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유형의 분류를 통해 수행자가 근기에 맞는 화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간화선의 현대화 방안 중 하나이다.
〈그림 1〉이뭣고 화두 (삽화 아도)
1.1. 간화선이란?
불교에는 다양한 수행법이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염불(念佛)을 비롯해 주력(呪力) · 사경(寫經) · 간경(看經) · 참선(參禪) 등과 같은 수행들이다. 이들 수행은 그 접근과 수행방법에 있어 차이를 띠고 있지만, 궁극의 목적에 도달하는 경지는 대체로 같다고 할 것이다. 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되어 중국의 풍토에 적응하고 이른바 중국적 색채를 띤 종교로서 뿌리를 내리고 선종(禪宗)이란 하나의 종파로 자리매김한 뒤의 주된 수행은 단연 간화선(看話禪)과 묵조선(黙照禪)이란 두 가지의 수행법을 들 것이다. 간화선은 선수후증(先修後證), 즉 ‘먼저 수행하여 뒤에 깨닫는다.’는 원리에 입각해있고, 묵조선은 수증일여(修證一如), 곧 ‘수행과 증득이 하나’라는 관점에 입각해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간화선은 시각문적(始覺門的) 수행이고 묵조선은 본각문적(本覺門的) 수행이라 한다. 시각문적이란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통해 본래의 깨달음에 합치한다는 의미이며, 본각문적 수행이란 본래로 깨달아있음을 자각하여 다시 수행이란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수행 가운데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시각문적 수행인 간화선은 다음과 같다.
간화선은 일종의 공안(公案), 즉 화두(話頭) 를 참구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참선수행법이다. 여기서 ‘본다’는 의미의 ‘간(看’)은 ‘보다’ ‘판단하다’등 여러 가지 뜻을 지닌 글자다. 한국의 선가(禪家)에서는 통상 ‘화두를 들다’, ‘화두를 참구하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화두수행을 나타내는 몇 가지 표현 가운데 ‘화두를 참구하다’라는 의미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간화선은 화두(공안)라는 재료를 수행의 소재로 이용하여 그것을 참구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의정(疑情)을 타파함으로써 깨달음을 추구하는 참선수행법이라 할 것이다. 간화선을 중흥시킨 송말원초(宋末元初)기의 고봉 원묘(高峰原妙, 1238-1295)는 이 과정에서 “의심이 크면 깨달음도 크다”고 하고, 참선을 하는데는 큰 신심, 큰 분지, 큰 의정의 세가지 요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를 혹자는 ‘의정(疑情)의 의단화(疑團化)’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학자 영목대졸은 간화선공부의 깨달음의 과정을 ‘탐구 → 공부 → 성숙 → 폭파’의 네 과정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간화선을 크게 대성시킨 인물로 여겨지는 남송(南宋)의 양기파(楊岐派) 소속 대혜 종고(大慧宗杲, 1089-1163)는 깨달음[妙悟]이란 반드시 존재하며,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은 ‘화두의 간단없는 참구’라고 강조하였다. 대혜는 그가 사대부를 비롯한 수행자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집성한 『서장(書狀)』을 통해 화두의 참구는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간단없이 참구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천 가지의 의심과 만 가지의 의심이 단지 하나의 의심이니, 화두 가운데 하나의 의심을 타파하면 천 가지 의심과 만 가지 의심이 일시에 타파된다고 하였다. 그가 수행자들에게 제시한 많은 화두 가운데 가장 자주 제시하거나 강조한 화두는 ‘무자화두(無字話頭)’이지만, 화두가 그 어떤 것이든 하나의 화두를 타파하면 만 가지의 화두를 다 타파하고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였다.
고려시대의 보조지눌(普照知訥, 1158-1210)은 그의 저서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을 통해 간화선의 우월함에 대해 논하기를, “간화선의 화두참구는 일체의 교리적 이론이나 분별적 사유를 초월해 있기 때문에 말길이 끊어지고 마음의 작용이 사라진 마음의 본바탕을 꿰뚫어 들어가는 방편이다. 화엄원교가 비록 교학 중에서 뜻과 이치가 가장 원만하고 미묘한 길이긴 하지만, 모두 알음알이와 뜻으로 들어서 알고, 생각으로 헤아리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선문(禪門)의 화두를 참구해 바로 끊어 깨달아드는 문[경절문]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하였다. 나아가 활구의 참구야말로 일체의 사량과 분별 및 정식(情識)과 교학(敎學)을 통한 불법의 지견마저도 붙을 여지가 없는 장점을 지닌 수행이라 하였다.
