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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계’는 이 세상에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는 일

“오늘 수계 공덕으로 세계는 평화롭고, 중생은 행복하며, 진실하고 맑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계를 받고 지켜야 하는 이유를 이보다 더 쉬우면서도 간절하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성우 스님이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대한불교청년회가 주최한 ‘2015 계율산림법회 및 수계식’(2015.7.25.)에서 5계를 설하면서 한 말이다. 이날 성우 스님을 계사로 200여 명의 불자들이 오계를 수지했다. “우리 스님께서는 전국 어디든 수계산림에서 부르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십니다.” 성우 스님의 상좌 허주 스님(파계사 주지)의 증언이다. 그랬다. 1981년 조계종 단일계단의 시작부터 2015년 조계종 전계대화상(2015~2021)까지 현대 한국불교의 수계산림 현장에는 성우 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승단뿐 아니라 재가 불자들의 수계에도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재가 불자들에게 수계란 어떤 의미일까. “재가 불자들에게 수계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자기중심이란 곧 불성이고 그것을 밝히는 길이 바로 부처님의 계율입니다.” 성우 스님은 재가 불자의 수계를 당연하고도 필수적이라 여긴다. 나아가 재가자들도 계율을 공부하여 왜 계율이 불교의 생명인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범망경 보살심지계품 강의 초안』(1997, 토방)을 출판했다. 행원문화재단에서는 스님의 이런 뜻을 2002년 제11회 행원문화상 역경상으로 상찬했다. 성우 스님이 강의안 형식으로 출판한 『범망경 보살심지계품』은 본래 이름이 『범망경노사나불소설심지법문석가모니불소설십무진장계품』이다. 대승보살이 마음자리를 밝히기 위해 지켜야 할 계를 노사나불이 설하신 경이라는 뜻이다.
범망경 보살심지계품 강의초안
『범망경 보살심지계품』에서 말하는 심지계란, 심지(心地) 즉 마음자리—마음의 본 바탕—에 있는 자성계이다. 『범망경 보살심지계품』 서분(序分)에 “이 법계(法戒)를 삼세의 일체중생이 머리에 받쳐 이고 받들어 행할지니라. 내가 이제 대중을 위해 10무진장계품을 거듭 말하리니 이것은 일체중생의 계이며 본래 청청한 자성이니라.” 하고 밝혀져 있다. 인간의 본래 심성을 무한 긍정하는 입장에서 설해진 계경인 것이다. 성우 스님이 『범망경 보살심지계품 강의 초안』을 출판한 이유는 범망경 보살계의 계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45 경계(輕戒)는 ‘언제든 중생을 교화하라.’는 것이다. “너희 불자들은 언제든 대자비심을 일으킬지니, 도시나 시골의 마을에서 중생을 보게 되면 마땅히 큰 소리로 ‘너희들은 삼보에 귀의하여 십계를 받아야만 한다.’고 해야 한다. (…) 보살로서 중생을 교화할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이는 경구죄(輕垢罪)를 범한 것이다.” 했다. 스님은 『범망경』의 가르침대로 행했다. 『범망경』의 계목을 보면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라’는, 대승 보살도의 실천이 강조돼 있다. ‘범망경 보살계’는 출가자·재가자 구별 없이 받아 지니는 계다. ‘신도로서 스님을 별청(別請)하지 말라’(제28 경계)처럼 재가자에 국한된 계도 있지만, 대부분은 출·재가를 막론하고 적용된다. 불자라면 마땅히 보살이어야 하고, 보살로서 행해야 할 실천 규범이 ‘범망경 보살계’인 것이다. 근현대기 한국불교 보살계 수계산림은 1901년 범어사에서 성월 스님이 금강계단을 개설하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우 스님은 수많은 보살계 수계산림에서 전계사로서 계단에 섰다. 조계종 전계대화상 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보살계 수계라면 마다하는 법이 없다. 젊은 시절, 석주 스님이 당신이 창건한 아산 보문사로 성우 스님을 전계사로 불러 보살계 수계를 했을 때, 석주 노스님의 하심을 보며 전율과 같은 감동을 느꼈을 때의 그 마음 그대로다. 스님에게 보살계 수계산림은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보살계는 앉아서 받고, 서서 깨뜨려도 공덕이 된다.’고 한다. 어떤 불자도 이 말을 ‘보살계는 쉽게 받고 쉽게 깨뜨려도 좋다’는 식으로 속악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연명 연수(永明延壽, 904~975) 스님은 「보살계 받는 법 서문(受菩薩戒法序)」에서 “보살계는 받는 법은 있지만 버리는 법은 없어서, 범하더라도 미래세가 다하도록 그 계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했다. 더 나아가 “받고서 범하는 이를 보살이라 이름하거니와, 받지 않아서 범할 것이 없는 이보다 뛰어나다. 범할 것이 있으면 보살이라 하고, 범할 것이 없으면 외도라 한다.” 했다. 이 대담한 역설은 ‘대승’의 수승함에 대한 찬탄이다. 대승계라는 반야의 종자가 언젠가 죄가 다하면 부처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성우 스님과 BTN은, 첫걸음 뗀 아이의 손을 이끌어 주는 봄 햇살처럼 아이들에게도 불연을 맺어 주었다. 2014년 5월 5일 어린이날. 무상사 법당엔 천진불로 가득했다. 이날 성우 스님은 80여 명의 아이들에게 “여러분은 진실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맑고 깨끗한 부처님의 계를 받습니다. 부처님의 계는 스스로 맹세하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며 삼귀의계를 주었다. 수계는 미래의 부처님을 만나는 일이다. 성우 스님과 BTN은 ‘가족수계법회’라는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가족 만들기와 불교 생활화의 새로운 방편을 제시했다. “우리 불교TV에서 처음으로 가족수계법회를 열어 봤어요. 한 가족이 모두 불자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불자 가정을 이루면 가족도 화목해지고 신심도 더 깊어지지 않겠어요?” ‘BTN 가족수계법회—우리는 불자가족입니다’는 찾아가는 수계법회다. 2015년 삼각산 진관사를 시작으로 매월 1회 정기적으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최근 2023년 12월 36회 인천 소래사에서 봉행했다. 성우 스님은 조계종 전계대화상으로서 전계사 역할을 하는 한편 무상사 회주이자 BTN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편을 써서 불자들이 계를 받도록 했다. 수계는 불자로서 입문이기도 하지만 관습적으로 초파일에나 절에 오는 불자들이 신심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부처님은 승단이 60명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전도선언’이었다. 1962년 통합 조계종이 출범했을 때도 ‘포교, 역경, 도제양성’이 3대 지표였다. 조계종에서는 1977년 포교 전담 기구로 ‘포교원’을 개원했다. 하지만 총무원에 종속된 위치였고 1994년 종단 개혁과 함께 독립 기구로 격상했다. 포교는 불국토 만들기의 1차적 과제다. 수계는 포교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성우 스님에게 수계는 이 세상에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는 일이었다.
어린이에게 수계하는 무봉 성우 대종사
· 집필자 : 윤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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