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원형 주실에는 10구의 승려상이 있다. 본존상 바로 뒤에 서 있는 십일면관음보살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 5구씩 모두 10구이다(그림 1).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240-250cm 크기이다. 10구의 승려상은 석굴암 주실 벽면에 원을 그리며 서 있는 15개 부조상 가운데 2/3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도 크다. 10구 가운데 1구만 정면을 보고, 나머지 9구는 모두 측면을 바라보도록 조각했다(그림 2). 고개를 돌린 9구 가운데 8구는 입구 즉 바깥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으며, 1구만 십일면관음보살상을 향했다.
그림 1. 석굴암 본존과 주변 ⓒ박진호
그림 2. 석굴암 10구의 승려상 ⓒ박진호
복장은 모두 인도식의 끈 없는 가사를 둘렀다. 이 가운데 8구는 가사 가운데서도 작은 천 조각을 이어붙인 할절의(割截衣)를 걸쳤는데, 할절의는 출가승이 버려진 천을 기워입은 데서 유래한다. 할절의를 몸에 두른 형식은 다양하여 오른쪽 어깨를 완전히 드러내도록 걸치기도 하고, 가사 자락이 오른쪽 어깨를 반달 모양으로 살짝 가리도록 걸치기도 했지만, 10구 가운데 7구는 양쪽 어깨를 덮었다. 또 10구 모두 둥근 모양의 깔개 위에 섰는데, 깔개의 모양도 모두 달라 다채로우며, 서 있는 발 모양도 제각각이다. 두 발을 벌리고 있기도 하고,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있기도 하다. 이국적인 신발 모양도 모두 제각각인데 2구는 샌들을, 나머지는 신코가 뾰족한 신발을 신었다(그림 3).
그림 3. 승려상 발 부분
10구의 승려상 가운데 5구는 손에 무언가를 들었다. 2구는 자루가 달린 손향로[柄香爐]를 들었고, 3구는 각각 정병(淨甁), 발우(鉢盂), 그리고 두루마리 경전을 쥐었다(그림 4). 정병은 부처님께 바칠 깨끗한 물을 담는 병을 말하며, 발우는 사찰에서 사용하는 승려들의 음식 그릇을 일컫는다. 승려상이 손에 든 손향로, 정병, 발우는 마치 한 세트처럼 함께 출토되는 경우가 많아 당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불교공예품임을 알 수 있다.
그림 4. 승려상이 손에 든 향로, 정병, 발우
입구 오른쪽 네 번째 승려상은 돌돌 말린 경전을 입 가까이 대고 있고, 나머지 5구는 양손을 모아 합장하거나 가사 자락을 쥐었다(그림 5).
그림 5. 경전을 든 승려상(좌, ⓒ임영애)과 합장하는 승려상(우,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이들 가운데 손향로를 든 두 승려상은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서로 대칭으로 서 있다(그림 6). 손향로는 자루 끝이 새 꼬리 모양이며, 사찰에서 출토된 손향로와 같은 모양이어서 실제로 사용하던 물건을 그대로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입구 쪽 가까이에 서서 손향로를 쥐고 있는 좌우의 승려상은 매부리코의 이국적인 얼굴을 하고 있으며, 가장 나이 든 모습이다. 두 상 모두 손향로를 들고 입구를 바라보며 섰는데, 이때 손향로는 불법(佛法)을 전하는 상징적인 도구이면서, 무리를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입구 쪽을 향해선 좌우 첫 번째 승려상이 손향로를 들고 있는 것은 그들이 뒤따르는 승려들을 인도하며 불법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6. 손에 향로를 든 승려상들 ⓒ박진호
승려상의 명칭에 관한 해석들
그렇다면 이들 10구의 승려상은 누구인가. 지금까지 이 10구의 승려상을 석가모니 재세 시 활약했던 석가모니의 대표 직제자 10명, 즉 ‘십대제자(十大弟子)’라고 보는데 특별히 다른 의견은 없었다. 승려상이 마치 석가모니불을 에워싸듯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10구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동아시아 불교미술에서 십대제자를 대표하는 가섭과 아난은 늘 쌍을 이루며 본존의 좌우에 위치하는데, 가섭은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인의 모습으로, 아난은 총명하고 생기 있는 젊은이로 표현된다. 그런데 석굴암 승려상들을 자세히 보면, 대칭을 이룬 상 가운데 ‘나이 든 승려’와 ‘젊은 승려’가 짝을 이룬 예가 없고, 오히려 좌우 승려가 같은 연령대이다. 즉 입구 쪽에는 나이 많은 승려가, 안쪽의 십일면관음보살상 좌우에는 젊은 모습의 승려가 서 있다. 얼굴 모습도 나이 많은 승려는 이국적이지만, 젊은 승려는 동양적이다.
이에 일부 연구자는 십대제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10구의 나한상’ 혹은 ‘십대제자 가운데 일부와 각 종파의 조사상’일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는 화엄에서 완전한 수[圓數]로 여기는 10에 의거한 ‘10구의 승려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석굴암 제작자가 ‘십대제자’를 의도했다면 왜 ‘십대제자’를 대표하는 가섭과 아난을 좌우 대칭으로 두지 않았는지, 또 이들의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는 상은 왜 찾을 수 없는지 궁금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좀 더 포괄적으로 10구의 승려상으로 봐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승려상 가운데 불법(佛法)을 전하는 ‘행도승(行道僧)’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석굴암과 같은 시기인 8세기 중국에는 ‘불법을 전하고 다니는 행도승’을 표현한 미술작품이 존재하고 있었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입구 쪽 좌우의 나이 든 승려상이 ‘인도(引導)’와 ‘전법’을 상징하는 ‘손향로’를 들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십대제자가 아닌데도 하필 10구인 이유는 화엄의 원수(圓數)인 ‘10’에 행도승의 수를 맞춘 것이라고 보았다.
고대 동아시아의 승려상은 사실 가섭과 아난을 제외하고는 누가 누군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통상 승려상의 숫자에 따라 십대제자상, 25조사상, 29조사상, 16나한상 등으로 구별해왔다. 석굴암의 10구 승려상 역시 ‘석가모니의 십대제자’인지, ‘나한 혹은 조사’인지, 화엄의 10으로 표현한 ‘10명의 행도승’인지 연구자 간에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석굴암의 ‘10구의 승려상’은 정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모습이면서도 통일성을 잃지 않고, 손향로의 향(香)을 따라 전법의 길로 나아가는 형상을 실감있게 표현했다.
· 집필자 : 임영애(동국대 교수)
불교용어
- 가사 출가승이 어깨 위에 걸쳐 입는 법의(法衣)
- 발우 승려가 소지하는 공양 그릇
- 정병 깨끗한 물을 담는 병, 또는 관세음보살의 지물(持物)
- 조사 한 종(宗)이나 한 파(派)를 개창한 승려 혹은 그 교법을 전승한 승려
- 불제자 (1)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2)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
- 나한상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인 아라한을 형상화한 불상
- 십대제자 석가모니부처님의 뛰어난 제자 열 사람
- 마하가섭 석가모니 부처님의 십대제자 가운데 수행제일이며 가르침을 계승한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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