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의 본보기가 될 만한 글귀들을 뽑아
독보적 안목으로 날카롭게 풀어내고
함축적 송(頌)으로 절제미를 발휘한
명불허전의 선가 고전
문헌 제목 풀이
선가귀감(禪家龜鑑)
선가(禪家)의 본보기가 될 만한 글귀
선가는 ‘선종이라는 유파’ 또는 그 유파에 속한 무리나 그 일원(一員)을 가리키는 말이며, 여기서 ‘가(家)’는 집단·무리·학파·교파 등을 가리키는 복수의 뜻이다.
귀감(龜鑑)은 귀경(龜鏡)과 같은 말로 감(鑑)은 거울 경(鏡)과 같다.
거북으로는 미래의 화복(禍福)을 거북점 쳐서 망설이며 유보하던 일을 결단할 수 있고,
거울은 미추와 생김새를 비추는 도구로서 사물을 가려내는 구실을 한다.
이로써 본보기로 삼거나 교훈으로 삼을 만한 것을 비유하여 귀감이라 하는 것이다.
문헌 맛보기
송광사(松廣寺) 1618년 선가귀감 경판ⓒ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말이 없는 경지로부터 말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선(禪)이요,
말이 있는 것으로부터 말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교(敎)이니,
마음은 선법(禪法)이요 말은 교법(敎法)이다.
즉, 법은 비록 한가지 맛이지만 견해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이나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이것이 선과 교가 두 갈래 길로 갈라진 이유이다.
……
마음은 평등하여 본래 범부와 성인의 차별이 없지만 사람에 따라 미혹[迷]과 깨달음[悟] 또는 범부[凡]와 성인[聖]이라는 구별이 있다.
스승의 깨우침에 의해 참된 자아[眞我]와 부처가 다르지 않음을 홀연하게 깨닫는 것이 돈(頓)이다.
이것이 자기를 굽히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니 “본래 하나의 그 무엇도 없다[本來無一物]”라고 한 말과 같다.
깨달음에 의하여 습기를 끊고 범부가 바뀌어 성인이 되는 것이 점(漸)이다.
이것이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니 “항상 부지런히 털고 닦는다[時時勤拂拭]”라는 말과 같다.
굽히는 것은 교(敎)를 배우는 자의 병통이고 내세우는 것은 선(禪)을 배우는 자의 병통이다.
구성과 내용
청허 휴정(淸虛休靜)이 선가의 본보기가 될 만한 글귀들을 모으고 그 각각에 대하여 평을 가하거나 송(頌)을 붙여 만든 책이다. 경전이나 역대 선사들의 어록 등에서 주제별로 선별한 말들을 구절마다 좀 더 자세히 해설하고 마지막에는 선사로서의 안목에 따라 한두 구절의 시구(詩句) 또는 착어(著語)의 형식으로 마무리한다.
『선가귀감』은 보기 좋은 문구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편자 휴정이 하나로 꿸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여과시킨 결과물로서 그 제목대로 우리나라 선맥(禪脈)에서 대대로 ‘귀감’이 되어 왔다. 사명 유정(泗溟惟政)과 보원(普願), 성정(性正) 등의 「발문(跋文)」에도 보이듯이, 이 책은 선(禪)과 교(敎)의 무리들이 제각각 지니고 있는 편견과 결함들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이를 극복하고 바른길을 제기하려는 목적에서 출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선교일치(禪敎一致)의 관점은 아니며, 선가의 관점에서 교가의 여러 설들을 화해시키려는 시도에 속한다.
여기서 선가란 선종으로 분류되는 종파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무엇보다 조사선과 간화선이라는 특수한 수행법을 종지로 삼는 일단의 그룹을 말한다. 휴정은 이 선법이 다른 어떤 수행법보다 학인들이 따라야 할 본보기가 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선가의 주옥 같은 구절들을 간화선에서 제기하는 화두 참구의 관점에서 간명하게 나타내고, 무수한 수행의 과제를 돌파하는 망치와 집게가 되도록 후세에 남겼던 것이다. 성정의 「발문」에서 “귀감이란 선과 교에서 날마다 활용하는 요체가 되는 문[龜鑑者, 乃禪敎日用之要門也.]”이라고 했듯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에 귀감이 되는 글들을 서산의 관점에 따라 정리한 책이 『선가귀감』이다. 서산이 항상 지니고 있었던 선 수행과 사상에 관한 평소의 생각은 여러 단편에 들어 있지만 이 책의 편집을 통하여 그것들이 하나로 종합되어 꽃을 피웠던 것이다.
불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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