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들에게 신발을 신게 해준 최초의 비구는 부처님께 거문고 줄의 비유 설법을 듣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한 수롱나(守籠那) 비구이다.
한 겹의 가죽신[革屣]을 신도록 허락하노라.(혜운)
스님들은 언제부터 신발을 신었을까. 부처님께서는 평생 맨발로 유행(遊行)하셨다. 당시 그의 제자들도 맨발이었다. 그런데 율장에는 신발과 관련한 계의 조목이 여러 개 있고, 법문을 들을 때나 수계(受戒), 포살(布薩) 등을 하는 곳에서는 가죽신을 벗고 예배한다는 내용이 많이 나타난다. 『사분율(四分律)』 「피혁건도(皮革揵度)」에는 비구들에게 신발을 신을 수 있게 해준 최초의 비구 이야기가 전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롱나(守籠那)는 부처님께 거문고 줄의 비유 설법을 듣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한 비구이다. 그는 첨파성(瞻婆城)에서 최고의 부잣집 외동아들로 태어나 땅을 밟아본 적이 없이 자라 발바닥에 털이 많았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성주(城主)가 수롱나를 불러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하여 현세의 복(福)을 주고는, 미래의 복을 주고자 한다며 부처님을 뵙게 해주었다. 부처님의 법문을 들은 수롱나는 깊이 감동하여 출가하였으며, 부드러운 발바닥에서 피가 흘러 바닥이 흥건해지도록 매우 열심히 정진했다. 그러나 수행에 진전이 없자 낙담하고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다가와 거문고 줄을 알맞게 조율해야 좋은 소리가 나오듯이 고르게 정진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수롱나는 이 가르침을 듣고 고요한 곳에서 혼자 있으면서 조금도 방일하는 마음 없이 정진하여 마침내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아라한의 도를 얻은 수롱나 비구는 부처님께서 가서 머리 숙여 발 앞에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말씀드렸다. “벗어남을 좋아하고 고요함을 즐기는 비구는 성내지 않음을 좋아하고 애욕이 다함을 좋아하고 오음(五陰)이 다함을 좋아하네. 마음이 어리석지 않으면 태어나지 않을 줄 분명히 아나니 일로부터 해탈했다 하거니, 바르게 해탈하였기에 그대로 쉬고 사라지나니 더 관찰할 것이 없음을 얻으면 다시 더 할 일 없으리. 비유컨대 큰 돌산을 바람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이 같은 빛、소리、향기、맛、감촉、법과 착한 법、나쁜 법、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이 해탈에 머물러 열반의 경지를 바로 보리라.”
부처님께서는 수롱나 비구의 게송을 듣고 그의 깨달음을 인가하셨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찾아온 수롱나에게 새로운 말씀을 하셨다. “너는 평생 호화롭고 즐거운 생활만을 익히고 고통은 겪지 않았으니, 너만은 절 안에서 한 겹의 가죽신[革屣]을 신도록 허락하노라.”
그러자 수롱나가 얼른 대답했다. “저는 다섯 마리의 코끼리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았는데 혹시 사람들이 비웃으면서 말하되, ‘수롱나는 다섯 마리의 코끼리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닦더니, 이제 한 겹의 가죽신을 탐하는구나.’라고 할지 걱정이오니,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모두 신발을 갖도록 허락하시면 저도 갖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침묵으로 승낙하셨다. 그리고 이 사실에 의하여 비구들을 모으시고 비구들을 위해 알맞게 설법하시되, 무수한 방편으로 두타(頭陀)를 행하는 이와 욕심이 적고 벗어나기를 좋아하는 이를 찬탄하신 뒤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몸과 옷과 방석을 보호하기 위하여 절 안에서는 한 겹의 가죽신을 신도록 허락하노라.”
그때 비구들이 가죽신 한 켤레를 신은 지 오래지 않아 뚫어지거나 뜯어지니, 나무껍질이나 가죽으로 깁든지 실로 꿰매라 하셨고, 끊어지거든 심줄이나 털이나 가죽끈으로 꿰매라 하셨다. 그러므로 송곳[錐]이 필요하게 되자 비구들이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송곳을 갖도록 허락하노라.”
이처럼 수롱나 비구의 간청으로 다른 비구들도 모두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신발을 고칠 수 있는 도구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이후로 신발과 관련한 여러 가지 계율이 생겼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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