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에서는 승가에서 일어나는 4종 쟁사(諍事)와 7종의 멸쟁법을 규정하고 있다.
불교승가는 화합의 실현을 이상으로 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승가 역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므로 때로는 의견 대립이나 쟁사(諍事)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승가에 쟁사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적절한 방법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그 갈등이 더 깊어지고 결국 승가의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율장은 쟁사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7종의 멸쟁법(滅諍法)을 규정하고 있으며, 쟁사의 종류에 따라 적절하게 멸쟁법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우선 율장에서는 승가에서 발생한 다툼인 쟁사의 종류로 논쟁 쟁사[언쟁(言諍)], 비난 쟁사[멱쟁(覓諍)], 범계 쟁사[범쟁(犯諍)], 의식 쟁사[사쟁(事諍)]의 4종을 들고 있다.
① 논쟁 쟁사인 언쟁(言諍, vivāda-adhikaraṇa)은 투쟁사(鬪諍事)나 상언쟁(相言諍)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논쟁에 의해 발생한 쟁사를 말한다. 여기서 ‘논쟁’이란 “법(法)이다・법이 아니다・율(律)이다・율이 아니다・여래께서 설하신 것이며 말씀하신 것이다・여래께서 설하지 않은 것이며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다・여래께서 행한 것이다・여래께서 행하지 않은 것이다・여래께서 제정한 것이다・여래께서 제정하지 않은 것이다・죄이다・무죄이다・가벼운 죄[輕罪]이다・무거운 죄[重罪]이다・유여죄(有餘罪)이다・무여죄(無餘罪)이다・추죄(麤罪)이다・비추죄(非麤罪)이다.”라고 하는 18가지 사안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것이다. 즉 부처님이 설한 교리나 계율을 둘러싸고 의견의 불일치로 논쟁하여 결국 쟁사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불멸 후 약 100년경에 웨살리(Vesālī) 지역에서 십사(十事)의 비법(非法) 여부를 둘러싸고 발생한 제2차 결집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웨살리의 비구들이 행하고 있던 금은 수납을 비롯한 열 가지 행동들이 율에 어긋나는지 그 여부를 둘러싸고 쟁사가 발생하였다.
② 비난 쟁사인 멱쟁(覓諍, anuvāda-adhikaraṇa)은 교계쟁(敎誡諍), 비방쟁(誹謗諍)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어떤 비구의 행동이나 견해를 죄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비난 받은 당사자 비구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쟁사이다. 빨리율「멸쟁건도」에 따르면 이 쟁사는 자(慈, Mettiyā) 비구니가 말라뿟따 답바(Mallaputta Dabba) 비구를 근거 없이 비방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되었다. 자 비구니는 답바 비구가 자신을 범하였다고 무고로 비방하며 바라이죄의 누명을 씌었는데, 답바 비구는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쟁사로 발전하였다.
③ 범계 쟁사인 범쟁(犯諍, āpatti-adhikaraṇa)은 범죄쟁(犯罪諍), 범죄사(犯罪事), 죄쟁(罪諍)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어떤 비구가 율을 위반하였는데 그 판정을 둘러싸고 의견이 나뉘어 다툼이 발생한 쟁사이다. 이 쟁사는 오편칠취(五篇七聚)를 대상으로 하며, 오편은 바라이, 승잔, 바일제, 바라제제사니, 돌길라이고, 칠취는 오편에 투란차와 악설을 추가한 것이다. 즉 범계 쟁사는 어떤 비구가 이 죄들을 실제로 저질러 이에 대해 쟁론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④ 의식 쟁사인 사쟁(事諍, kicca-adhikaraṇa)은 상소행사(常所行事), 상소행사쟁(常所行事諍)이라고도 한다. 이는 승가의 회의인 갈마(羯磨)의 절차 등에 관한 것으로, 승가의 갈마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그 갈마의 유효성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쟁사이다.
이상의 4종 쟁사가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원활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7멸쟁법이다. 이 7종의 멸쟁법은 ① 현전비니(現前毘尼, sammukhāvinaya), ② 억념비니(憶念毘尼, sativinaya), ③ 불치비니(不癡毘尼, amūḷhavinaya), ④ 자언치(自言治, paṭiññā), ⑤ 다인어(多人語, yebhuyyasikā), ⑥ 멱죄상(覓罪相, tassapāpiyyasikā), ⑦ 여초부지(如草覆地, tiṇavatthāraka)이다.