이처럼 시각문적 수행인 간화선은 ①간명하고 직절(直截)함 ②수행입문에 있어서 재가와 출가의 무차별함 ③수행자의 남녀노소, 존귀비천을 묻지 않음 ④근기의 영리와 우둔함이 무관함 ⑤수승한 상근기의 속효성 ⑥수행시간과 장소, 동정불문(動靜不問)의 일상성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1.2 간화선의 현대화
1) 현행 간화선 수행프로그램의 운영형태
위의 내용이 간화선에 관한 전통적 이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간화선을 현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불교의 가장 핵심적 포교과제이면서 수행 안팎의 큰 문제로 그 논의를 거듭해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선종을 표방하고 그 중심수행이 간화선이므로 한국불교의 문제가 바로 한국선, 즉 간화선의 현대화 및 세계화 문제로 귀결됨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한국 간화선의 현대화와 세계화는 곧 한국불교의 현대화며 세계화인 것이다.
‘간화선의 현대화’라는 표현은 현재의 수행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우리가 수행의 전당을 새롭게 조성하고 수행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변경한다고 하여 간화선이 현대화란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고민함에 있어 우선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간화선 수행을 출가수행자 중심의 산중수행과 재가수행자 중심의 도심수행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먼저 출가수행문중, 즉 사찰에서 행해지고 있는 간화선수행에 대해 논해보면 다음과 같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대사회적 포교의 하나로 전통적인 불교문화를 사찰에서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시행한 템플스테이가 있다. 2008년 당시 전국에 72개 사찰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해 시행하고 있었으며, 2024년 현재는 더 많은 사찰에서 더욱더 정비된 프로그램으로 시행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불교를 접목하고, 각 사찰마다 지니고 있는 지리적 환경적 특성을 살려 그에 맞는 수행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템플스테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포교의 한 종목이면서 매년 성장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서구에서도 이미 2·30대를 비롯해 40대의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고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적 경향에 맞추어 필수적인 체험프로그램으로 인식되었으며, 이를 위해 인터넷상의 홍보프로그램을 통한 선택으로 각 수행처소에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06년에 연구된 템플스테이 현황을 밝힌 연구에 따르면, 약 24개 사찰을 중심으로 방문형태나 이용의견, 주요 참여 동기, 참가 만족도, 재 경험의사,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의 유형 등등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몇 가지의 좋은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정리해 볼 수가 있다. 한국의 여러 사찰 가운데 비교적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되는 내소사·대흥사·화엄사·월정사·골굴사와 당시 크게 개선이 요구되었던 범어사나 백양사 등의 예를 살펴보면, 우리는 바로 몇 가지의 특성을 찾을 수 있다.
템플스테이 정보획득의 주요경로는 역시 TV나 Radio이며, 주요 참여 동기는 불교문화의 체험이다. 가장 불편했던 요소로 제기된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미비, 개인적 휴식시간 부족, 그밖에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부족과 숙박시설의 미정비, 수행안내요원들의 불친절 및 무관심 등이 있었다. 한편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 것이 지도하는 스님과의 대담과 참선이었음은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골굴사와 같이 ‘선무도’라는 특화된 브랜드가 없는 사찰들은 대체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설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서 가장 공통적인 중심프로그램은 역시 참선프로그램인 것이다.