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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사변만어 소개

활력을 상실한 조선 후기 불교계에 선론(禪論)의 불씨를 지펴 선종의 법문(法門)을 달구다
문헌 제목 풀이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辨漫語) 선문(禪門)의 네 가지 주제에 대한 시비를 따져 두루 논박하며[四辨] 자유로이 전개한 의론[漫語]
사변(四辨)이란, 조사선과 여래선, 격외선과 의리선, 살(殺)과 활(活), 진공(眞空)과 묘유(妙有) 등 네 가지 핵심 논점에 대한 논변(論辨)이라는 뜻이다. ‘변(辨)’은 ‘변(辯)’과 통한다. 만어(漫語)는 무엇에도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말, 의견이라는 뜻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辯漫語)ⓒ불교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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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당신의)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앉도록 하시자 (가섭은) 묵묵히 아무 말 없이 그 뜻을 알아차렸고, (부처님께서) 꽃을 집어 들고 사방을 돌아보시자 (가섭은) 묵묵히 아무 말 없이 그 뜻을 알아차렸으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어) 두 발을 관 밖으로 드러내어 보이시자 (가섭은) 묵묵히 아무 말없이 그 뜻을 알아차렸다. 더 나아가 백장은 마조가 내지른 할에 귀가 먹어 아무 말도 못했고, 황벽은 백장이 당한 그 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혀를 내두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상은 모두 말로 전하는 교법에 따르지 않고서 묵묵히 전수 받고도 (전하는 사람과 전수 받는 사람의 뜻이) 빈틈없이 들어맞았던 예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묵묵히 전하고 빈틈없이 들어맞는 방식엔들 어찌 의리(義理)가 없겠는가! 언어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허용되지 않는데 또한 어떻게 의리라는 말로써 이름을 세우겠는가? 그러므로 조사선은 다만 빈틈없이 서로 들어맞히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세존께서도 이름을 붙인 적이 없었고, 조사도 이름을 붙인 적이 없었으며, 덕이 높은 종사들도 이름을 붙인 적이 없었다. 어떤 이름이건 어쩔 수 없이 붙이는 것이니 하물며 의리를 말하는 경우야 언급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것이 교설 밖에서 별도의 방식으로 전하여 홀로 격외(格外)라는 칭호를 얻은 까닭이다.
저자
초의 의순(草衣意恂, 1786∼1866)
초의선사 진영ⓒ불교학술원
초의선사 승탑ⓒ불교학술원
대흥사 성보문화재 초의관ⓒ대흥사 홈페이지
속성은 장(張), 자는 중부(中孚). 전남 나주군 삼향면에서 출생하였다. 16세이던 1802년(순조2) 나주군 다도면(茶道面) 암정리(岩亭里) 덕룡산(德龍山) 운흥사(雲興寺)로 찾아가 벽봉 민성(碧峰珉聖)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그 뒤 대흥사(大興寺)에서 완호 윤우(玩虎倫佑, 1758~1826)로부터 구족계를 받았고, 그의 법을 계승하면서 초의라는 법호도 얻었다. 선법(禪法)은 금담(金潭)으로부터 배웠다. 1801년(순조1)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강진(康津)에 귀양 갔을 때 찾아가 교유하였다. 정조의 사위인 홍현주(洪顯周)와 그의 형인 홍석주(洪奭周)를 비롯하여 신위(申緯), 권돈인(權敦仁),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등과 왕래하였다. 추사의 뒤를 이은 서화(書畵)의 달인 소치(小癡) 허유(許維)와 친분을 유지하며 서화를 연마하여 이 방면에도 이름을 떨쳤다. 당시 받은 당본 서체(書體) 중 화엄예참법(華嚴禮懺法)을 연습한 끝에 『법화경』 전체를 필사한 뒤 평생 동안 독송하였다. 이러한 이력에 따라 중국 동림사(東林寺)의 혜원(慧遠) 법사나 서악사(西岳寺)의 화가 관휴(貫休)와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흥사 일지암(一枝庵)에서 세수 81세, 법랍 65세로 입적하였다. 저서에는 『선문사변만어』 외에 『초의시고(草衣詩藁)』, 『진묵조사유적고(震黙祖師遺蹟考)』, 『동다송(東茶頌)』, 『다신전(茶神傳)』 등이 있다.
구성과 내용
백파 긍선(白坡亘璇)의 『선문수경(禪文手鏡)』에 제시된 삼종선(三種禪)에 대한 비판서. 화두 참구의 안목을 근본으로 견지하면서 언어의 길이 끊어진 제1구를 부각하며 임제삼구(臨濟三句)를 조사선(祖師禪)·여래선(如來禪)·의리선(義理禪)에 각각 배대한 백파의 견해를 논박하였다. 백파는 ‘첫 번째 구절에서 알아차리면 부처님과 조사의 스승이 될 자격이 있고[조사선], 두 번째 구절에서 알아차리면 인천의 스승이 될 자격이 있으며[여래선], 세 번째 구절에서 알아차리면 자기 자신도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의리선].’라고 평가한다. 백파는 뜻과 도리에 의식이 지배당하고 있는 의리선은 선에 대한 일종의 견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초의는 제3구를 의리선으로 배척하는 방식은 다양한 언어와 의미로 본분을 전하는 수단을 무시한 잘못이라며 모든 방편의 언어를 포용하는 견해로 비판한다. 제3구야말로 불교의 특징인 방편선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3구가 모두 평등하게 효용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백파의 설을 논파한다. 여래선과 조사선 사이에도 우열이 있을 수 없고, 백파가 창안한 의리선 개념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단계적 가치로 구분 지은 백파의 삼종선 분류에 대해 초의는 철저히 평등의 관점에 기반을 두고 각각은 근기에 따른 언어 방편으로서 무차별의 본분을 구현하고 있음을 낱낱의 전거를 들어 논파하고 있다. 백파는 조사선과 여래선을 하나로 묶어서 격외선으로 분류하면서 의리선과 구별하였는데, 초의는 ‘원래 격외라는 말은 있었지만 격외선이라는 용어는 없었다.’라고 하면서 이러한 분류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처전심(三處傳心), 삼현(三玄), 삼요(三要) 등의 개념들을 임제삼구에 배대하는 백파의 설도 비판하고, 살(殺)과 활(活)을 달리 설정하는 백파의 주장에 대해 초의는 두 가지가 상호 의존한다는 관점에서 비판한다. 백파가 모든 길이 끊어진 제1구를 부각하려 한 데 반해 초의는 모든 선법을 포용하는 견해로써 충돌한 것이다.

관련자료

  • 선문사변만어
    도서 초의 의순, 김영욱 역 | 동국대학교출판부 | 2012 상세정보
  • 선문수경
    도서 백파 긍선, 신규탁 역주 | 서울: 동국대학교출판부. | 2012 상세정보
  • 논쟁으로 보는 한국철학
    도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서울: 예문서원 | 2004 상세정보
  • 조선후기 선문논쟁의 전개와 의의
    학술논문 서재영 | 한국선학 | Vol.22 | 한국선학회 | 2009 상세정보
  • 자료와 해설, 한국의 철학사상
    도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한국사상연구소 | 예문서원 | 2002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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