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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경』의 성립과 변천

문헌 기록과 현존하는 유물을 통해 볼 때, 한국 불교의 복장의식은 늦어도 12~13세기에는 규범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낙산관음복장수보문(洛山觀音腹藏修補文)」과 민지(閔漬, 1248~1326)의 「국청사금당주불석가여래사리영이기(國淸寺金堂主佛釋迦如來舍利靈異記)에 따르면, 당시 복장의식에서도 사리(舍利), 오향(五香), 오약(五藥), 비단 주머니 등의 물목이 언급되고 있으며, 고려 중후기의 복장유물에서도 이러한 물목이 일정하게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장의식의 정형화 과정에는 의식의 절차와 의미를 밝힌 의례문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서는 16세기 후반에 간행된 용천사본 『조상경』이 가장 오래된 복장 의례문으로 확인된다. 용천사본 『조상경』은 물론 이전 시대의 복장 의례문을 기반으로 정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조상경』은 용천사본 이후 다양한 사찰에서 활발하게 개판되어 널리 보급되다가 19세기 유점사(楡岾寺) 판본에 이르러 그 절정에 이르렀다.
16세기 용천사본『조상경』의 성립과 특징
현존하는 기록에 따르면, 『조상경』은 1575년 담양의 용천사(龍泉寺)에서 간행되었다. 이 의례집은 원래 『제불보살복장단의식(諸佛菩薩腹藏壇儀式)』이라는 이름으로 판각되었으며, 이후 조선시대의 조상의문(造像儀文) 체제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간행된 모든 『조상경』은 용천사본의 체제를 따르며, 그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조상 행위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장일람경 조상품(大藏一覽經 造像品)」, 다른 하나는 실제 의례 수행의 절차를 상세히 다룬 「제불보살복장단의식(諸佛菩薩腹藏壇儀式)」이다. 용천사본은 고려 후기 복장의식을 반영한 의식문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 복장의식에서는 '합(盒)' 또는 '팔엽통(八葉筒)'이 지금의 '후령통(喉鈴筒)'을 대신했으나, 조선 전기에 이르러 '후령통'으로 정착되어 현재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용천사본에서는 여전히 '팔엽통'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17~18세기 『조상경』의 지속적 간행
17~18세기 조선시대에 『조상경』은 용천사본을 저본으로 하여 여러 사찰에서 지속적으로 간행되었다. 대표적인 간본으로는 1697년 숙종 23년에 간행된 고흥(高興) 능가사본(楞伽寺本), 1720년 숙종 46년에 간행된 용강(龍岡) 화장사본(華藏寺本), 1740년 영조 16년에 간행된 함흥(咸興) 개심사본(開心寺本), 그리고 1746년 영조 22년에 간행된 상주(尙州) 김룡사본(金龍寺本)이 있다. 이들 판본은 모두 용천사본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여, 『대장일람경 조상품(大藏一覽經 造像品)』과 『제불보살복장단의식(諸佛菩薩腹藏壇儀式)』이라는 두 개의 주요 편목을 유지하며, 불상 및 불탑의 조성과 관련된 의례적 내용을 상세히 수록하고 있다. 이들 판본 중에서 화장사본(華藏寺本)은 판식의 특징이 다른 판본들과 구별되고, 글자의 이각(異刻)이 다수 확인된다는 점에서 별도의 판본 계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 구성과 내용은 용천사본(龍泉寺本)을 그대로 계승하였다. 용천사본 이후의 판본들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고흥(高興) 능가사본(楞伽寺本)과 상주(尙州) 김룡사본(金龍寺本) 등에서 「불설불모반야바라밀다대명관상의궤(佛說佛母般若波羅密多大明觀想儀軌, 이하 ‘대명관상의궤’)」가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대명관상의궤」는 다라니 문자를 관상하는 수행법을 상세히 설명한 의궤로, 이 의궤의 첨가는 당시 의례 현장을 반영하여 아사리의 관상 작법을 보다 규범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다음 시기의 유점사본에서 보다 분명하게 「금강아사리관상의궤(金剛阿闍梨觀想儀軌)」로 정립되었다.
19세기 유점사 『조상경』의 개간
1824년, 유점사(楡岾寺)에서 『조상경』이 전면 개간되었다. 당시 간행된 판본들은 용천사본(龍泉寺本)을 저본으로 삼아 번각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오탈자와 내용 오류가 발생해 불복장 의식의 정확한 수행에 장애가 되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유점사에서는 『조상경』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고증하고, 전면적으로 개간하였다. 유점사본 『조상경』의 개간은 의례 문헌으로서의 『조상경』의 의의를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화악 지탁(華嶽知濯) 스님은 용천사본을 기준으로 당시 유통되던 다양한 불교의식집을 참고하여 본문을 정리하고, 새로운 편목을 첨입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대장일람경 조상품(大藏一覽經 造像品)」, 「제불보살복장단의식(諸佛菩薩腹藏壇儀式)」 외에도 「금강아사리관상의궤(金剛阿闍梨觀想儀軌)」와 「불설불모반야바라밀다대명관상의(佛說佛母般若波羅蜜多大明觀想儀)」, 「점안문제진언(點眼文諸眞言)」 등의 새로운 편목이 첨입되었다. 유점사본 『조상경』은 조선 후기 복장의식의 표준을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복장의식의 기준이 되어 의식의 의미와 정통성을 보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 집필자 : 불교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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