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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의 기원

마애불의 기원
마애불(磨崖佛)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견되는 바위나 절벽에 직접 새겨진 불상이다. 이것은 마애조상(磨崖彫像), 또는 마애석불(磨崖石佛)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친근하고 아름다운 마애불은 단순히 부처의 모습뿐만 아니라, 불보살상, 권속, 연꽃무늬 등 불교와 관련된 여러 상징물도 함께 표현하고 있다. 마애불이나 석굴을 조성하는 목적은 부처에 대한 경의를 나타내고, 공덕을 빌기 위한 성스러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보통 마애불이나 석굴사원들은 지리적으로 주요 무역로를 따라 위치하여, 많은 무역상들이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는 발원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애조각의 기원은 불교가 발전한 고대 인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인도에서 불교 조각은 석굴과 마애조각으로 조성되었다. 석굴 형식은 바위를 깊게 파고 들어가 내부 공간에 탑이나 불상 조각을 모신 예배 공간인 차이티야(Caitya)와 생활 공간인 비하라(Vihara)를 만든 형식으로 사원 형식에 가깝다. 마애조각은 대체로 바위 표면에 부조로 불보살 등을 간단히 새긴 방식이다. 그러므로 학술적으로 석굴과 마애불을 같은 형식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마애불 발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발전한 석굴사원과 마애조각의 형식 및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마애불과의 차이와 공통 요소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인도의 석굴사원
인도에서 바위를 파서 석굴을 조성하여 신성한 종교 예배의 장소로 이용하는 방법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도에서는 암벽을 파서 사원을 만든 대표적인 경우가 서부 데칸 지역에 위치한 고대 석굴사원인 바자 석굴(Bhaja Caves), 칸헤리 석굴(Kanheri Caves)은 이러한 전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바자 석굴은 기원전 2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석굴사원 가운데 하나이다. 이 사원은 커다란 말굽 형태로 깎아 들어간 예배용 석굴(그림 1)과 수행자들의 생활 및 수행 공간(그림 2), 그리고 봉헌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배굴은 굴 양쪽에 세운 기둥과 아치형 천정 구조를 한 말굽형이며, 안쪽 깊숙하게 조각이 없는 탑 한 개가 자리하고 있다.
그림 1. 바자 석굴 12굴 ©Elroy Serrao
그림 2. 바자 석굴 수행굴 ©Anandajoti Bhikkhu
칸헤리 석굴은 2세기부터 8세기까지 인도 뭄바이 근교에 조성되었다. 이 석굴의 특징은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의 신상도 함께 모셔져 있는데, 중심 탑을 두고 돌면서 예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칸헤리 석굴 형식은 초기에는 종교 공간이 같은 형식에서 발전한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석굴 입구는 열주가 세워져 있어 자연스럽게 빛이 신앙 공간으로 스며들어오게 되어 있으며, 천장을 받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그림 3). 석굴 입구 양쪽에는 커다란 구덩이도 있다(그림 4). 이 구덩이들은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굴을 팔 때 물을 뿌려 암벽을 무르게 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용수를 모으기 위한 것이다.
그림 3. 칸헤리 석굴 기둥 ©김경미
그림 4. 칸헤리 석굴 물구덩이 ©김경미
아잔타 석굴(Ajanta Caves)과 엘로라 석굴(Ellora Caves)은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주(州)에 위치한 석굴로 불교 석굴의 본격적인 발전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아잔타 석굴의 제작 시기는 두 시기로 구분된다. 1기는 기원전 2세기부터 약 100년 동안 이어졌으며, 2기는 5세기부터 7세기까지로 추정된다. 이 석굴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1기 석불의 예배굴과 수행굴에는 바자 석굴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조각도 존재하지 않지만, 2기 석굴의 예배굴과 수행굴에는 불상 조각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배굴의 스투파에는 부처상이 조각되어 있어 스투파가 마치 불감처럼 표현되었으며(그림 5, 6), 수행굴에는 한 방을 부처님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 조각하여 수행의 지표로 삼는 모습을 보여준다(그림 7, 8). 이러한 변화는 석굴 사원에 불보살 조각이 등장하고, 점차 그들이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림 5. 아잔타 석굴 26번 굴 내부 ©Dey.sandip
그림 6. 아잔타 석굴 26번 굴 스투파 ©Ms Sarah Welch
그림 7. 아잔타 석굴 4번 굴 내부 ©Anandajoti Bhikkhu
그림 8. 아잔타 석굴 4번 굴의 불상조각 ©Anandajoti Bhikkhu
엘로라 석굴에서는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가 혼합된 여러 이야기를 주제로 한 사실적인 부조들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두 석굴사원은 당시 무역로에 위치하여 상인들과 순례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도 불교 예술과 건축의 발달 단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 집필자 : 김경미(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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