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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흥의 지계

경흥은 신라 신문왕때 국로(國老)를 지냈으며, 『삼국유사』 권제5 「제7감통」의 ‘경흥우성(憬興遇聖)’ 조에 조에 지계를 실천한 내용이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경흥(憬興)은 성이 수씨(水氏)이고 웅천주(熊川州) 사람이다. 나이 18세에 출가하여 삼장에 통달하여 명망이 높았다고 한다. “경흥법사는 국사가 될 만하니 짐의 명을 잊지 말라”고 했던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신문왕이 즉위 후 그를 국로로 책봉하고 삼랑사(三郎寺)에 살게 하였다. 이로 보아 경흥은 삼국이 통일되기 전 백제인으로 태어났으나, 통일 신라의 왕실에서 그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주요 승직에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법상종(法相宗)을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존하는 저술로 『金光明最勝王經略贊』(5권), 『無量壽經連義述文贊』(3권), 『三彌勒經疏』(1권)이 있다. 그 밖에도 『법화경소(法華經疏)』(16권), 『열반경소(涅槃經疏)』(14권), 『무량수경소(無量壽經疏)』(3권), 『관무량수경소(觀無量壽經疏)』(2권), 『아미타경약기(阿彌陀經略記)』(1권), 『대집경소(大集經疏)』(5권), 『약사경소(藥師經疏)』(1권), 『관정경소(灌頂經疏)』(2권), 『미륵경소(彌勒經疏)』(3권), 『미륵경축의술문(彌勒經逐義述文)』(4권), 『무구칭경소(無垢稱經疏)』(6권), 『금광명경약의(金光明經略意)』(1권), 『최승왕경소(最勝王經疏)』(10권), 『해심밀경소(解深密經疏)』(5권), 『십이문다라니경소(十二門陀羅尼經疏)』(1권), 『사분율갈마기(四分律羯磨記)』(1권), 『구사론초(俱舍論鈔)』(3권), 『유가론소(瑜伽論疏)』(10권), 『성유식기(成唯識記)』(2권), 『유식추요기(唯識樞要記)』(2권), 『현양론소(顯揚論疏)』(8권), 『대승기신론문답(大乘起信論問答)』(1권) 등을 지었으나 전하지 않는다. 저술의 면면으로 보아 비록 경흥의 사상이 법상종에 가까웠다고 하더라도, 그의 관심은 불교의 전 분야를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 권제5 「제7감통」의 ‘경흥우성(憬興遇聖)’ 조에 그의 간단한 생애과 관련 설화가 전한다. 『東域傳燈目錄』 등의 일본 문헌에 ‘경흥(璟興)’으로 기록된 인물이 동일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경흥의 성은 백제의 대성 중 하나인 목씨(木氏)이며 삼국유사의 수씨(水氏)는 이에 대한 오기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백제 출신인 경흥이 통일 후 신라에서 중용된 것은 그를 통해 백제 유민의 민심을 수습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경흥 관련 설화는 십일면관음보살이 비구니로 화현하여 그의 병을 고쳐주었다는 것과 문수보살이 거사 또는 사문으로 화현하여 말을 타고 다니는 그의 사치를 경계하였다는 것의 두 가지이다. 이 중 문수보살 설화는 경흥의 지계 실천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파악된다. 설화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장차 왕궁에 들어가려 하여 시종이 먼저 동문 밖에서 채비하였다. 안장과 말이 매우 화려하고 신과 갓이 다 갖추어져서 행인들이 그것을 피하였다. 한 거사(혹은 사문이라고도 한다.)가 행색이 남루하고 손에 지팡이를 짚고 등에 광주리를 이고 와서 하마대(下馬臺) 위에서 쉬고 있었는데 광주리 안을 보니 마른 생선이 있었다. 시종이 그를 꾸짖어 ‘너는 승복을 입고 있으면서 어찌 더러운 물건을 지고 있는 것이냐’라고 하였다. 거사가 말하기를 ‘그 살아 있는 고기를 양 넓적다리 사이에 끼고 있는 것과 삼시(三市)의 마른 생선을 등에 지는 것이 무엇이 나쁘단 말이냐’라고 하고, 말을 마치고는 일어나 가버렸다. 경흥이 바야흐로 문을 들어오다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그를 쫓아가게 하였다. 남산 문수사(文殊寺)의 문 밖에 이르자 광주리를 버리고 사라졌다. 지팡이는 문수상 앞에 있었고 마른 생선은 곧 소나무 껍질이었다. 사자가 와서 고하니, 경흥은 그것을 듣고 한탄하여 ‘대성(大聖)이 와서 내가 짐승을 타는 것을 경계하였구나’라고 하고 죽을 때까지 다시 말을 타지 않았다.” 이로 보아 경흥이 실천한 계율은 비구 250계나 보살 10계와 같이 율장의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룬 것은 아니나, 그가 일찍이 삼장에 통달했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율에 대한 이해에 남다른 면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관련 설화에 관세음보살과 문수보살이 등장하는 데에서 법상종에 머무르지 않은 그의 넓은 사상적 신앙적 폭을 가늠케 한다.
· 집필자 : 민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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