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천태 교단의 입제법

「입제법(立制法)」은 지승사(知僧事)로서 천태 교단을 이끌던 생활규약(生活規約)인 승제(僧制)이다.
중국 진각강사(眞覺講寺)의 지자육신탑 전각에 있는 천태 지의(天台智顗) 진영(혜운)
중국불교 초기 승단(僧團)에서는 인도에서 전래한 계율(戒律)을 그대로 수용하였으나, 너무 다른 환경에서 전통적인 율장(律藏)의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와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그래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 정서에 맞게 승단의 현실에 적합한 생활규약인 승제(僧制)[1]승제란 중국에서 율장 이외에 불교교단의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추가로 제정한 생활규약을 말한다.를 제정하여 대중을 통솔하고 수행을 도왔다. 천태 지의(天台智顗, 538-597)는 남북조(南北朝)와 수대(隋代)에 활동한 선사이다. 지의는 지관(止觀)과 예참의궤(禮懺儀軌) 및 계율을 중요시하여 몸소 실천 수행하며 대중을 이끌었다. 「입제법(立制法)」은 지승사(知僧事)로서 천태 교단[2]천태 지의가 었던 수선사 수행 대중과 그의 제자인 관정이 이끈 국청사 승단까지를 포함한다.을 이끌던 승제이다. 지의는 자신만의 교단이나 종파를 설립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천태산에 모여든 제자들이 수행자로서 화합을 이루며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끌고자 별도로 생활규약을 만들었다. 이는 그의 제자 장안 관정(章安灌頂)이 편찬한 『국청백록(國淸百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서문(序文)에서 「입제법」의 제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중국 진각강사(眞覺講寺)의 지자육신탑 전각에 있는 장안 관정(章安灌頂) 진영(혜운)
〈서문〉 구멍 나지 않은 새 옷은 실로 기울 필요가 없듯이, 전생에 선근(善根)을 쌓은 순박하고 선한 사람에게는 벌(罰)을 가할 필요가 없다. 내가 처음 승려가 되어 중간에 금릉(金陵)에 머물기 전, 천태산에 들어갔을 때는 여러 곳에서 각각 모여든 법도(法徒)들은 이미 도업(道業)이 갖추어져서, 부드러운 말로도 격려할 필요가 없었고, 입제법(立制法)으로 바로잡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천태산에 돌아와 만학(晩學)을 보니 마치 제멋대로인 원숭이나 말과 같아서, 쇠사슬로 묶지 않는다면 나날이 심해질 상황이었다. 불도(佛道)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잃어도 한 가지는 다스려야 한다. 내가 부들 채찍을 드는 것은, 도(道)에 어긋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도록 본(本)을 보이려는 것이지, 법도들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배우는 이들에게 간략히 다음의 10조(十條)를 훈시(訓示)하고자 한다. 나중에 혹여 장애가 생기면 대중이 함께 다시 재정(裁定)하여 조목을 늘이거나 줄이기를 바란다.
「입제법」의 열 가지 항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3]이영자(2001), 『천태불교학』, pp. 64-66 인용.
① 무릇 사람의 근성은 같지 않다. 어떤 사람은 혼자서 수행하여 도를 얻고 어떤 사람은 대중의 힘에 의지하여 해탈한다. 만일 대중과 함께 수행할 때는 다음의 세 가지를 수행해야만 한다. 첫째는 선방에서 좌선하는 것, 둘째는 별도의 도량에서 참회하는 것, 셋째로 승단의 일을 관장하는 것 등이다. 이 세 가지는 수행자가 삼의육물(三衣六物)의 도구를 갖추고 이 중 한 가지를 수행하면 천태 교단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된다. 그러나 만일 삼의육물 가운데 빠진 게 있거나, 한 가지라도 행하지 않는다면 함께 머물 수 없다. ② 선방에서 수행하는 승려는 원래 하루 네 번의 좌선과 여섯 번의 예불을 일과로 삼아야 한다. 열 차례의 좌선과 예불은 한 번이라도 결여해서는 안 된다. 별도로 수행하는 승려의 행법도 3일을 넘을 수 없고 그 외에는 대중이 함께하는 10번의 수행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예불에 한 번 늦으면 벌칙으로 세 차례 예배하고 대중에게 참회해야 하고 한 번을 완전히 빠지면 열 번 예배하고 대중에게 참회해야 한다. 만일 여섯 번을 모두 빠지면 벌로써 1회 유나의 일을 해야 한다. 네 차례의 좌선도 이와 같다. 질병 등의 장애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서, 미리 담당 승려에게 말하면 벌하지 않는다. ③ 여섯 차례의 예불 때에는 비구는 입중의(入衆衣)를 입어야 한다. 옷에는 인롱(鱗隴)이 없어야 하며 만의(縵衣)는 일절 안 된다. 종이 세 번 울리면 신속히 모여 방석을 깔고 향로를 손에 들고 호궤(互跪)한다. 독송은 대중과 함께해야지 두드러지게 해서는 안 되고 말해서도 안 된다. 