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허 휴정은 『선가귀감』을 통하여 기본 계율의 실천이야말로 삼학(三學)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서산대사 진영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청허 휴정(淸虛休靜, 1520-1604)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전국에 격문을 돌려 의승군을 일으킨 구국의 위인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그에 앞서 『선가귀감(禪家龜鑑)』, 『삼가귀감(三家龜鑑)』, 『선교결(禪敎訣)』, 『심법요초((心法要抄)』 등을 지어 선불교의 요체와 그 수승함을 정리한 사상가로서 평가되는 인물이다.
1579년에 발간된 『선가귀감』은 임제종(臨濟宗)의 간화선(看話禪)과 선교겸수(禪敎兼修)의 수행 방안을 제시한 선서(禪書)로서, 간화수행법을 근본으로 삼고, 돈오점수, 화엄교학, 계율, 경전의 수용과 염불, 사경, 지주, 예배 등 포괄적 병행할 수 있는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다. 『삼가귀감』은 유교, 도교, 불교의 요체를 기술하여 사상적 특징을 요약하고, 삼교의 일치와 조화를 주장하며 불교를 중심으로 회통하려 한 책이다. 『삼가귀감』 중 불교 부분은 『선가귀감』 가운데 선과 교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옮겨온 것이다. 『선교결』에서는 선과 교의 요점을 정리하며 선의 우위를 주장하였고, 『심법요초』에서는 선과 염불 등을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지침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선가귀감』에는 휴정의 계율 중시 사상 또한 발견된다. 휴정은 “음란한 생각을 품고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살생의 생각을 품고 참선하는 것은 귀를 막고서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고, 도둑질할 생각을 품고 참선하는 것은 새는 술잔이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 망어(妄語)의 생각을 품고 참선하는 것은 똥 덩어리로 향을 만드는 것과 같으니, 비록 지혜가 많다고 하더라도 모두 악마의 세계를 이룰 뿐이다.”라고 하며, 5계 중 불음주(不飮酒)를 제외한 네 가지를 수지(受持)하는 것이 지혜를 이루는 것보다 앞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설에서 “음란한 것은 청정함을 끊고, 살생하는 것은 자비를 끊고, 도둑질하는 것은 복덕을 끊고, 망어(妄語) 하는 것은 진실을 끊는 것이다. 제대로 지혜를 성취하여 여섯 가지 신통력을 얻었다고 할지라도,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과 망어의 생각을 끊지 않는다면 반드시 악마의 세계에 떨어져, 보리의 바른길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이 네 가지 계율은 모든 계율의 근본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밝혀서 생각으로도 범하지 않게 한 것이다.”라고 4종 계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생각을 내지 않는 것을 계(戒)라 하고, 생각 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정(定)이라 하고, 망령되지 않은 것을 혜(慧)라고 한다. … 계의 그릇이 튼튼해야 정의 물이 맑아지면서 혜의 달빛이 비치게 되는 것이다. 이 삼학(三學)이야말로 만법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밝혀서 새는 일이 없게끔 한 것이다.”라고 하여 기본 계율의 실천이야말로 삼학(三學)의 근본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휴정은 “덕이 없는 사람은 부처의 계율에 의지하지 않고 삼업(三業)을 단속하지 않으며, 제멋대로 놀고 게으름을 부리며, 타인을 업신여기면서 시비를 따지는 것으로 근본을 삼는다.”라면서, “마음의 계율을 한 번 깨뜨리면, 온갖 허물이 동시에 일어난다.”라고 경계하였다. 또 “계율을 부처님처럼 중히 여기면 부처님이 항상 옆에 계실 것이다.”라며 계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였다. 계율의 실천을 선정 수행과 불지혜(佛智慧)의 획득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휴정의 선승으로서의 계율 이해를 확인할 수 있다.
· 집필자 : 민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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