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사무외대사(四無畏大師)는 고려에 조동종의 선풍을 전승하였다.
조동종의 성립은 『조동록(曹洞錄)』에 잘 설명되어 있다. 『조동록』은 『동산록(洞山錄)』과 『조산록(曹山錄)』을 합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조동종은 동산 양개(洞山良价, 807-869)로부터 성립되었고, 제자인 조산 본적(曹山本寂, 840-901)이 펼친 법력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중국 선종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조동종의 명칭은 동산과 조산의 호를 써서 동조종이라고 했다가 발음상의 불편함으로 인해 조동종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설(異說)에는 조계 혜능과 동산 양개를 합한 명칭이라고도 한다.
동산 양개는 운암 담성(雲巖曇成, 82-841)에게 보경삼매(寶鏡三昧)의 요지(要旨)를 인가받았다. 이를 조산 본적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는데, 보경삼매를 닦는 방법이 바로 묵조(黙照)의 선법이다. 묵조선은 『오가어록(五家語錄)』과 『조당집(祖堂集)』 속의 「오가록」을 통해 동산과 조산 두 선사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다.
조동종의 묵조선은 달마 대사에 이어 혜능 대사의 남종선 선맥을 이어받았다. 이러한 선맥은 『동산록』에 잘 나타나 있는데, 동산과 조산이 주고받은 ‘불변이처거(不變異處去)’의 선문답이 묵조선의 대표적인 종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묵조는 모든 경계에서 능소(能所)의 경계가 없는 화합의 경지에 도달함을 뜻한다. 묵조선은 정신과 물질의 현상을 묵연히 관조하여 그 실상을 깨닫는 선수행이며, 사량 분별이 없는 무념무상의 일행삼매를 수행하는 선법이다.
당나라 때 형성되고 전개되었던 조사선의 수행 가풍은 송대에 이르러 간화선과 묵조선의 수행방식으로 새롭게 전개되었다. 묵조선의 수행은 단하 자순(丹霞子淳)의 제자인 굉지 정각(宏智正覺, 1091-1157)과 진헐 청료(眞歇淸了, 1088-1151)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굉지정각은 묵조선을 중흥시킨 조사로서 비사량(非思量)의 묵조선을 선양하였다. 비사량은 심의식(心意識)에서 사량(思量)하는 마음을 정화하여 지혜를 일으키는 보경삼매를 뜻한다. 묵조선의 사상은 『묵조명(黙照銘)』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다 선(禪)의 경계이며 묵조의 경지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라의 선승(禪僧)들은 대부분 육조 혜능(慧能)의 제자인 남악 회양(南嶽懷讓, 677-744)의 법맥을 이은 강서 도일(江西道一, 709-788)의 남종선 계통의 인가(印可)를 받아왔다. 그러나 형미, 여엄, 이엄, 경유 등 선승 4인은 891년에서 896년 사이에 운거 도응(雲居道膺, ?-902)의 문하에 들어가 인가를 받고 청원 행사(靑原行思, 671-738) 계통의 법맥을 신라로 옮겨왔다.
수미산문(須彌山門)의 수미 이엄(須彌利嚴, 870-936)과 성주산문(聖住山門)의 대경 여엄(大鏡麗嚴, 862-930), 사자산문(獅子山門)의 법경 경유(法鏡慶猷, 871-921), 가지산문(迦智山門)의 선각 형미(先覺逈微, 864-917)는 해동의 사무외대사(四無畏大士)라고 불리며 고려 초기의 불교계를 이끌었다. 이들은 고려에 조동종의 선풍을 전승한 대표적인 선사들이다. 이들 가운데 여엄과 형미는 공(空)사상에 근거한 가르침을 펼쳤고, 이엄과 경유는 심법(心法)의 본성을 깨쳐 일상화에 근거한 법을 펼쳤다. 사무외대사가 지니고 있는 사상의 전반적인 기조는 유학 이전에 이미 화엄경을 접했던 것과 당시 전란으로 혼란했던 국내의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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