머리를 조아릴 때 손가락을 튀기거나 신을 끌거나 일어나고 엎드릴 때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모두 벌로써 열 번 예배하고 대중에게 참회해야 한다. ④ 별행(別行)하는 이유는 대중과 함께 수행하면 이완되기 때문에 정진하여 4종삼매를 힘써 수행하기 위하여 별도의 도량에 잠깐 의탁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래 의미에 맞지 않게 별행한다면 사실을 조사하여 벌로써 유나의 일을 1회 하도록 한다. ⑤ 지사(知事)의 위치에 있는 승려는 원래 승단의 안립(安立)과 이익을 도모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손해를 끼치거나 대중의 물건을 나누어 자기의 것으로 하거나, 자신의 온정에 따라서 사리에 맞지 않게 조금이라도 대중의 물건을 침해하면 안 된다. 비록 이것을 대중이 쓴다고 해도 고하지 않는다면 사실을 조사하여 교단에 함께 머무르지 못하도록 한다. ⑥ 두 차례의 식사 때는, 몸에 병이 없거나 병이 있어도 몸져눕지 않을 정도이거나 병이 나은 사람은 모두 식당에 나가서 먹어야 하며 대중 방에 음식을 청할 수 없다. 식기는 철제나 질그릇을 사용할 수 있다. 훈기(薰器)와 유기(油器), 주발과 수저 등은 모두 뼈·뿔·대나무·목재 등으로 만든 것은 사용할 수 없고, 옻칠하거나 방(蚌)을 입힌 바가지를 갖고는 식당에 들어갈 수 없다. 또한, 자신의 그릇을 부딪치거나 마시고 씹는 소리를 내면 안 되고 음식물을 입에 넣고 말해서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장이나 채소를 지니고 들어와 대중 가운데서 혼자 먹어도 안 된다. 이를 범한 자는 벌로써 세 번 예배하고 대중에게 참회해야 한다. ⑦ 비구승[大僧]과 사미승[小僧]은 가까이 가거나 멀리 가거나 절 안이거나 밖에서 모두 생선·고기·오신채·술을 훔쳐 먹으면 안 되며 또한 식사 때가 아닐 때[정오 이후]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 조사하여 이러한 일이 사실이면 함께 머물 수 없다. 단지 병이 위독하여 이를 진찰한 의사의 말대로 절 밖에 나가 치료를 받는 경우는 제외하여 벌하지 않는다. ⑧ 승(僧)이란 화합의 뜻을 나타낸다. 부드럽게 인내하는 것이 화(和)이고 의롭게 양보하는 것이 합(合)이다. 고성을 지르고 추악한 말을 뱉어내며 안색을 변하면서 싸워서는 안 된다. 싸우는 자는 두 사람 모두 벌로써 부처님께 30배 하고 대중에게 참회토록 한다. 그러나 대응하지 않은 자에게는 벌하지 않는다. 신체나 수족으로 서로 가해를 한 자는 그 경중을 불문하고 모두 승단에 머물 수 없다. 그러나 손을 쓰지 않은 자는 벌하지 않는다. ⑨ 중대한 죄를 범한 경우에는 율에 따라 다스린다. 만일 멋대로 상대를 무고하였다면 무고를 받은 자는 벌하지 않고 무고한 자는 승단에 함께 머물 수 없다. 그러나 학인으로서 아직 대중에 속하지 않았을 때 범한 과오의 경우에는 중주(衆主)는 그것에 관해 묻지 않는다. 그 학인은 정식 승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비구라고 말하면서 고의로 대중에 들어와 중죄를 범하거나 남을 무고하면 전술한 것과 같이 다스리거나 벌을 준다. ⑩ 경전에 의하여 법도를 세우고 병을 보아 약을 처방하였지만, 법도에 따르지 않고 약을 토해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만일 앞의 아홉 가지 규제에 따라 참회해야 할 사람이 거듭 참회한다 해도 실제로는 참괴심(慚愧心)이 없어서 스스로 새로워질 수 없다면 이는 약을 토해내는 이와 같으므로 대중에서 나가도록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능히 고친 뒤라면 되돌아오는 것을 허락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를 범한 사람이 고집스럽게 참회하려 들지 않는다면 이는 법도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의 규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함께 머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승제를 통해 천태 교단의 문도(門徒)가 모두 불도(佛道)를 이루는 수행자가 되길 바랐던 지자대사의 노력은 6조 형계 담연(荊溪湛然)에 이르러 ‘천태종(天台宗)’이라는 용어를 쓰는 단초(端初)가 되었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관련주석
  • 주석 1 승제란 중국에서 율장 이외에 불교교단의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추가로 제정한 생활규약을 말한다.
  • 주석 2 천태 지의가 었던 수선사 수행 대중과 그의 제자인 관정이 이끈 국청사 승단까지를 포함한다.
  • 주석 3 이영자(2001), 『천태불교학』, pp. 64-66 인용.

관련자료

    이미지
    중국 진각강사(眞覺講寺)의 지자육신탑 전각에 있는 천태 지의(天台智顗) 진영
    혜운 상세정보
    이미지
    중국 진각강사(眞覺講寺)의 지자육신탑 전각에 있는 장안 관정(章安灌頂) 진영
    혜운 상세정보
    동영상
    천태종을 개창한 천태 지자대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유튜브 채널: 한국불교 대표방송 BTN 상세정보 출처
    동영상
    유마를 꿈꾸던 황제는 왜 몰락했을까
    유튜브 채널: 법보신문TV 상세정보 출처
    더보기  +
    • 내용
  • 위로
  • 불국토
    문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