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 지리산 화엄사 선방에는 20여명의 수행승들이 박성월(朴性月)을 조실로 모시고 용맹정진 중이였다. 그런데 대처승인 호은(湖隱)이 찾아와 입방을 청하였다. 처음에 성월은 호은의 청을 거절하였으나 호은은 계속해서 입방을 허락해 달라고 사정하였다. 또한 선방 안에서 수행이 어렵다면 밖에서라도 공부할 수 있으며, 시간은 정확히 지키겠다고 약속하였다. 선방 수좌들은 호은을 선방에 들이면 위신이 서지 않고, 다른 수행승들이 일념으로 정진하는데 재가자의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이 무슨 수행을 한다는 것인지 의미가 없다며 호은의 입방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성월은 대처승과 공부할 수 없다면 가족 살림을 하는 신도들과는 어떻게 공부하겠느냐며 호은이 수행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비록 호은은 집에서 선방까지 왔다갔다하며 수행을 하였으나 쉬는 시간에는 사찰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열심히 정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성월을 모시고 법담을 주고받을 때 최혜암(崔惠菴)이 선문의 예를 들며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 하였는데 그렇게 해서는 아니 된다’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여쭈었다. 이 말을 들은 수행승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였는데 성월은 “찾는 소는 그만두고라도 탄 소를 이리 가지고 오너라.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하지 못하면 모두 잡아 개를 주리라.”라고 하였다. 성월의 말을 듣자 문제를 제안한 혜암도 꼼짝달싹 못하고 묵묵부답이였는데 이때에 호은이 벌떡 일어나 큰 소리를 지르며 “탄 소를 잡아 대령하였으니 눈이 있거든 똑바로 보시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성월은 수행승들에게 법상을 차린 후 호은에게 삼배를 하게 하였고, 호은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호은의 오도송〉 - 한정섭 역
갑자기 소 타고 소 찾는다는 말을 듣고,
당장에 타고 찾는 것이
모두 자기 주인인 줄 알았네
오고 가는 것 없는 것이 법성이고,
부치고 뗄 것 없는 것이 반양봉이다.
홀문기우멱우성 忽聞騎牛覓牛聲
돈각즉시자가옹 頓覺卽時自家翁
비거비래법성신 非去非來法性身
부증불감반야봉 不增不減般若峰
호은은 그 날로 집으로 가서 아내와 아들, 며느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살림을 맡긴 후 이름난 선객으로 수행자들을 지도하다가 안변 석왕사 내원암의 조실이 되었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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