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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집-지리산백련대기

지리산 백련대기(智異山白蓮臺記)는 『동계집(東溪集)』에 수록된 화엄사 관련 산문이다. 산문은 화엄사의 지리적 위치, 창건 시기, 임진왜란 이후 벽암 각성의 중창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였다. 고려시대 도선(道詵) 국사가 화엄사를 창건하였다고 파악한 점이 특징적이다. 『동계집(東溪集)』은 동계 경일(東溪敬一, 1636~1695) 스님의 문집이다. 그는 속성이 정씨(鄭氏)이고, 지리산의 신해(信海) 스님께 의탁한 뒤 유점사에 있던 벽암(碧巖) 스님께 가르침을 받았다. 『동계집』은 4권 1책이고, 시(詩)와 서(序)·기(記)·비명(碑銘) 등의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記) 중에는 17세기 사찰 설화와 관련된 부분이 적지 않다.
원문
智異山白蓮臺記 愚按地誌曰。東海有三神山。爲六鰲之所戴方丈卽其一也。山下有十三州鳳城。亦一數也。城之北十里之谷。有大伽藍曰華嚴。乃高麗國師道詵之所剏也。而寺爲丁壬之變。盡燒之。自八九紀來。無人復之。崇禎甲戌。有國一禪師。自康州之雙溪來。見遺址而慨然曰。此非麗之詵公講華嚴道場耶。非徒惜詵功。豈不念華嚴敎哉。卽率徒拾其石字華嚴爍碎之餘。結閣以藏之。掃其廢址。繼詵功千載已滅之後。遂重剏其基。於是遠近響應。如赴約束。居無何寺大成國一大師吿門人曰。爾等咸勤道力僅復金田福諦。已足慧力。且勉之。有長老眉公。逡巡而進曰。弟子留心斯道者久矣。願垂指歸。大師曰。今玆季運五濁爭流。攝伏魔寃。超登佛地。莫若修淨土業。端居燕處。調攝身心。遠想樂邦。斯道可成也。長老欣然而退。深念無常。面壁杜門。用習止觀。坐閱多少蟾蜍。在戊戌春。擬卜頤養之所。乃策杖蠒足。踰崖越澗。登寺之艮岑。徘徊嵌巚。睢盱岡蠻。有峯從甲而起。如鶴之翔。如虬之舞。迤逶西來。止以爲臺。陡聳而平正。就上銓之。得亥坐巳向之基。從其辦方。則般若爲祖。白雲爲孫。潺江鰲岳。回抱衿帶。於丙丁。鍾石拊其背。沃野當其面。靑蓮在上。極樂居下。白蓮居中。三臺扶翊。完成一淨土之界也。於是長老頭點曰。北天之所以待我與之者也。帥同志軰。鏟嶇嶁斷嶬險。負土補砌。甃石開井。鳩材募粟。構三間蘭若。怳然成。儼然飾。以金碧井井之色。焃焃之光。縹緲照暎於翠壁白雲之上。望之若閬風仙闕也。越三年庚子夏。余栖禪于𡋛右。草菴長老扣余門。請數行文。以不敢辭。長老搭余從容而恳曰。吾受國一禪師之諭。而願果遂。今欲受子文而言吾志耳。余於是歛容而吿曰。然則長老之信可尙。而志可嘉矣。然有所利者三。而所裨者亦三。則不可不言也。其守先覺之箴。終身銘膺。使後來者。有所爾之徇道之利一也。且詣閑處。燕結端居。行住坐臥有所適意行道之利二也。能令聞者發信。見者隨喜。貪夫悔悋。懦夫興義。暴夫從仁。均歸福善之域。其濟衆之利三也。而至居于嵽𡾒之上。游舍風塵之表軒窓四闢。則千峰異態。萬壑殊狀。綠水分流。白雲輕起。朝霞繞檻。夕照斜窓。花暎西林。雨歸南岳。月滿禪庭。雪擁茶竈。朝暮之狀。四時之景。遆來爲色。攅眩於目。返照以觀。惟幻焉。跏趺靜室。入定宵旰。風交萬籟。水激千途。鍾鳴月壑。磬透雲開。五夜仙漏。一聲啼䳌。至於午梵。宵鶴群音。咻聒於聽。反照以聞。則惟一寂焉。且夫於香於味於觸於知。惟一靜焉。夫如是。則止能生觀。觀能生幻。幻能生寂。寂能生靜靜然後定。定後慧。定慧成就。止觀具足。則以此一庵。爲圓覺伽藍矣。又何患乎未幾佛之道之成之哉。反是則古有捐玉消金之說。鳥窠枯木之談。何其不同耶。必有辨之者矣。遂書爲記。 ※출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불교학술원
번역문