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우리나라 사찰은 대체로 교구본사들이다. 사찰 전체가 지리적 환경적 장점과 각 본사만의 역사와 문화를 가득 지닌 장소이므로 그 장점을 극대화하는 수행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교구본사는 거의 필수적으로 수행선방을 소유하고 있고, 선 수행 대중이 다수 있으므로 운영하는 주요 인력 및 수행 지도사를 공급하는데 좋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편, 도심 선 수행 전당의 하나로 크게 성공한 사찰로 여겨지는 안국선원은 간화선의 현대화라는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안국선원은 1989년 개원한 이래 20년 만에 3500명 이상의 신도를 거느린 대사찰로 변모했으며,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필수적 요소의 하나로 여겨지던 참선을 주된 프로그램으로 본격화하여 간화선을 대중화시켰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안국선원 수행체계의 핵심이념은 ① ‘이뭣꼬’화두를 實參하고 ② 좌선에 집착하지 않으며 ③ ‘선 수행을 먼저 실시한 후 이론적 이해를 도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안국선원의 성공요인으로 꼽는 요소는 첫째, 참선법회 참가자의 90%가량이 지도자 스님의 참선지도에 만족하는 것처럼 지도자인 수불스님의 참선지도가 탁월한 점 둘째, 세속화와 합리화를 추구하는 현대종교의 성향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필자도 이 수행프로그램에 2회 참여한 경험이 있으므로 그 장단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프로그램 진행과정을 모두 기록하는 것은 지면관계상 무리다. 여기서는 눈에 띄고 본받을 만한 것만 간략히 수록할 것이다. 안국선원에서 진행하는 간화선 수행프로그램은 초심자법회를 수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참가희망자가 100명 정도 모이고 회주인 수불스님이 참선지도가 가능할 때 7일 내지 10일간 개최하며, 하안거와 동안거 때는 각 3개월간 진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안국선원에서는 간화선프로그램을 시행함에 있어 첫째, 수행단계별 목표를 세워 초심자들에게는 종교에 대한 기본이해를 얻게 하기 위해 먼저 ‘종교란 무엇인가’등의 기본적 내용을 강의하고, 그 다음으로 염불이나 기도 등은 불교의 핵심이 아니며, 오직 화두를 참구하여 자성을 깨칠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습득하고 난 수행자를 위해서는 본격적인 간화선수행프로그램인 화두참구 수행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목표는 화두참구를 통한 의식의 변화와 참선체험에 둔다. 이 과정에서 특징적인 것은 화두참구법회에 참가하는 참여자 모두가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참여로서 그 어떤 제재나 규칙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출입이 자유롭고 철야정진도 가능하지만, 귀가할 사람의 경우 밤10시까지 귀가하도록 하며, 참선도 자유로워서 100명의 수행참가자가 한방에서 수행한다. 또 수행도중 잠이 오면 옆방에서 수면을 취하고, 다리가 아프면 쉬어도 되는 완전히 자유로운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필자의 참여경험에 따르면, 비교적 장기간의 수행프로그램인 경우는 위와 같이 자유로운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으나 5박 6일정도의 짧은 수행기간에는 완전히 자유로운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그 효과적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한 선택일 것이다.
일반 수행프로그램과 확연히 다른 이 프로그램만의 차이점은 일반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절하기를 권장하지 않고, 비교적 강요 없는 자유로운 수행과정을 들 것이다.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자유로운 가운데 질서 있고 정갈한 음식과 친절하고 경건한 안내, 능숙한 일처리 등등이다. 거기에 더하여 간화선수행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지도자스님, 혹은 지도자의 점검과정이라 할 것이다. 점검과정에서 어떤 참여자는 통과라는 답을 듣고, 또 어떤 참여자는 통과하지 못하게 되는데 필자의 체험으로는 스님과의 대담에 만족하고 자신의 공부상태를 점검하면 될 뿐, 그것에 다른 큰 의미는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완전한 깨달음은 누가 인정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화선의 종장 대혜종고는 생사대사生死大事에 대적해 자유로울 수 있어야 참된 깨달음이라 하였다.
