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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 혜심(眞覺慧諶)

진각 혜심(眞覺慧諶, 1178-1234)은 보조 지눌의 상수제자로 보조선을 이어서, 한국 간화선풍을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림1〉순천 송광사 십육조사진영 제2세 진각국사 혜심 진영(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송광사)
1. 진각 혜심의 생애와 업적 진각 혜심(眞覺慧諶)은 명종 8년(1178)에 태어나 고종 21년(1234)에 입적하였다. 혜심은 법명이고 호는 무의자(無衣子)이며, 시호는 진각국사(眞覺國師)이다. 어머니 배씨(裵氏)는 하늘 문이 열리고 천둥이 치는 듯한 태몽을 꾸었으며, 혜심은 출생 당시에 탯줄을 몸에 감아 마치 가사를 걸친 듯한 형상으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출가를 원하였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학문에 매진하였다. 당시 유교 철학을 배경으로 한 최고의 교육기관인 ‘태학’에서 수학하였다. 어머니의 병간호 이후 사망에 이르자 49제를 마치고 조계산으로 가 25세의 나이에 지눌(知訥)의 제자로 출가하였다. 지눌은 오산과 지리산 등지에서 수행정진한 혜심에게 인가의 증표로 부채를 전하였으며, 법을 계승하고자 하였으나 혜심은 이를 극구 사양하고 깊은 산 중에 은거하면서 수행을 이어갔다. 혜심은 지눌에게 부채를 전해 받을 당시 다음과 같은 게송을 남겼다.
옛날에는 스승의 손 안에 있더니 오늘은 제자의 손 안에 있네 극심한 번뇌가 일어난다면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도 막지 않겠네 昔在師翁手裏 今來弟子掌中 若遇熱忙狂走 不妨打起淸風
지눌의 입적 이후 희종6년(1210)에 왕의 칙명 및 주변의 권유로 수선사〔현재 송광사, 고려 희종 이후 길상사가 수선사로 사명 개창〕의 2대조가 되었다. 이후 약 24년간 수선사를 이끌며 지눌의 뜻을 이어 그의 선사상과 간화선을 한국에 정착시켰다. 혜심은 57세를 일기로 월등사(月燈寺)에서 입적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임종게를 남겼다.
온갖 고통이 이르지 않는 곳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구나 그것이 어떤 곳인지를 묻는다면 매우 적막한 열반문이로다 衆苦不到處 別有一乾坤 且門是何處 大寂涅槃門
입적 이후 혜심의 비문에는 “승과(僧科)를 거치지 아니하고 승직(僧職)에 오른 것은 혜심스님이 처음이다.”라고 기록되어있다.
〈그림2〉강진 월남사지 진각국사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2. 진각 혜심의 간화선 사상 혜심은 지눌의 선사상을 계승함과 아울러 수행과 선의 일상성을 강조하였는데 특히 간화선 수행을 적극 전개하였다. 간화선 수행이 근기에 따라 차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부처라 믿는 마음 그 자체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또한 선시(禪詩)를 통해 자신의 선사상을 승가 및 대중에게 펼쳤는데 마음의 근본자리를 ‘텅 비어있고 밝은 곳〔虛明地〕’이라고 묘사하였다. 목우시(牧牛詩)에서는 마음의 소를 발견하고 소를 기르는 행위를 깨달음 이후의 점진적인 수행에 비유하며 수행정진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혜심의 선시는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의 간화선 사상은 대표적으로『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30권,『구자무불성화간병론(狗子無佛性話揀病論)』1편,『조계진각국사어록(曹溪眞覺國師語錄)』1권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선문염송집』30권은 혜심이 전대 선승들의 공안(公案)을 모아 선 이론을 통합하고자 편찬한 것이다. 중국 선종의 여러 문파들은 각자의 공안법에 기초해서 차별화된 수행전통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굳혀왔다. 혜심 역시『선문염송집』을 통해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 수행전통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염송이란 어떤 상황을 놓고 역대 조사들이 깨달음의 경계를 보이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는 게송이나 시 등이 포함된다. 