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智顗)의 계율사상은 성문율을 수용하여 대승계로 나아가며 양자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中國) 국청사(國淸寺) 지자대사(智者大師)(혜운)
중국불교에서 계율(戒律)은 5세기 초에 광율(廣律)이 전래하면서부터 전개되었다. 『십송율(十誦律)』을 시작으로 『사분율(四分律)』,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 『오분율(五分律)』이 차례로 번역되어 율(律)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와 교단의 수용이 이루어졌다. 『십송율』과 『사분율』은 출가 위의(威儀) 등의 근본 율전(律典)으로 유통되면서 율종(律宗)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이 되어 교단에 큰 영향을 주었다. 광율의 번역과 비슷한 시기 중국의 북쪽에서는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이, 남쪽에서는 『보살선계경(菩薩善戒經)』이 한역되면서 중국에는 보살계도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범망경(梵網經)』과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과 같은 보살계 경전도 중국에서 찬술된다. 특히 『범망경』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였으며, 양나라 혜교(慧皎, 497-554)의 『범망경소(梵網經疏)』, 지의(智顗, 538-597)의 『보살계의소(菩薩戒義疏)』 2권, 법장(法藏, 643-712)의 『범망경보살계본소(梵網經菩薩戒本疏)』 6권, 지주(智周, 668-723)의 『범망경의기소(梵網經義記疏)』 등의 주석서가 저술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범망경소』는 현존하지 않으므로 지의의 『보살계의소』가 현존하는 주석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천태지자대사별전(隋天台智者大師別傳)』(일명 『별전』)에 의하면, 천태지자대사 지의(智顗)는 18세(554)에 과원사(果願寺) 법서(法緖) 문하로 출가하여 사미십계(沙彌十戒)를 받고 율의(律儀)를 배웠으며,[1]『隋天台智者大師別傳』(T50, p. 191c). “年十有八。投湘州果願寺沙門法緒而出家焉。緒授以十戒導以律儀。” 20세에 혜광율사(慧曠律師)에게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율장(律藏)에 정통하게 되었다[2]『止觀輔行傳弘決』卷第一之一(T46, p.142c). “至陳太平三年時年二十。進受具足。依慧曠律師通於律藏。”고 한다. 이렇게 율의에 기반한 지의의 출가 생활과 수행은 그의 계율사상 형성에 근본 토대를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불조통기(佛祖統紀)』(『별전』도 마찬가지)에서는 지의가 혜광율사에게 율을 배우고 겸하여 『방등경(方等經)』을 통달하고, 이후 대현산(大賢山)으로 들어가 『법화경(法華經)』, 『무량의경(無量義經)』, 『보현관경(普賢觀經)』의 삼부경(三部經)을 이순(二旬, 20일) 동안 독송하여 구경(究竟)을 깨달았으며, ‘방등참법(方等懺法)’을 닦아서 마음이 청정해져 수승한 경계를 얻었다[3]『佛祖統紀』卷第六(T49, p. 181b). “初從慧曠學律兼通方等。復詣大賢山(衡州南境)誦法華無量義普賢觀。歷涉二句。誦通三部進修方等。勝相現前。” 여기서 방등은 『별전』(“進修方等懺心淨行勤勝相現前”)에 의하여 방등참법임을 알 수 있다.고 기록하였다. 이러한 출가 후의 일상을 『별전』에서는 매일 율장을 구족하고 있었으며, 선세(先世)의 선근(善根)이 자라서 항상 선열(禪悅)에 잠겨 있었다[4]『隋天台智者大師別傳』(T50, p.191c). “常日逮受具足律藏。精通先世萠動而常樂禪悅怏怏。”고 하였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지의의 선열(禪悅)은 청정계행(淸淨戒行)을 바탕으로 한 선정삼매(禪定三昧)였음을 알 수 있다.
