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왕조 | 통일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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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시기 | [8세기] |
망덕사 스님
선율(善律)은 경주 낭산 망덕사(望德寺)에 거주하였다.
망덕사는 신라 조정이 당나라 사신을 속이기 위해 방편으로 지은 사찰이었다. 당나라 군대는 670년 전후 두 차례에 걸쳐 신라를 정벌하려 했지만, 풍랑으로 바다에 침몰하였다. 이에 당나라 황실은 신라 사신에게 전쟁의 책임을 물었고, 사신들은 신라에서 사천왕사를 창건하여 당나라 황제의 만수무강을 빈다고 하였다. 당 고종은 사실을 확인하려고 사신을 보냈다. 사천왕사는 당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절인데, 이런 사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사천왕사 남쪽에 새로운 절 망덕사를 지어 당나라 사신에게 보여 주고자 하였다.
경주 망덕사지 당간지주(출처 : 국가유산청)
선율 스님의 생몰년은 알 수 없지만 684년에 망덕사가 완성된 것으로 보아, 7세기 말 이후에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염라대왕이 돌려보내다
스님은 말년에 600권이나 되는 『대반야경(大般若經)』을 사경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널리 전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 뜻을 이루기도 전에 저승에 가게 되었다. 염라대왕이 심판하는 곳에 이르니, 염라대왕이 스님에게 물었다.
“너는 인간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였느냐?”
염라대왕의 물음에 스님이 대답하였다.
“저는 승려로서 불도를 닦다가 늘그막에 이르러 『대반야경』을 옮겨 적어 많은 사람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였으나, 그 불사를 다 이루지 못하고 왔습니다.”
염라대왕은 스님의 말을 듣고 감탄하며 저승 명부를 살펴보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말했다.
“명부에 의하면 너의 수명은 이미 다하였으나, 네가 하려는 훌륭한 일을 아직 끝맺지 못했으니 다시 인간 세상으로 되돌아가 그 일을 완수하도록 하여라.”
저승에서 만난 여인의 부탁
스님은 저승에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 한 여인을 만났다. 여인은 울면서 절을 올린 뒤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말하였다.
“저도 남섬부주(南贍部州, 인간 세상) 신라 사람입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몰래 금강사(金剛寺)의 논밭을 빼돌린 죄에 연루되어 저승으로 잡혀 와 오랫동안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시거든 저의 부모님을 찾아가셔서 그 논밭을 원래 주인에게 빨리 돌려주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세상에 있을 때, 침상 아래에 기름을 감춰 두고 이불 사이에 곱게 짠 베를 숨겨 두었으니, 스님께서 그 기름을 가져다 부처님께 등불을 밝혀 주시고, 그 베를 팔아 불경을 사경하는 데 사용하십시오.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승에서도 은혜가 되어 제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여인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 물었다.
“그대의 집은 어디요?”
“사량부(沙梁部, 경주시 남천 이북 일대) 구원사(久遠寺) 서남쪽 마을입니다.”
열흘 만에 소생하다
스님이 그 말을 듣고 돌아오려는데, 앞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삼도천(三途川)이 있었다. 강을 건너려고 물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순간 되살아났다. 이때는 스님이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열흘이나 지나 남산의 동쪽 기슭에 매장되어 있었다.
스님은 무덤 속에서 3일 동안이나 꺼내 달라고 소리쳤다.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어디선가 들리는 가느다란 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망덕사 스님에게 알렸다. 망덕사 스님들이 와서 무덤 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그곳을 파헤쳐 스님을 꺼냈다.
여인의 명복을 빌고, 사경을 완성하다
깨어난 스님은 사람들에게 그간 겪은 일을 자세히 들려주고, 곧바로 저승에서 만났던 여인의 집을 찾아갔다. 여인의 부모님을 만나 딸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땅을 원래 주인인 금강사 스님들에게 속히 돌려주도록 하였다. 여인이 죽은 지 이미 15년이나 지났는데 기름과 베는 여인이 말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부모는 금강사의 논밭을 바로 돌려주었고, 여인이 숨겨 놓았던 기름과 베를 스님에게 드렸다.
스님이 등불을 켜고 여인의 명복을 빌었더니, 며칠 뒤 스님의 꿈에 여인이 나타나 무서운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해졌다고 하였다.
선율 스님이 저승에 다녀온 이야기와 저승에서 만난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감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에 너도나도 불경의 사경 불사(佛事)를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스님은 마침내 자신의 서원을 원만하게 이룰 수 있었다.
스님이 사경한 경전은 고려 때까지도 경주 승사의 서고[僧司藏]에 보관되어, 해마다 봄과 가을에 읽으며 재앙을 물리치도록 기원하였다고 한다.
· 집필자 : 이미숙(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