶甁 授大灌頂 獲諸珍寶圓滿…”
여기에서는 황색 마니보병이 보생바라밀보살을 표시한다고 하여, 관정 의식이 단순한 쇄수 과정일 뿐만 아니라, 보살의 공덕이 스승을 통해 제자에게 전해지는 성스러운 전법(傳法)의 과정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보병은 관정을 받아 단순한 물건에서 불성(佛性)를 지닌 인격체로 거듭나게 된다.
3. 삼종실지
삼종실지(三種悉地)는 비밀실지, 입실지, 출실지로 구성된다. 밀교의궤[3]『삼종실지파지옥 전업장출삼계비밀다라니법(三種悉地破地獄轉業障出三界秘密陀羅尼法)』에 따르면, 수행자는 세 가지 오자주(五字呪)의 실천을 통해 각각의 실지를 성취할 수 있다. 출실지 아파라차나(a.ra.pa.ca.na) 주송으로 하품의 실지와 화신(化身)을, 입실지 아비라훔칸(a.vi.ra.hūṃ.khaṃ) 오자주로써 중품의 실지와 응신(應身)을, 비밀실지 아밤람함캄(a.vaṃ.raṃ.haṃ.khaṃ) 오자의 주송으로 상품의 실지와 법신(法身)을 체득하여 각각 소천계, 중천계, 대천계를 유행하게 된다.
4. 수인과 진언
수인(手印)과 진언은 '몸과 입으로 부처의 공덕을 체현하는 것', 혹은 '성스러운 가르침을 구체화한다'는 차원에서 삼밀수행(三密修行)[4]신(身)·구(口)·의(意) 세 가지 행위를 통한 수행.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겨진다. 수인과 진언을 통한 수행법은 『조상경』에 상당히 풍부하게 드러나는데, 그중 하나의 예는 다음과 같다.
동방 염만달가대명왕 아촉화신진언 · 구소인
수인: 양손의 약지는 모두 갈고리 모양으로 하고 엄지는 비틀고, 중지는 구부리고, 오른손 검지는 펴고, 왼손 검지는 감싸고, 소지는 좌측을 향하여 인(도장)을 완성한다….
진언: 옴 바즈라크로다 훔 훔 훔 팟 팟 팟 아트마코함(oṃ bajrakrodha hūṃ hūṃ hūṃ phaṭ phaṭ phaṭatmakohaṃ)
여기에서는 구소인이라는 수인과 진언이 함께 설해지고 있어, 밀교의례가 단순한 외형적 행위가 아닌 신·구 양면의 총체적 수행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수인과 진언은 수행자로 하여금 평범한 인간에서 부처의 공덕을 구현하는 존재로 거듭나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
사상 기반
『조상경』에 나타나는 수인법, 관정, 관상법 등의 의궤적(儀軌的) 실천은 밀교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밀교의 주불인 비로자나 법신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태장계(胎藏界) 만다라와 금강계(金剛界) 만다라의 사상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태장계 만다라는 『대일경(大日經)』을 근거로 한다. 여기에서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아촉불, 보생불, 아미타불, 불공성취불로 구성되는 오여래(五如來)와 불부(佛部), 연화부(蓮華部), 금강부(金剛部)로 이루어지는 삼부(三部)의 구조를 통해 부처님의 자비와 우주의 본질을 상징한다. 이는 수행자가 만다라를 관상함으로써 우주의 실상을 체득하고 궁극적 깨달음에 이르도록 돕는다.
금강계 만다라는 『금강정경(金剛頂經)』을 기반으로 하며, 성신회(成身會)를 중심으로 사방에 금강부(金剛部), 보부(寶部), 연화부(蓮華部), 갈마부(羯磨部)의 오부(五部)가 중심이 된다. 여기서 중앙 성신회는 중앙의 대일여래를 포함하여 오불과 그 주위를 둘러싸는 사바라밀보살을 비롯한 삼십칠존으로 구성된다. 또한 오부의 부처님을 상징하는 오륜종자(五輪種子)는 비로자나불을 비롯한 오불의 지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조상경』에는 이러한 오불, 오부 및 삼십칠존의 명칭과 오륜종자의 개념이 빈번히 등장하며, 각각의 복장 물목이 이들 개념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조상경』은 밀교의 만다라 사상을 기반으로 수행자가 법계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의궤적 실천을 제시하는 의례서이다.
· 집필자 : 불교의례팀
관련주석
- 주석 1 스승에서 제자로 가르침을 전함
- 주석 2 유점사본 『조상경』, “南方 黃色摩尼寶甁 表寶生波羅密菩薩… 加持寶甁 授大灌頂 獲諸珍寶圓滿…”
- 주석 3 『삼종실지파지옥 전업장출삼계비밀다라니법(三種悉地破地獄轉業障出三界秘密陀羅尼法)』
- 주석 4 신(身)·구(口)·의(意) 세 가지 행위를 통한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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