지리산 백련대기(智異山白蓮臺記) 내가 지리지를 보니 동해의 삼신산을 여섯 마리의 자라가 떠받치고 있는데, 방장산이 그 하나라고 하였다. 산 아래에 13개 주가 있는데 봉성(鳳城)도 그중의 하나이다. 성에서 북쪽으로 10리 되는 계곡에 있는 큰 절을 화엄사(華嚴寺)라 하는데, 고려 시대 도선(道詵) 국사가 창건하였다. 절이 임진·정유 변란에 모두 불타 버린 뒤 100여 년이 흘렀으나 그것을 복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숭정 연간 갑술년(1634)에 국일(國一) 선사가 강주(康州)의 쌍계사(雙溪寺)에서 와서 절터를 보고 애석하게 탄식하면서 “이곳은 고려 시대 도선공이 『화엄경(華嚴經)』을 강론하던 도량이 아니던가. 도선 대사의 공을 애석해하는 것은 물론 어찌 화엄의 가르침을 생각하지 않으리오.”라고 하였다. 이에 문도들을 이끌고 『화엄경』이 새겨진 돌 조각들의 나머지를 모으고 전각을 지어 보관하였으며, 허물어진 터를 청소하여 천 년이 지나 없어진 도선의 공로를 이어서 마침내 그 터에 중창을 하니 원근에서 호응하여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얼마 뒤 절이 크게 이루어지자 국일 대사가 문인들에게 말하길 “그대들이 모두 부지런히 힘써 겨우 절의 뼈대가 회복되었고 지혜를 닦는 힘이 갖추어졌으니 더욱 힘써라.”라고 하였다. 장로인 미공(眉公)이 머뭇거리다 나아가 아뢰기를 “제자는 불도에 뜻을 둔 지 오래되었습니다. 원하건대 나아갈 바를 일러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대사가 “지금은 말세의 운수로 오탁이 다투어 흐르는데 마구니를 복종시켜 부처의 경지에 오르려면 정토업을 닦는 것만 한 것이 없으니 편안한 곳에 고요히 앉아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멀리 서방정토를 생각하면 이 도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장로가 기뻐하며 물러나 깊이 무상함을 생각하면서 면벽하여 문을 닫고 마음을 고요히 하여 진리를 살피는 데 힘써 좌선하면서 다소간의 진전을 보았다. 무술년(1658) 봄에 장로는 마음을 가다듬어 고요히 수행할 장소를 정하려 지팡이에 의지하여 발이 부르트도록 벼랑을 넘고 계곡을 건너 절의 북동쪽 산봉우리까지 올랐다. 골짝과 봉우리를 오르내리고 언덕과 산을 우러러보니 봉우리가 따라서 일어나는 것이 학이 나는 듯 용이 춤추는 듯하였으며, 서쪽으로부터 굽이져 이어져 와서 멈추어 대(臺)가 되었다. 대는 가파르게 솟았지만 평평한 터가 되었는데 올라가 살펴보니 해좌사향(亥坐巳向)의 자리였다. 방향에 따라 판별하면 반야봉은 할아버지 산이요, 백운봉은 손자 산이며, 동남쪽으로 잔강(潺江)과 오악(鰲岳)이 옷깃과 띠처럼 감싸 안고 있었다. 종석은 그 뒤를 어루만지고 비옥한 들이 그 앞에 있으며, 청련대는 위에 있고 극락대는 아래에 있으며, 백련대는 그 가운데에 있어 삼대(三臺)가 서로 도와 하나의 극락정토를 이루었다. 이에 장로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하길 “북천이 나를 기다린 까닭이 이곳을 주기 위해서였구나.”라고 하였다. 동지들을 이끌고 가파르고 높은 곳을 깎고 험하고 위태로운 곳을 끊고, 흙을 져다가 계단을 쌓고 벽돌을 쌓아 우물을 만들고 재목과 곡식을 모아 세 칸의 절을 지어 아름답게 이루고 장엄하게 꾸몄다. 금빛과 푸른빛이 나는 우물의 색은 찬란하게 빛나 구름 위에 솟은 푸른 절벽에 아득하게 비치어 바라보니 곤륜산의 신선 궁궐과 같았다. 3년이 지나 경자년 여름에 나는 대의 오른쪽 선방에 머물었는데, 초암(草菴) 장로가 나를 찾아와 몇 줄의 글을 청했는데 감히 사양할 수 없었다. 