『선문염송집』의 내용은 여러 선사들의 어록 등을 일일이 열람해 편찬한 것으로, 선가의 1463 고칙(古則)과 이에 대한 선사들의 징(徵:화두에 있는 사건을 예로 들어 문답하는 형식)ㆍ염(拈:한 사건을 예로 화두의 제시와 풀이)ㆍ대(代:화두 속에서 답을 못하는 자를 대신해 한 마디 하는 것)ㆍ별(別:화두 속에서 문답의 주인을 달리해 대답)ㆍ송(頌: 화두 속의 사건을 시로 낭송)ㆍ가(歌:송이 긴 것) 등을 선별한 것이다. 『염송설화』는 이렇게 구성된 『선문염송』 각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해설서이다. 1226년에 제자 진훈(眞訓) 등과 함께 수선사에서 1,125칙과 그에 관한 여러 조사들의 갖가지 해설을 모아 30권을 완성함으로써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과 짝을 맺게 하였다. 『선문염송』은 이후 국내 간화선의 실참 교과서가 되었으며, 혜심은 제자들에게 화두를 들게 했고 자신도 늘 화두를 들어 선을 생활화하였다. 그럼에도 『선문염송』내의 어떤 염송일지라도 확고한 정설로 결론지어 버리는 것은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하였다. 단지 수행자로 하여금 함정에 빠뜨렸다가 경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공안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스스로 그 말에 묶일 뿐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화두를 죽이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 요체이다. 이것이 혜심이 펼친 간화선 사상의 대표적 특징이다. 『구자무불성화간병론(狗子無佛性話揀病論)』에서는 혜심이 보조 지눌이 10종병이라고 칭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10종병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 저술이다. 이후 태고 보우(太古普愚, 1301-1382) ․ 서산 휴정(西山休靜, 1520-1604) 등을 거치면서 화두를 실천하는 경절문(徑截門)의 요체로 면면히 계승되어 선사들에게 수용되어 왔다. 『조계진각국사어록』은 혜심의 선사상과 관련된 주요 문헌 중 하나이다. 이 책은『선문염송집』과 함께 혜심의 대표적인 저술이며, 그의 사상이 잘 나타난 문헌으로서 고려 중기 선종의 사상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혜심은 선어록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어 공안참구를 강조하였고, 간화선을 여타의 수행법과는 구분되는 최상승의 선으로 보면서 모든 언로와 이로가 차단되어 일체의 알고 이해하는 것〔知解〕을 거부하며 논리가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 수행법이라고 하였다. 『조계진각국사어록』은 상당(上堂), 시중(示衆), 소참(小參), 실중대기(室中對機), 수대(垂代), 하화(下火), 법어(法語), 서답(書答), 보유(補遺)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당에서는 조사선의 진가를 담은 선기(禪機)를 다양한 상황에서 보여 준다. 한마디 말마다 관문을 숨겨 두는 수법에서 탁월한 조사의 수단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선법은 간화선과 불가분한 짝이 된다. 법어와 서답 등에서는 간화선의 수행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경론이나 역대 조사들의 언구를 정확히 인용하면서 화두로 재구성한다. 혜심은 간화선에 전통적인 수행법인 지관(止觀)과 정혜(定慧)가 모두 구현되어 있다고 하면서 화두의 중요성과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혜심은 『심요(心要)』 1권, 『무의자시집(無衣子詩集)』 2권, 『금강경찬(金剛經贊)』 1권, 『선문강요(禪門綱要)』 1권 등의 저서를 남겼다. 후대에 혜심은 조사선 전통과 간화선 수행법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승인 보조 지눌이 지적인 방향에서 선교일치를 주장하였다면 제자인 혜심은 일상생활에서의 간화선 수행을 정착시켰으며 간화일문 참구를 통해 곧장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수행자들을 독려하였다. 이러한 혜심의 간화선 사상은 한국불교에 간화선이 자리잡게 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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