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 마애조각의 발전과 전파
고대 인도는 오늘날의 파키스탄까지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가진 나라였고, 파키스탄의 간다라 지역은 인도 마투라 지역과 함께 처음 불상 조각이 만들어진 곳이다. 이 지역은 아프카니스탄까지 이어지는 교역로를 따라 마애조각이 조성되었다. 불보살상을 암벽에 새긴 마애조각은 서쪽으로는 아프카니스탄 바미얀 석굴에 이르고 있고, 남쪽으로는 스리랑카를 거쳐 인도네시아까지 넓게 분포되어 발전하였다. 특히 서쪽의 바미얀 석굴과 남쪽의 스리랑카 지역 석굴은 초기 인도 석굴 발전과 함께 마애조각의 전파 과정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유산이다. 신성한 부처의 모습을 커다란 바위에 새기는 마애조각의 형식은 깊숙이 바위를 파고 들어가면 석굴이 되고, 얕게 표현하면 마애불이 되기 때문에 그 제작 원리가 같다. 오늘날 파키스탄에 속한 간다라 스와트(Swat) 계곡에 있는 자하나바드 마애불(Jahanabad Buddha), 칠라스 자이잔드(chilas-Jayachand) 암각화, 카르가 마애불(Kargah Buddha)은 대표적인 초기 마애조각이다.
자하나바드 마애불(그림 1)은 약 7세기경에 간다라 미술의 영향을 받아 큰 화강암 절벽에 돋을새김으로 조각된 것이다. 마애불의 모습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명상에 잠긴 선정인(dhyana mudra)을 취하고, 두 다리를 포갠 채 오른쪽 다리를 위로 올린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옷차림은 양쪽 어깨를 모두 덮은 통견의 형식이다. 높은 육계, 감은 두 눈, 길게 늘어진 귀를 한 명상에 작긴 얼굴과 몸에 밀착된 옷주름으로 뛰어난 조각 수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고대 스와트지역이 불교의 중심지이자 불교와 이슬람 문화의 교차점으로 간다라 미술이 서쪽으로 확장된 발전 단계를 보여준다.
그림 1. 자하나바드 마애불 ©Fazal Khaliq
그런데 2007년 탈레반의 불교 유적 파괴로 얼굴을 비롯하여 많이 훼손되어 부분적으로만 복원되었다.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례이다. 현재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잠정목록(Tentative Lists)에 ‘만세라 바위 칙령 (Mansehra Rock Edicts)이라는 명칭으로 2004년에 등재되었다(잠정목록 신청서, WHTL-doc-1881). 칠라스 자이잔드(chilas-Jayachand) 암각화는 수많은 석가모니불, 관음보살, 미륵불 등 다양한 부처상과 불교 관련 상징물이 표현되어 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 지역의 칠라스는 실크로드를 따라 5-8세기 사이에 상인과 순레자들에 의해 조성된 파키스탄 고대 불교문화의 중요한 유적지이다.
파키스탄 카라쿠람(Karakuram) 고속도로를 따라 인더스강 기슭에 많은 불교 유적이 있다. 선사시대의 암각화부터 사리탑, 본생도, 불보살상, 신도 등 다양한 형식의 마애조각이 확인된다. 길기트 발티스탄(Gilgit-Baltistan)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된 유적지에서 많은 불교 유적이 확인되는데, 카르가 마애불상(Kargah Buddha) 등이 대표적이다. 카르가 마애불(그림 2)은 파키스탄의 길기트 발티스탄 지역 화강암에 새겨진 불상으로 7세기경에 조성된 것이다.
그림 2. 카르가 마애불상 ©파키스탄 관광부
불교는 인도에서 발원하여 점차 주변지역으로 전파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리적 근접성으로 먼저 스리랑카와 동남아시아로 빠르게 초기에 전파되었다. 특히 기원전 3세기경 인도 마우리아 제국의 아소카왕이 아들 마힌다를 스리랑카로 보내면서 불교가 국교로 공인되었다. 그리고 점차 남아시아의 라오스 미안마, 태국, 인도네시아 등 널리 확산되었다. 스리랑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불교 초기 형식인 상좌부불교(테라바다)의 기반 위에 대승불교 사상이 융합된 형태로 주요 유적지와 예술 작품에서 확인된다. 특히 스리랑카의 갈 비하라 사원의 마애조각은 이러한 초기 대승불교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스리랑카에는 아누라다푸라 신성 도시(Sacred City of Anuradhapura, 1982년 등재), 폴로나루와 고대 도시(Ancient City of Polonnaruwa, 1982년 등재), 담불라 황금 사원(Golden Temple of Dambulla, 1991년 등재)와 같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산에서 많은 불교 유적이 포함되었다. 특히 여러 개의 유산이 모여서 이루어진 연속유산인 ‘폴로나루와 고대 도시’에 포함된 ‘갈 비하라(Gal Vihara)’(그림 3)는 51m에 달하는 암벽 표면에 4개의 불상을 좌상, 입상, 열반상 등 여러 형식으로 조성한 것으로 한국의 마애불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예시이다. 이곳에 있는 4개의 불상 가운데 3개의 불상은 마애불 형식이며, 한 곳은 감실을 두어 그 안에 마애불상을 새겼다. 특히, 서 있는 불상과 열반상은 중생 구제 철학을 담은 대승적 보살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 3. 갈 비하라 ©Bernard Gagnon
이와 같이 고대 인도에서는 불교의 발전과 함께 불보살상을 새긴 석굴조각과 마애불이 함께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유산은 단순히 종교의 발전을 넘어서 예술과 건축의 조화를 통해 뛰어난 불교 철학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 집필자 : 김경미(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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