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일상 의례에 쓰이는 4가지 의식구인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을 가리켜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 한다. 그중에 범종은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새벽에 28번, 저녁에 33번을 친다. 새벽에는 불교의 세계관에서 욕계·색계·무색계(3계)가 28개의 천(天)으로 이루어져 있어 모든 하늘을 연다는 의미로 28번을 치고, 저녁에는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에 있는 33개의 천(天)을 의미해서 33번을 친다.
수덕사 범종각에 있는 범종은 1973년에 청동으로 주조된 대종(大鐘)으로 무게 6,500근, 높이 2.7m, 둘레 4.5m이다. 수덕사 경내에 직접 주조공장을 만들어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재현하고자 전통 범종 주조기법에 따라 스님들이 참관하여 제작하였다. 광복 이후 처음 만들어진 대종으로 당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크기였다. 1만 신도의 동참으로 방짜 유기, 청동 등의 시주와 사찰의 재원으로 3년 만에 만들어진 이 대종은 한번 타종하면 2분 30초 동안 울리고 30리 밖까지 들린다고 전한다.
종의 가장 꼭대기에는 종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는 종뉴가 용 모양(용뉴)이고 대나무 관 모양을 한 음통이 함께 붙어있다. 종의 몸체 가장 윗부분과 아랫부분은 넝쿨무늬로 가득 차게 장식되어 띠를 두른 듯한 형태이다. 상단에 연꽃봉오리 모양의 돌출된 9개의 연뢰(蓮雷)는 둘레가 넝쿨무늬 띠인 4개의 연곽(蓮廓)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사방에 표현되어 있다. 하단은 길고 얇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구름 위 연꽃 방석에 앉은 채로 비파와 피리를 연주하는 비천이 묘사되어 있다. 비천 사이에는 ‘덕숭산 수덕사 범종’, 발원, 시주, 종의 규모, 주조한 날짜 등의 내용이 새겨져 있으며 종을 치는 자리인 당좌를 활짝 핀 연꽃으로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종을 치는 당목의 모양이 물고기인 것이 특이한데 이는 용처럼 생긴 상상의 동물인 포뢰(葡牢)가 고래를 무서워해서 보기만 해도 종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운다고 전하는 이야기에서 범종의 꼭대기에 있는 용이 포뢰이고 당목의 물고기를 고래로 표현하여 범종이 잘 울리도록 한 것이다.
원문
德崇山 修德寺 梵鐘
大覺의 眞理는 그 모양이 지극히 커서 形像으로 能히 볼 수 없으며 法의 소리는 온 宇宙에 가득 찼으되 들어 알지 못하나니 무릇 一切衆生으로 하여금 天堂과 地獄이 없고 衆生과 부처가 하나인 부처님의 참뜻을 깨우치게 하기 위한 이 神器는 祖國統一과 世界平和를 祈願하는 精誠으로 李厚洛 具英會 宋堯讚 李圭大 黃海振과 信男信女 여러분 施主로 무게 六千五百斤 높이 八尺五寸 둘레 十四尺一寸三分을 證明 崔惠庵 馬碧超 住持 金惠公이 製作하여 元光植이 鑄造 完成하다. 佛紀二五一七年 檀紀四三○六年 癸丑 三月七日
번역문
덕숭산 수덕사 범종
큰 깨달음의 진리는 그 모양이 지극히 커서 형상으로 능히 볼 수 없으며 법의 소리는 온 우주에 가득 차 있지만 들어서 알지 못하니, 무릇 일체중생에게 천당과 지옥이 없고 중생과 부처님이 하나인 참뜻을 깨우치게 하기 위한 이 신비로운 기물은 조국의 통일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정성으로 이후락, 구영회, 이규대, 황해진과 동참한 많은 분의 시주로 무게 6,500근(3,900kg), 높이 8척5촌(2.7m), 둘레 14척1촌3분(3.5m)을 혜암스님(1885~1985)과 벽초스님(1899 ~1986)의 증명, 주지 혜공스님이 제작하여 원광식이 주조하여 완성하다.
불기2517년, 단기4306년 =1973년 계축 3월 7일
관련기사
-
범종각범종각(梵鍾閣)은 불교 의례에 사용되는 〈범종(梵鍾)〉을 봉안한 건물이다. 수덕사 범종각은 1973년에 지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전통 목조건축물로 2003년에는 단청을 새로이 하였다. 범종각은 대웅전(大雄殿)이 자리한 경내 중심부에 위치하는데, 조인정사(祖印精舍)와 무이당(無二堂), 법고각(法鼓閣)과 함께 대웅전 마당의 서측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은 화강석으로 조성한 외벌대 기단 위에 연화문을 새긴 화강석 초석(礎石) 위에 세워져 있다. 원기둥을 사용했으며, 기둥 머리에 창방(昌防)과 평방(平防) 그리고 다... -
신년 타종법회신년 타종법회는 매년 양력 1월 1일 11시에 수덕사 범종각 앞에서 주지스님의 인사말, 방장스님의 법문을 듣는 식순으로 진행되며, 이후 내빈 및 신도들과 함께 타종식을 봉행한다. 법회 참여자들에게는 타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떡국 공양 등 행사가 진행된다.
더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