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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스님이 보내 온 편지

경운 원기(擎雲元奇, 1852~1936) 스님이 1930년 음력 8월 9일에 화엄사의 진응 혜찬(震應慧燦, 1873~1942) 스님께 보낸 편지이다. 편지에는 먼저 계절인사를 적고, 이어서 진응 화상에 대한 찬탄을 기술하였다. 그 내용은 진응 화상은 덕이 넘치며 법을 섭렵하였으므로 스승으로 모실 법하다는 것, 박한영(朴漢永, 1870~1948) 스님과 연대하여 불교계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능엄경(楞嚴經)』의 조목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이 적혀있다. 말미에는 안부인사와 앞으로의 왕래를 바라는 마음을 적었다. 진진응 스님은 1928년에서 1932년까지 화엄사의 주지를 역임하였다. 이 편지는 영축총림통도사 극락선원에서 편찬하고 석명정 스님이 역주한 『삼소굴 소식』에 수록되어 있으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관내 원문보기가 가능하다. 또다른 번역문은 개인 홈페이지 ‘인연지기와 함께하는 불교이야기’에 수록되어 있다.
번역문
부처님이 오시자 온 산의 원숭이와 학들이 모두 기뻐하니 그 마음에 숨어 있던 번뇌가 얼음 녹듯이 다 풀어졌습니다. 어진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산천초목들도 모두 광채가 난다는 말이 사람을 속이지 않은 말임을 알겠습니다. 스님의 모습을 대하니 덕의 기운이 순수하게 넘쳐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공경하게 하고 복종하게 합니다. 이십 년 전보다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서로 이야기하는 말소리가 내 안의 큰 종이 되어 울리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법을 모두 섭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 금강연화상의 부처님이 대승비구로 응신하심이 아닌가 생각하여 마음으로 꺾이고 탄식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스님의 박식함이 너무도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노승들로서는 스님을 스승으로나 모실까 벗으로 사귀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찍이 영산회상의 유촉을 받지 않았던들 어찌 절이 기울어지고 있을 때에 부처님 해명이 몇 번이나 끊어질 듯할 때마다 능히 이을 수 있었겠습니까. 서울에 사시는 박한영 스님과 더불어 폐와 간을 서로 비추며 한 마음으로 죽을 힘을 다하여 이 종교를 바로잡아서 마군(魔軍)에게 포섭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제가 원하는 것은 모름지기 스스로를 사랑하시고 중히 여기시어 병 없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무시는 것입니다. 만약 하루아침에 병이 들어 도심(道心)이 업력(業力)을 이기지 못하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항상 법이 뒤집히고 어지러워지면 다시 제대로 바로 세우는 일을 필생의 의무로 삼으셔서 세속에 섭렵되어 포대화상 같은 역행보살이 되거나 진실을 외면하는 일을 행하셔서는 안되겠습니다. 스님의 말씀에도 많이 오르내렸을 『능엄경』에 몸을 닦는 대목에서와 같이 어리석은 것들을 끌어안고 궁리한다면 눈 안이 감로가루와 같아서 억겁이 흐르더라도 뒤집힌 생각들은 모두 제자리에 놓일 것입니다. 그렇듯이 모든 일은 행하기 전에 깊이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도리라고 생각됩니다. 속세에서 얻은 것은 불필요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그 속에는 많은 진실이 숨이 있습니다. 또한 눈을 감고 가만 생각해 보면 큰 바다는 온갖 강물을 다 받아들이듯이 스님의 법그릇은 큰바다보다도 더 커서 하고자 하는 일이 불가능이 없고 하는 일들이 모두 참되어 큰 바다를 능히 능가합니다. 위 이야기들은 제가 스님의 본성에 공연히 마디와 목차를 정한 것뿐이지 저의 이러한 졸필로 감히 옳고 그름을 분간한 것은 아니니 크게 한 번 웃어버리십시오. 이 몸이 조만간에 껍질을 벗어버릴 날이 올 것인즉 부음이 들리거든 곧 오셔서 열 소경에 한 막대처럼 이 외로운 고혼을 쓰다듬어서 문득 서방정토로 돌아가는 바른길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남은 말은 뒤로 미루고 종종 서로 알리기를 바라마지 않겠습니다. ※출처: ‘인연지기와 함께하는 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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