다만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매 수행프로그램이 종료될 때마다 참여자의 감회나 변화를 체크하고, 그 장단점을 이후의 프로그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간화선은 일상선이어서 특별한 수행 장소나 수행의 시기를 논하거나 화두를 참구하는 자세 또한 굳이 앉아서 좌선할 필요성도 없지만, 공부가 미성숙한 초보자에겐 정해진 장소에 앉아서 마음을 집중해 화두를 참구해보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주위환경이나 수행자세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공부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로 이 과정을 마친 참여자들의 감회를 들어보면, 과거의 자신에 대한 참회, 현재 주변 환경에 대한 감사 및 자신과 수행에 대한 환희 등의 감정이 일어난다고 하고 있으나, 이런 경향은 공부를 익혀감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일 뿐, 특별한 감정이라 하여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부좌가 익숙하지 않거나 다리가 불편한 외국인 또는 노년층을 위한 배려로 의자를 제공하는데 그것도 좋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안국선원에서는 특정 화두를 고집하지는 않으나 주로 ‘이뭣꼬’화두를 참구하게 하고, 앉아서 참구하는 좌선에 집착하지 않으며 간화선에 관한 이해나 불교적 상식이 없는 참여자들에도 먼저 실참(實參)을 하고 난 뒤에 『금강경』이나 『육조단경』과 같은 조사어록을 강의하는 ‘선수행(先修行) 후이해(後理解)’의 과정을 실행하여 조계종 포교원에서 개발한 ‘간화선기본수행프로그램’과는 다른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 반드시 낫다고 할 것은 아니고,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장소나 주최 측의 방침에 따라, 또 참여대중의 필요에 달리할 수 있다고 본다. 단 너무 지나친 이론 위주의 프로그램이나 실참 위주의 수행프로그램은 참여자의 불교이해나 수행정도에 맞추어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재가자의 도심 선 수행형태로 지속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백봉(白峯) 김기추(金基秋, 1908-1985)의 ‘새 말귀’를 통한 간화선 수행과 종달宗達 이희익(李喜益, 1905-1990)의 선도회(禪道會)를 통한 간화선 수행을 들 수 있다. 흔히 ‘재가선’이라 부르지만, 출가선과 재가선이 따로 있겠는가? 간화선의 성격이 본래 출가와 재가, 수행환경과 장소, 남녀노소, 근기의 영리하고 우둔함에 관계없이 참구할 수 있는 일상선(日常禪)을 본질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재가선’이란 명칭은 재가자 중심으로 도심의 시민선방을 통해 간화선에 쉽게 접근하여 함께 수행해가기 때문일 것이다.
백봉 김기추선생은 불교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1963년 무자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수행을 했다고 하며, 1964년 1월 청주 심우사에서 화두를 타파하고 견성했다고 한다. 백봉은 이때 무자화두를 “육조스님은 어째서 ‘무’라 했을까?”[무자 화두는 조주종심(趙州從諗, 778-897)의 화두다]라고 참구하였을 만큼 불교와 선에 대한 지식이 없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그의 가장 큰 특성으로는 새로운 대승불교의 정수인 공의 이치를 통달하는 ‘허공성’의 강조와 화두와 같은 ‘새 말귀’의 제시, 또 중생이 본래 부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중생불’이라는 용어를 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새로운 화두라고 하는 ‘새 말귀’이다. 간화선의 삼요를 통해 볼 때, 큰 신심과 분심 및 큰 의정의 세 가지 요소가 솥의 세 다리처럼 잘 짜여 하나로 그 힘을 발휘해야 하겠으나, 그 가운데도 수행자에게 지속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큰 의정을 일으킬 화두의 역할은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화두를 전통적인 1700공안에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생활상의 다른 요소들도 화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간화선의 최대 고민 중 하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간화선의 도심포교로의 출발은 1983년에 일반인의 참선을 지도하고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시민선방 두 곳을 열었는데,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것이 서울 종로 가든타워호텔 506호에서 열렸고, 지도법사는 포교사협회 본부총장이었던 석천스님이었다. 전 한국불교 포교사협회에서 주관하는 것은 사법서사회관 8층에 시민선방을 차리고 지도법사는 무구와 혜초스님 및 종달 이희익이었다. 가든타워 호텔에서는 매주 목요일 11시부터 13시까지 좌선법회를 열었고, 사법서사회관 8층에서는 매주 목요일 14시부터 16시까지 『무문관』 강의를 하였다고 한다.
