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진정(眞定)

활동왕조 통일신라
활동시기 [7~8세기]
홀어머니 봉양하는 가난한 청년
진정(眞定)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집안의 청년이었다. 스님이 되기 전에 군역을 지면서 남은 시간에는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서 홀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였다.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장가도 들지 않고 어머니께 효도를 다했으므로 마을에서는 칭찬이 자자했다.
다리 부러진 솥을 시주하다
어느 날, 어떤 스님이 문 앞에 와서 절을 짓는 데 필요한 쇠붙이를 구하고자 하였다. 가난한 집이라 재산이라고는 다리 부러진 무쇠솥 하나밖에 없었다. 불심이 돈독한 어머니는 뭐라도 드리고 싶은지라 무쇠솥을 스님께 드렸다. 저녁때가 되어 품팔이 갔던 아들이 돌아오자, 어머니는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아들과 상의도 없이 하나밖에 없는 솥을 보시한 어머니는 아들의 생각이 어떤지 물었다. 아들은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우리처럼 가난한 살림에도 절을 짓는 데 시주하였으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 솥이 없다고 밥을 먹지 못하지는 않지요.” 이렇게 어머니를 안심시키고는 질그릇을 솥으로 삼아 밥을 지어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모친이 출가를 권하다
그 무렵, 그는 군역을 이행하고 있을 때 사람들로부터 의상(義湘) 법사가 태백산에 머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고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의상 스님을 만나 뵙고 가르침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지만, 홀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망설이다가 어머니께 말했다. “어머니께서도 들으셔서 알고 계시겠지만 의상 스님이 태백산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다고 해요. 저도 어머니께 효도를 다하고 나면 반드시 의상 스님께 의탁해 스님이 되어서 불법을 배우고 싶어요.” 어머니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대답하였다. “아들아, 네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니 참으로 장하구나. 부처님의 정법은 만나기 어렵고 인생은 덧없이 지나간다. 그러니 네가 말하는 것처럼 효도를 마친 후라면 너무 늦지 않겠느냐? 걱정하지 말고 빨리 가는 게 좋겠다. 머뭇거리지 말고 어서 떠나거라.” 어머니의 재촉에도 아들은 망설이며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오직 저 하나만 믿고 사시는데, 어머니를 홀로 두고 어떻게 스님이 될 수 있겠어요?”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어미를 생각하는 너의 효심은 알겠으나, 이 어미 때문에 출가를 못한다면 이는 나를 지옥에 빠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에게 효도하려거든 그런 말은 하지 마라. 나는 남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빌어먹더라도 타고난 수명은 다할 수 있으니, 내 염려는 안 해도 된다. 이 길로 바로 출가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스님이 되는 것이 곧 이 어미를 위하는 일임을 명심하거라.” 어머니는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라고 했다.
뒤주의 쌀을 모두 털어 밥을 짓다
아들은 어머니의 간곡한 당부에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부엌으로 가서 곡식 자루를 모두 털어 보았다. 쌀 일곱되가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밥을 짓고서 말했다. “네가 쌀을 가지고 가다가 밥을 지으려면 가는 길이 더딜 것 같아 걱정된다. 그래서 쌀을 모두 털어 밥을 지었으니, 내가 보는 앞에서 한 되 밥은 먹고, 남은 밥은 싸서 들고 가다가 먹도록 해라. 어미 말을 명심하고 어서 빨리 떠나거라.” “어머니를 버리고 출가하는 것은 자식 된 도리로 차마 못할 일이거늘, 하물며 며칠 동안의 양식을 모두 가지고 떠날 수는 없지요.”
아들에게 어서 가라고 재촉하는 어머니(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아들은 흐느껴 눈물을 흘리며 사양했으나, 어머니는 계속해서 바로 출가하라고 했다. 아들은 차마 어머니를 두고 갈 수 없었으나 어머니의 뜻을 더 이상 어길 수도 없어 길을 나섰다. 어머니가 싸 주신 밥을 먹으며 밤낮없이 사흘을 걸어 태백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의상 스님을 찾아 존경을 표현하고, 제자가 되려고 찾아왔으니 거두어 주시라는 인사를 드렸다. 마침내 의상 스님에게 의탁하여 삭발하고 제자가 되어 ‘진정(眞定)’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렇게 스승의 문하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게 되었다.
효와 깨달음 둘 다 이루다
진정 스님이 출가한 지 3년이 지났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여의었다는 기별을 받았다. 스님은 추모와 슬픔이 지극해 가부좌를 하고 선정에 들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하였다. 7일 만에 선정에서 나온 후, 스승인 의상 스님에게 어머니 소식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의상 스님은, 683년경에 진정 스님의 어머니를 위해 문도(門徒)를 거느리고 소백산 추동(錐洞)에 가서 풀을 엮어 집을 짓고, 3천 명을 모아 90일 동안 『화엄경』을 설하여 진정 스님의 모친 천도를 기원하였다. 강론을 마치는 날, 진정 스님의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 말했다. “아들아, 나는 이미 극락세계에 왔으니 내 염려는 말고 오직 불도를 닦는 데 열중하거라.” 진정 스님은 수많은 의상 스님의 제자 중에서 오진(悟眞)·지통(智通)·표훈(表訓)·진장(眞藏)·도융(道融)·양원(良圓)·상원(相源)·능인(能仁)·의적(義寂) 스님과 함께 의상십성제자(義湘十聖弟子)로 칭해졌다.
· 집필자 : 이미숙(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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