이 멸쟁법은 각 쟁사마다 사용되는 종류가 다른데, ① 현전비니는 4종 쟁사 모두에 사용된다. ‘현전’이란 눈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현전비니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승가(僧伽)현전, 법(法)현전, 율(律)현전, 인(人)현전의 네 가지가 현전하고 있어야 한다. 승가현전은 쟁사 판정을 위한 갈마를 하는 곳에 현전승가 구성원 전원이 출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법현전과 율현전은 부처님의 법과 율에 근거하여 쟁사가 해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법과 율에 반하는 판정은 무효이다. 마지막 인현전은 쟁사의 당사자가 되는 원고와 피고 비구가 모두 출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쟁사의 당사자 중 한 쪽이라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갈마와 그 판정 결과는 무효이다.
이 현전비니의 방법으로 논쟁 쟁사가 해결된다면 좋지만 최종적으로 그러지 못한 경우 ⑤ 다인어를 병행한다. 다인어는 투표를 하여 다수결로 쟁사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유의할 점은 이것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투표 결과에 따라 무조건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는 다수결의 방법과는 다르다. 다인어는 다수결이라고 해도 쟁사는 반드시 여법설자(如法說者), 즉 부처님의 법과 율에 알맞은 의견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 만약 투표 결과 비법설자(非法說者)가 많다면 그 결과를 채용하지 않고 파기한 후 다시 투표한다.
다음으로 ② 억념비니, ③ 불치비니, ⑥ 멱죄상은 비난 쟁사의 해결을 위해 사용된다. 비난 쟁사에는 사실무근으로 비방당한 경우 억념비니를 사용하고, 실제로 죄를 범하여 비방 당한 경우는 불치비니 또는 멱죄상을 사용한다. ② 억념비니는 어떤 비구가 근거 없이 비방 당한 경우 그 비구의 기억을 바른 것으로 채용하여 쟁사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앞서 비난 쟁사의 사건 당사자였던 답바 비구가 사용한 방법이다.
다음으로 ③ 불치비니는 비구가 선정에 전념하여 일시적으로 정신착란 상태에서 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그 잘못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빨리율에 따르면, 각가(Gagga)라는 비구가 정신이 착란하여 수행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죄들을 지었는데, 이후 정신이 돌아오고서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이를 다른 비구들이 비난하자 부처님께서 각가 비구에게 불치비니를 실행하라고 지시하신다.
⑥ 멱죄상은 실제로 죄를 범한 자가 자신의 죄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고 일부러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며 검문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 승가 쪽에서 이 갈마를 하여 그의 비구로서의 자격을 일부 정지시키는 징벌갈마의 일종이다. 이 갈마가 부과되면 구족계를 줄 수 없다는 등의 18가지 권리가 정지된다.
④ 자언치는 죄를 지은 자가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 그 자백에 따라 벌을 적용하는 것으로 범계 쟁사의 해결을 위한 방법이다. 이때 자백은 ‘올바른’ 자백이어야 한다. 만약 바라이를 범한 자가 승잔을 범했다고 자백하고, 이 자백에 근거하여 승가가 그를 승잔으로 처리한다면 이는 비법으로 자언치를 하는 것이 된다. 즉 자신이 지은 죄를 정확하게 알고 자백한 것을 채용하는 것이 자언치이다.
마지막 ⑦ 여초부지는 범계 쟁사가 자언치로 해결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잘못을 따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파승(破僧)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서로 화해하는 방법으로 쟁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쟁론하는 양쪽 비구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인 후, 총명 유능한 비구가 나와 ‘마치 풀로 땅을 덮듯이[如草覆地]’ 승가의 모든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하여 모든 죄를 덮어버리고 이 쟁사를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 이후 양쪽에서 각각 총명 유능한 비구가 나와 동일한 내용을 각자가 속한 편에 고하고 이것이 양쪽에서 받아들여지면 성립된다.
이처럼 4종 쟁사는 7종의 멸쟁법에 의해 해결되는데, 각각의 쟁사마다 사용되는 멸쟁법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종 쟁사와 7멸쟁법의 관계>
· 집필자 : 전통수행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