종달 이희익은 1965년 본격적으로 선도회를 조직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선도회의 지도법사가 되었다. 이어서 1966년 종달은 『무문관』의 공안참구와 입실점검 제도를 집중적으로 활용하여 재가자들의 간화선수행을 지도하였다. 그의 가르침은 선도회 2대 지도법사인 박영재에 의해 “생업과 수행이 둘이 아니다”라는 선어로 나타났으나, 이는 특별한 가르침이 아니라 본래 간화선의 본령인 것이다. 선도회는 지금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간화선의 입실제도를 계승하였는데, 다만 그가 주장한 “하나의 공안을 들면 투과할 때까지 제시하고, 투과하면 다음 공안을 차례로 참구한다.”고 하는 화두공안에 관한 견해는 대혜종고와 고봉원묘 등 전통적 간화선 선사들의 “화두 하나를 투과하면 천 가지 의심과 만 가지 의심이 일시에 타파된다”는 가르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아무튼 선도회는 2009년부터 ‘사단법인선도성찰나눔실천회’라는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2) 간화선의 현대화문제
이상에서 안국선원과 백봉 김기추 및 종달 이희익선생 등의 재가의 간화선 수행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간화선의 현대화를 위한 행보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중국 송대 양기파의 종장 대혜종고(1089-1163)가 확립한 간화선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널리 전파되어 한국불교에도 당연히 수행을 표방하는 중심 선 수행으로 자리 잡았다. 수행의 방법으로 화두참구를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간화선은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선의 종장들을 통해 화두참구의 다양한 차별성을 보유한 채 출가와 재가의 중심수행으로 전해온 것이다. 우리의 경우, 간화선이 크게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보조지눌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으며, 그 후로도 조선시대와 일제의 강점기를 거치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이루는 가장 빠른 경절문徑截門이며 최상승의 수행법으로 이어져 온데에는 한암 · 경봉 · 전강 · 송담 · 성철 · 향곡 · 서옹 · 혜암 등의 일생을 간화선 수행에 매진하고, 수행납자를 지도해온 기라성 같은 종장들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1990년 이후 한때 위빠사나의 열풍이 불었으며, 달라이라마와 틱낫한 등의 티베트와 베트남의 종장들에 의해 티베트불교와 위빠사나 수행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간화선의 큰 종장들이 차례로 입적함에 따라 한국의 수행자들은 남방불교의 수행을 찾아 미얀마 등지로 수행체험을 떠나는 경향이 크게 일어났었다. 2024년 현재에는 이들 모든 수행도량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오늘날 간화선은 탁월한 종장들의 부재로 잠시 주춤하거나 고민이 깊어진 상태다. 2004년 ‘간화선의 정체성 확립’을 도모함과 동시에 ‘간화선의 대중화사업’을 전개하면서 2004년에는 조계종교육원 불학연구소와 전국선원수좌회가 공동으로 ‘간화선 수행지침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성과로서 2005년에 『간화선』, 2006년에 『간화선입문』, 2007년 『간화선』(수정판)을 간행했다. 또 간화선 대중화를 위해 2004년에 신도수행프로그램개발에 착수하여 2004년 말에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의 시안을 완성하고, 2006년부터 조계사와 봉은사, 중앙 신도회 부설 불교인재개발원 등에서 ‘간화선입문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또 간화선에 관한 학문적 성과를 구축하기 위해 대한불교조계종 불학연구소에서는 2006년부터 간화선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다. 그동안 조계종단의 이러한 노력은 간화선의 수행체계 확립과 대중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많은 불자들에 있어서 간화선은 ‘어려운 수행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간화선센터 홈페이지에 기재되어 있는 전국시민선원의 참여현황을 살펴보면, 하루 2시간 4회를 운영하는 서울의 안국선원을 비롯해 숫자는 적으나 묘심선원· 공생선원· 임제선원· 전등선림, 경기도 일산의 무상선원, 인천 용화사 무상선원, 부산 안국선원· 혜원정사·원돈선원· 정오사 · 대구 보현사 보현선원, 양산 통도사 취운선원, 양산 통도사 부산포교원 시민선방, 창원 안국선원, 밀양 표충사 대흥선원 등등의 여건이 조성된 수행도량을 통해 간화선 수행을 보급하고 있다고 한다.
간화선의 현대화로 많이 거론하는 대책의 하나로 ‘현대인의 종교성향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것을 내세운다. 또 현대사회의 종교가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는 ‘세속화’와 ‘합리화’를 든다. 무엇보다 국민의 종교선택이 자유롭고, 다종교사회인 현대에 있어 종교는 더 이상 ‘세속=비가치’ ‘탈속=가치’라는 구도는 적절치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엄격한 수행체계나 스님으로부터의 일방적 신앙주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언제나 바쁘다는 관념에 지배되어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기존의 사찰건물은 불편한 점이 있다고도 한다. 이런 모든 담론들을 포함하여 필자가 하나의 의견을 개진한다면 다음과 같다.
