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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모신 법당-불교TV와 함께한 23년

성우 스님은 2000년 6월부터 현재까지 불교TV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스님으로선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자리다. 스님을 그곳으로 이끈 건 ‘태교’였다. 스님은 파계사 주지 소임을 살면서도 ‘태교’ 강의만큼은 놓지 않았다. 불교TV도 스님이 태교 강의를 하는 매체였다. “하루는 불교TV에서 태교 강의를 마쳤는데 담당 PD가 ‘스님, 이제 더는 태교 강의를 못 찍게 됐습니다.’ 하는 거예요. 까닭을 물었더니 방송국 문을 닫게 생겼다고 해요. 더 이상 방송국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던 거예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죠. 무거운 마음으로 파계사로 돌아왔지요. 그런데 어느 날 아는 분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자기가 가진 땅이 있는데 팔아서 불교TV에 보시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불교TV에 연락을 하고, 당시는 사장도 없었기 때문에 부사장과 함께 땅을 보시하겠다는 사람이 사는 인천으로 갔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문득 안양 한마음선원이 떠오르는 거예요. 부사장과 함께 무작정 찾아갔어요.” 한마음선원은 비구니 대행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당시 『현대불교』라는 포교 전문지를 운영하는 등 포교와 신행에서 기운차게 비상하는 중이었다. 당시 주지는 대행 스님의 상좌인 혜원 스님이었는데, 성우 스님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한마음선원
“탁발을 하러 간 거죠. 처음 보는 비구니에게 부탁하는 일이 비구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다 내려놓고 갔죠. 탁발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도와 달라고 할 수는 없고 해서, 왜 불교TV가 존재해야 하는지 10분 정도 설명을 했어요. 그러자 흔쾌히 5억을 보시한다는 거예요. 처음엔 귀를 의심했어요. 5억을 쾌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혜원 스님의 5억 보시는 대행(1927-2012) 스님의 영향이었다. 대행 스님은 대단히 선이 굵었다. 대행 스님을 오래 시봉한 혜원 스님은 무언가 도움을 줄 때는 실질적인 힘이 돼야 한다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다. 한마음선원의 보시는 불교TV의 회생에 큰 힘이 됐다. 5억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부채 규모가 컸지만, ‘진심으로 자구책을 찾으면 길이 열리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게 한 것이다. 당시 불교TV의 부채는 136억이었다. 성우 스님은 불교TV가 문을 닫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심정에서 탁발에 나섰다가 점점 깊이 관여하게 됐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임원들은 스님만 쳐다보며 매달렸고, 스님은 길바닥에 나 앉게 될 처지의 직원들이 눈에 밟혔다. 무엇보다 세상에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공양구로서 TV라는 매체가 사라지는 것은 불교계 전체의 손실이었다. 스님네들이 큰 불사를 할 때 내세우는 대원칙이 있다. ‘원력(願力)’으로 한다는 것이다. “오직 원력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앞만 보고 가는 거지요. 불법문중(佛法門中) 불사일법(不捨一法)이라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 마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전국 사찰을 돌며 법회를 열고 원불(願佛) 모시기 불사를 시작했어요. 그것이 통했어요.” 스님은 전국 사찰의 스님들에게 불교TV를 살리는 일은 ‘집집마다 법당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득했다. 해인사, 통도사 같은 대찰에서 법회를 해도 2,000-3,000명인데 불교TV에서 스님들이 방송을 하면 최소한 100만 명은 본다는 논리였다. 스님은 3년 만에 불교TV를 정상화시켰다. 136억이라는 부채 청산을 넘어 새 사옥까지 지었다. 혹자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보일 소지도 있다. 만약 기적이라면 그 기적을 낳은 건 ‘지극한 평범’이었다. 율사 정신에 입각한 바른 믿음과 바른 실천이었다. 회생의 과정에서 폐업을 하고 재창업을 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탕감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스님은 단호히 반대했다. 인과를 무시하는 발상이고 불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경영도 모르고, 대차대조표도 볼 줄 모르고, 방송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스님은 부처님 법에 입각하는 것이 최고의 경영이고, 대차대조표를 읽는 것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고, 방송을 아는 것보다 방송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 불교TV를 살리는 길임을 입증해 보였다. 사실 스님은 경영자로서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율원이 없는 곳에서 율을 배움으로써 율원이 되게 했고, 당위만으로 중앙불교승가학원을 설립했고, 대만과 홍콩, 호주에서 해외 포교를 했고, 불교 태교를 창안했고, 불교 잡지사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의 성취와 고난과 좌절로 얻게 된 공력이 알게 모르게 불교TV를 정상화시켜 오늘에 이르게 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큰 힘은 성우 스님에 대한 전국 사찰의 스님들과 신도 대중의 신망이었다. 스님은 2013년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의원이 됐고, 2013년에 대종사 품계를 받았다. 2015-2021년까지는 조계종 전계대화상으로서 조계종 단일계단을 주재했다. 그리고 현재 불교TV 대표이사 회장과 불교TV 무상사 회주로서, 영원한 시인으로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스님의 삶은 언제나 ‘율(律)’로서 ‘율동’했다.
불교TV
· 집필자 : 윤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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