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복장의식(腹藏儀式) 곧 불복장의식(佛腹藏儀式)은 신앙의 대상인 불상의 내부에 동참자의 소망을 담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대중의 종교적 심성을 깊이 반영한다. 이는 초기 사리신앙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고려시대에 이미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공간적·의식적 규범을 갖춘 의례로 발전하였다. ‘복장(腹藏)’이란 용어도 이 시기에 정착되었다. 복장물은 밀교사상과 결합되어 구체적인 물목(物目)으로 제시되었으며, 이를 통해 한국 고유의 불복장이 형성되고 전개되었다. 또한 조선시대에 『조상경(造像經)』이 간행되어 이를 기반으로 복장의식과 점안의식(點眼儀式)이 체계화되고 정형화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불복장은 사상과 물목, 그리고 의식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한국 불교와 미술의 역사적·사상적·예술적·특수적 산물로써 그 가치와 의의가 매우 크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입장을 좀 더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첫째, 1천여 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가운데 단절 없이 전승되어온 역사성을 들 수 있다. 불복장의식은 고려시대부터 설행된 의례로, 다른 불교의례와 달리 물목과 형식, 의례절차 등에서 별다른 변형 없이 오늘날까지 전승되어오고 있다. 이는 조선 전기부터 불복장의례의 규범이 되는 의식문이 『조상경』이란 형태로 정립되었고, 세부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사상적·교리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님들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전수되어온 특성으로 인해 공동체 행사나 전통문화를 탄압당했던 일제강점기에도 단절 없이 전승의 맥을 이어왔다. 특히 복장의 중심을 이루는 다양한 물목들과 경전 및 발원문(發願文)·조성기(造成記)·연기문(緣起文)·시주질(施主帙) 등의 문서에는 전통문화의 다면적 양상이 담겨 있어 조성 당시의 문화와 예술, 생활풍습, 의식 등을 알 수 있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 또한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개봉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공개된 복장물은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이러한 불복장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무형(의식)과 유형(유물)의 역사를 함께 전승해 온 점은 그 문화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의식에 담긴 뛰어난 사상성과 예술성을 들 수 있다. 불복장의식의 절차와 의례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면서 놀라울 만큼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다. 오보(五寶)·오곡(五穀)·오약(五藥)·오향(五香) 등 다섯 묶음으로 구성된 13개 물목의 정밀한 납입의식은 종교적 장엄미와 정형미가 뛰어나다. 이는 시간적 계절과 공간적 방위의 일체를 압축하여 함장(咸藏)하는 의미로서 우주의 순환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방위를 뜻하는 동남서북은 무한한 공간성을 상징하며, 시간을 뜻하는 춘하추동은 무한한 시간성을 상징한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둘로 보기도 하나, 이 둘을 하나로 보기도 한다. 즉, 봄은 동쪽, 여름은 남쪽, 가을은 서쪽, 겨울은 북쪽에 배대 시켜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은 확대되어 오색으로도 연결되는데, 이는 시간과 공간을 서로 연결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복장물에 대하여 세속적 관점의 물목이 아닌 종교적 관점에서 무한한 공간성과 시간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불복장에서는 ‘오보병(五寶甁)→후령통(喉鈴筒)→황초폭자(黃綃幅子)→불상 내부’로 네 차례에 걸쳐 거듭 함장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각 단계 속에서 오륜종자(五輪種子)에 의해 싹이 튼 보신(報身)·화신(化身)이 법신(法身)을 상징하는 후령(喉鈴)을 울리면, 불사리로 오색을 타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각 방위에 따른 오보병도 종자(種子)의 역할을 하여 비로소 중생세계에서 필요한 곡식과 약과 향 등이 끊이지 않게 된다는 종교적 상징성을 지니는 것이다.
셋째, 보편성 속에 한국적인 독특한 특수성이 뚜렷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불복장은 불교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의식이지만, 우리의 문화토양과 결합되어 의례의 절차와 의례요소는 물론, 의식문의 정립 등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교의례는 소의경전과 의궤에 근거하기에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불교의례가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의 복장의식과 점안의식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반영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복장의식에서는 증명단(證明壇)을 설치하고 지공(指空), 나옹(懶翁), 무학(無學)의 삼화상(三和尙)을 모시고 설행하는 절차가 들어가 있어서 한국불교문화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일본에서는 인체의 오장(五臟)을 모형화한 복장물이 성행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사례가 전혀 없을뿐더러, 『조상경』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오장육부라는 직접적인 요소를 상 내부에 안립하여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후령과 후령통의 상징성으로 이러한 생명력을 드러내었다. 고려시대에는 생명력의 상징을 목[喉]에 납입한 방울[鈴]로 드러냈다면, 조선시대에는 법력으로 함장된 물목의 기운이 후령통의 관[喉穴]을 통해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장치로써 이를 드러내었다. 이러한 특성들은 모두 한국적 관념과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복장의식은 불교의 정신적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예술성과 역사성 그리고 독창성을 아우르는 한국문화로서 그 가치와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 집필자 : 불교의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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