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양은 곡산 도연의 남종선을 이은 선사로서 도헌이 창건한 봉암사를 재건하여 희양산문을 일으킨 실제 개산조이다.
정진 긍양(兢讓, 878-956)은 935년(고려 태조 18)에 희양산 봉암사(鳳巖寺)에서 선풍을 크게 일으켜 희양산파를 이루었다. 『선문조사예참의문(禪門祖師禮懺儀文)』 등에 의하면 희양산의 조사는 지증 도헌(智證道憲, 824-882)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지증대사비’를 살펴보면 도헌이 봉암사를 세우기는 하였지만, 희양산파의 개조라고 보긴 어렵다.
공주에서 태어난 긍양은 어려서부터 시와 그림, 글씨 등에 관심이 많았다. 15세에 공주 남혈원의 여해(如解) 선사를 찾아가 삭발하고 20세에 계룡산 보원정사에서 계를 받았다. 그리고 도헌의 수제자인 서혈원의 양부(楊孚, ?-917)에게 법을 받았다.
긍양은 23세가 되던 해(900, 효공왕 4) 당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석상 경제(石霜慶諸, 807-888)의 직계 제자인 곡산 도연(谷山道緣, 생몰미상)을 만나 본래의 참마음을 확인하는 깨달음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오대산, 운개산 등을 두루 다니면서 고승들과 법담을 나누다가, 924년(고려 태조 7)에 고국으로 돌아와 스승 양부가 머물렀던 백엄사(伯嚴寺)에서 많은 이에게 교화를 펼쳤다. 신라 경애왕은 선사의 덕을 찬탄하고 봉종(奉宗) 대사라는 별호를 주었다.
〈그림1〉문경 봉암사 일주문 (聞慶 鳳巖寺 一柱門)(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긍양은 선법을 널리 펼치고자 새로운 도량을 찾아보았다. 비문에는 신인(神人)의 간곡한 부탁과 호랑이의 인도로 희양산의 봉암사에 도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봉암사는 양부의 스승 도헌이 창건하였으나, 폐허가 되었던 곳이라서 긍양이 다시 절을 짓고 새롭게 선풍을 일으켰다(935). 선사가 봉암사를 재건하여 산문을 일으키자 많은 학인이 줄을 지어 찾아왔다.
고려 태조와 혜종, 정종, 광종은 긍양을 스승의 예(禮)로써 존경하고 의지하였다. 특히 광종은 선사를 ‘희양산의 화신보살’이라고 추앙하며 증공(證空) 대사라고 하였다. 956년(광종 7년)에 긍양이 입적하자 정진(靜眞) 대사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명을 원오(圓悟)라고 하였다.
긍양은 기존의 교학과 함께하는 선(禪)을 지향했으며 민간신앙도 포섭하는 융선적인 남악계의 전통을 계승하였다. 선사의 뒤를 이은 형초(逈超), 박초(迫超) 등의 많은 제자에 의해 긍양의 가풍이 펼쳐져 희양산문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문경 봉암사의 지증대사와 정진대사의 탑 및 탑비와 기타 사료(史料)들을 살펴보면, 희양산문의 개산조는 긍양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긍양은 도헌을 개조로 삼고자 하였던 듯하다. 이를 참고하여 두 법계(法系)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도헌비(道憲碑)〉
- 북종(北宗); 지공(志空) - 신행(神行) - 준범(遵範) - 혜은(慧隱) - 도헌(道憲) - 양부(楊孚) - 긍양(兢讓)
〈긍양비(兢讓碑)〉
- 남종(南宗); 신감(神鑒) - 혜소(慧昭) - 도헌(道憲) - 양부(楊孚) - 긍양(兢讓) - 형초(逈超)
· 집필자 : 전통수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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