지의의 계율수용은 성문율을 수용하여 대승계로 나아가며 양자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삼귀의(三歸依), 오계(五戒), 십선계(十善戒)를 수지(受持)하고 250계를 구족하여 성문율을 수용하고, 대승의 십중사십팔경계(十重四十八輕戒)를 보살계(菩薩戒)로써 실천하도록 하였다.[5]『次第禪門 卷1下(T46, p. 481c). “從十善三歸五戒 八齋戒 彌十戒 大比丘二百五十戒菩薩十重四十八輕戒” 지의의 다른 저작에 보이는 율 관련 용어를 보면 성문율은 『십송율』을 중심으로 하고[6]平川彰(1997), 「智顗における聲聞戒と菩薩戒」, 『天台大師硏究』, 東京: 天台學會, pp.3-12., 대승계는 『유가론(瑜伽論)』보다는 『범망경』 계통에 근거하고 있다. 천태에게 있어 계행(戒行)은 도(道)를 얻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청정한 계(戒)를 지키고도 마음을 관(觀)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반드시 계행이 청정해야 삼매를 얻을 수 있지만, 혹여 방심(放心)하여 계를 범하였을 경우, 진정으로 참회하면 계품(戒品)이 청정을 회복해서 다시 삼매를 증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지의는 계를 권계(權戒)와 실계(實戒)로 나누었다. 『법화현의(法華玄義)』에서는 오계(五戒)와 팔계(八戒), 십계(十戒), 구족계(具足戒) 등의 성문계(聲聞戒)와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보살선계경(菩薩善戒經)』 등에서 말하는 보살계(菩薩戒)를 모두 삼승(三乘)에 공통하는 ‘권계’라고 하였으며, 범망보살계(梵網菩薩戒)를 계외(界外)의 보살이 설한 ‘실계’라고 말하였다. 이 실계는 상대적이어서 삼승의 권교(權敎)를 열어 일승(一乘)의 실교(實敎)로 귀입(歸入)할 때 모든 계율이 그대로 절대묘계(絶待妙戒)가 된다.
지의의 지관수행(止觀修行)은 계율수행을 불도를 성취하는 근본단계로 보아 계근청정(戒根淸淨) 정근청정(定根淸淨) 혜근청정(慧根淸淨)으로 나아가는데, 계를 청정히 하고 선정을 닦아 지혜를 통해 깨달음을 얻도록 하였다. 그의 관문(觀門)인 지관법문(止觀法門)은 대개 방편장(方便章)에서 지계(持戒)를 중심으로 방편행(方便行)을 닦고, 정수장(正修章)에서 관심(觀心)을 통하여 선정과 지혜를 계발하게 하였다. 『차제선문(次第禪門)』에서는 지계청정(持戒淸淨)을 이룬 후에 식문(息門, 호흡문), 색문(色門, 위빠사나문), 심문(心門)으로 나아가고 있다. 『차제선문』에서는 이처럼 단순히 악(惡)을 막아주고 선(善)을 증장시키는 계를 율의계(律儀戒)라 하고, 계법(戒法)이 번뇌를 막아서 마음의 안락을 얻게 하는 것을 정공계(定共戒)라 하여,[7]『次第禪門』卷第九(T46, p.538a) “律儀戒能遮諸惡身得安隱。定共戒能遮諸煩惱心得內樂。” 선정수행에 있어서 지계의 중요성을 말해 주고 있다.
『마하지관(摩訶止觀)』에서는 『대지도론(大智度論)』의 불결(不缺), 불파(不破), 불천(不穿), 부잡(不雜), 수도(隨道), 무착(無著), 지소찬(智所讚), 자재(自在), 수정(隨定), 구족(具足)을 수용하여 불교의 모든 계를 십종계(十種戒)로 분류하고, 열 가지 성계[十種性戒]로써 십종계를 들고 있다. 십종계의 불결계, 불파계, 불천계는 비구(니)의 바라제목차로 성문율이다. 구체적으로 불결계는 바라이, 불파계는 승잔, 불천계는 앞서 바라이와 승잔에 비해 경죄(輕罪)로 분류되는 바일제, 바라제제사니, 돌길라이다. 부잡계는 정공계(定共戒)로서 선정에 들면 번뇌와 잡념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방비지악(防非止惡)의 계체(戒體)가 확립되는 것, 수도계와 무착계는 각각 견도와 수도에 오를 때 갖추어지는 계이다. 따라서 불결계부터 무착계까지는 성문승의 율과 수행계위에 관한 계이다. 다음으로 지소찬계는 차제선문에서 보살의 10중 48경계, 즉 범망계라고 한다. 