장로가 내게 다가와 조용하고 간절하게 “내가 국일 선사의 깨우침을 받들어 과업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데 이제 당신의 글과 말을 받아 내 뜻을 나타내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에 공손한 낯으로 말하길 “그런즉 장로의 신의는 숭상할 만하고 그 뜻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이익이 되는 것이 세 가지가 있으며 도움이 되는 것 역시 세 가지가 있으니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깨달은 사람의 깨우침을 종신토록 가슴에 새겨 후세 사람들에게 그대의 구도를 따르게 하는 것이 이로움의 첫 번째요, 또한 조용한 곳에 나아가 편안하고 고요하게 거처하며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움의 뜻에 따라 도를 행하는 것이 이로움의 두 번째요, 듣는 이로 하여금 믿음을 일으키게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같이 기뻐하게 하고 욕심 많은 이로 하여금 인색함을 후회하게 하고 겁이 많은 이로 하여금 의리를 불러일으키고 난폭한 이로 하여금 인을 좇게 하여, 고루 복되고 선한 곳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이로움의 세 번째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어 높은 산 위에 거처하며 풍진 세상의 사방 툭 터진 누대에서 즐기니 숱한 봉우리들 다 다르고 먼 골짝이 제각각이요, 녹수는 갈라져 흐르고 흰 구름은 가볍게 일어나고 아침의 놀은 난간을 감싸고 석양빛은 창문에 비친다. 꽃들은 서림에 비치고 비는 남악에 내리고 달은 선방 뜰에 가득하고 눈은 차 달이는 부뚜막을 에워쌌다. 아침저녁의 모습과 사철의 풍경은 번갈아 색깔을 지어내 눈을 어지럽게 사로잡으니, 반조(返照)하여 살피면 환몽과 같을 뿐이다. 선방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밤낮으로 선정에 들면, 바람이 부딪치며 내는 갖가지 소리, 수많은 갈래로 흐르는 물소리 종소리는 달빛 어린 골짜기로 울리고, 경쇠 소리는 구름을 뚫고 울리고, 물시계 소리 오경을 알리고, 두견이 정오 독경까지 울고, 하늘에는 학들이 무리지어 내는 울음소리 시끄럽게 들리지만 반조하여 들으니 단지 정적일 뿐이다. 거기에 더해 향을 맡고 맛을 보고 만져 보고 분별하더라도 하나의 고요함뿐이다. 이렇게 한다면 지(止)에서 관(觀)이 생기고 관(觀)에서 환(幻)이 생기고 환(幻)에서 적(寂)이 생기고 적(寂)에서 정(定)이 생기니, 정(定)하게 된 연후에 혜(慧)가 발하니 정(定)과 혜(慧)가 성취되고 지관(止觀)이 갖추어져 이 한 암자가 원각(圓覺)을 이루는 절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도를 이룰 것인데 무엇을 걱정하는가. 이에 반하여 옛날에는 옥을 버리고 금을 녹이는 이야기가 있는데, 조과(鳥窠) 선사의 고목 이야기와 무엇이 다르겠나. 반드시 밝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에 써서 기문으로 삼는다. ※출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불교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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