① 첫째, 사찰건물의 접근성과 기능성 및 효율성 및 편리성을 높이는 것이다. 산중의 전통사찰은 그 나름대로의 장점과 역사적 문화적 장점을 살려 수행도량 및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도량으로 재정비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사찰을 방문해보면 눈에 띄게 개선된 부분이 화장실과 공양간의 현대화이다.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도량은 요즈음 미혼청년들을 위한 만남프로그램으로 등장한 ‘나는 절로’라는 행사도 무난하게 치를 수 있는 다목적의 수행도량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심의 수행도량은 반드시 전통적인 사찰의 요소를 다 갖출 필요가 없다. 단지 수행도량으로서의 기능성과 편리함 및 효율성의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한 대기업이나 자치단체의 연수원과 같은 형태를 띤 현대식 도량일 필요가 있다. 현대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수행처소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외양적 아름다움과 청결함을 갖춘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방송시설과 음향시설, 공양시설 및 현대적 샤워시설과 화장실 등의 구비로 사찰의 신도와 외부 수련생들의 사찰이용에 불편함이 전혀 없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에 외부적 조경까지 갖출 수 있으면 더욱 좋겠으나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가능한 범주 내에서 내부적 효율성과 편리성을 도모하는 것부터 점차적으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② 둘째, 현대인에 적합한 수행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옛날의 불교신도와 오늘날의 불교신도 및 재가의 잠재적 예비종교인은 그 교육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이에 적합한 수행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우리국민의 대다수가 대학교육을 받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오늘날, 자녀교육을 거의 완료한 노년에 불교를 체계적으로 알기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교육생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교육수준에 맞춘 합리적 교육과 사찰운영이 필요하다. 물론 아직도 기복신앙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신도들이 많이 남아있고, 사찰경영상 기도중심의 기복신앙을 권장하는 스님들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재가의 생활은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끝을 모르는 경쟁적 구도와 그로 인한 격심한 스트레스가 만연하다. 이에 따라 웰빙을 추구하고 진정한 자아의 발견을 통한 내면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욕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타종교뿐 아니라 불교계의 경우도 불교방송을 비롯한 유튜브 등 온라인프로그램의 활성화로 불교신도 및 일반인의 지식적인 욕구와 그에 따른 교육은 많이 향상되었다고 본다. 또 생활의 향상으로 노년을 맞아 전문적 교육에 도전하는 불자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의미에서 기복신앙보다 화두참구를 통한 자기 깨달음을 추구하는 욕구도 크다.
안국선원의 수행체계를 통해 보듯이, 현재의 불교신도는 스님으로부터의 주입식 불교교육보다 출가수행자와 동일한 참여형태의 신행생활을 추구한다. 이런 경향은 2004년 조계종 포교원에서 조사한 [신도수행의식설문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자주 실천하고 있는 수행법으로 108배 등 참회기도33%, 염불28%, 참선18%로 참선의 비율이 가장 낮았지만, 가장 체계적으로 지도받고 싶은 수행법으로는 참선65%, 염불13%, 참회기도11%로서 참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템플스테이 종료 후의 점검결과 참선하는 시간이 단연 가장 좋은 시간의 하나로 꼽힌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③ 셋째는 합리적인 사찰운영을 실시하는 일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옛날에 비해 재정의 많은 부분이 신도들에게 공개되고 그 운영의 실태를 공유하고 있다. 많은 사찰이 스님중심의 독단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신도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안국선원과 같이 20-30명의 소규모의 거사회나 보살회 조직을 근간으로 하여 회원 간의 결속력을 높이고 있는 곳도 있다. 신도들의 입문단계와 연령 등에 맞는 단계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장 초보적인 것은 수행교육을 이수한 재가자 가운데서 발탁하여 맡기는 것도 한편으로 지도자스님의 일을 분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도의 참여도를 높이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④ 수행의 빠른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즈음 우리의 수행문화를 보면, 명상(meditation)문화의 확산과 함께 매년 다양한 형태의 명상프로그램이 실시되고, 동국대학교에서도 외국의 명상관련 학자를 초빙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명상은 마음을 깨끗이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심신의 안정과 통찰의 힘을 배양하는 보편적 수행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간화선은 화두의 참구라는 방법을 채택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법이다. 명상과 간화선 두 가지가 다 내면을 통찰한다는 의미에서는 동일하며, 간화선도 광의의 명상 안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간화선은 깨달음을 얻어 생사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궁극적 목적이 있다. 참여 수행자에게 빠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여 조급해 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행환경은 현대적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조성하되, 지도자의 육성과 효율적인 장단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꾸준한 간화선수행문화를 일으키고 최소한의 심신의 안정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빠른 효율에 집착하여 함부로 인가하는 등의 잘못된 방식을 사용으로써 수행문화를 오염시켜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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