자재계는 보살이 중생 교화를 위해 세간에서 활동하여도 집착하는 바 없이 자재로운 것, 수정계는 보살이 수능엄정에 의해 위의를 나타내어 중생을 제도함에 움직여도 움직임이 항상 고요한 것, 마지막 구족계는 중도의 계로 갖추어지지 않은 계가 없으므로 구족이라 하고 중도제일의제의 계이다.[8]『摩訶止觀』卷4(T46, p.36bc). 이러한 십종계 해석에 따른 지의의 계학은 성문승의 별해탈율의(別解脫律儀)부터 범망경 보살계와 거듭 공가중(空假中) 삼제원융의 중도제일의제까지 폭넓게 포섭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지의의 계율관에서 성문율과 대승계는 어느 한쪽이 배척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십종성계의 성계란 계를 받거나 받지 않거나 범하면 죄가 되고 지니면 선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성계가 청정하면 계바라밀(戒波羅蜜)의 근본이 되고 해탈의 초인(初因)이 되며, 성계로 인하여 무작계(無作戒)를 얻는다. 십선법을 성계로서 청정히 하면 무작계(無作戒)가 되니, 이를 대승의 삼취정계(三聚淨戒)로는 섭율의계(攝律儀戒)의 무작(無作)이 되며, 선정에 들어서 계체(戒體)가 일어나면 정공계(定共戒)의 무작, 선정에 들어서 도를 잃지 않으면 도공계(道共戒)의 무작이 된다[9]『摩訶止觀』卷第四 (T46, p.36b). 若性戒清淨。是戒度根本解脫初因。因此性戒。得有無作受得之戒…若就律儀戒。論無作可解。定共戒無作者與定俱發。有人言。入定時有出定時無。有人言。無作依定。定在不失。定退即謝也。道共戒無作者。此無作依道。道無失故此戒亦無失。戒定道共。通是戒名說。通以性戒為本“에서 취의.。고 한다. 『마하지관』에서는 구체적인 형식에 의한 사계(事戒)와 계상(戒相)에 머물지 않고 공(空)·가(假)·중(中) 등 세 가지 관(觀)에 안주하는 이계(理戒)로 나누었다. 사계는 천·인·아수라 등 삼취(三趣)의 과보를 얻는다고 하고, 이계는 삼승(三乘) 및 사교(四敎)의 보살에 배대 된다고 하였다. 지의는 일체계(一切戒)를 절대원돈(絶對圓頓)의 묘계(妙戒)라고 하였으며, 『마하지관』에서도 지계청정(持戒淸淨)으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원돈계(圓頓戒)로 회통하고 있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관련주석
- 주석 1 『隋天台智者大師別傳』(T50, p. 191c). “年十有八。投湘州果願寺沙門法緒而出家焉。緒授以十戒導以律儀。”
- 주석 2 『止觀輔行傳弘決』卷第一之一(T46, p.142c). “至陳太平三年時年二十。進受具足。依慧曠律師通於律藏。”
- 주석 3 『佛祖統紀』卷第六(T49, p. 181b). “初從慧曠學律兼通方等。復詣大賢山(衡州南境)誦法華無量義普賢觀。歷涉二句。誦通三部進修方等。勝相現前。” 여기서 방등은 『별전』(“進修方等懺心淨行勤勝相現前”)에 의하여 방등참법임을 알 수 있다.
- 주석 4 『隋天台智者大師別傳』(T50, p.191c). “常日逮受具足律藏。精通先世萠動而常樂禪悅怏怏。”
- 주석 5 『次第禪門 卷1下(T46, p. 481c). “從十善三歸五戒 八齋戒 彌十戒 大比丘二百五十戒菩薩十重四十八輕戒”
- 주석 6 平川彰(1997), 「智顗における聲聞戒と菩薩戒」, 『天台大師硏究』, 東京: 天台學會, pp.3-12.
- 주석 7 『次第禪門』卷第九(T46, p.538a) “律儀戒能遮諸惡身得安隱。定共戒能遮諸煩惱心得內樂。”
- 주석 8 『摩訶止觀』卷4(T46, p.36bc).
- 주석 9 『摩訶止觀』卷第四 (T46, p.36b). 若性戒清淨。是戒度根本解脫初因。因此性戒。得有無作受得之戒…若就律儀戒。論無作可解。定共戒無作者與定俱發。有人言。入定時有出定時無。有人言。無作依定。定在不失。定退即謝也。道共戒無作者。此無作依道。道無失故此戒亦無失。戒定道共。通是戒名說。通以性戒為本“에서 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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