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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선원 미국 포교당 건립

대덕화 보살은 몇 년 후에 다시 대원 스님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법문도 듣고 긴히 상의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얼마 후 스님이 미국에 도착해 대덕화 보살과 만났을 때였다. “큰스님, 이곳 미국에서 스님의 가르침을 전해줄 포교당이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님께서 포교당을 지으면 어떠신가요?” 이때 스님이 답했다. “나는 지금 학림사에도 완벽한 선원을 갖추지 못했으니 이곳에 선원을 짓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선원을 지을 만한 자금 여력도 없습니다.” “그러시면 스님께서 미국에 선원을 지으실 때까지 저희 집 거실을 선원으로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그리하면 제가 많은 교포들을 초청해 선방에서 다 함께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도록 실천에 옮기겠습니다.” 결국 대덕화 보살은 스님에게 다짐한 대로 자기 집 거실에 부처님을 모시고 선방을 열었는데 그 이름을 ‘오등선원’이라 지었다. 오등선원 미국 포교당은 정식으로 당국에 등록을 마친 뒤 참선 수행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대덕화 보살의 지도 아래 많은 사람들에게 선을 가르치며 함께 수행하고 있다. 라스베가스 오등선원을 세우기 전에 라스베가스 대명선원에서 수행하던 시기에 하루는 대덕화 보살이 국제전화를 했다. “스님, 제가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대덕화 보살은 남편과의 갈등 문제를 털어놓았다. 보살의 남편은 천주교 신자였다. 일반적으로 부부 사이에 신앙하는 종교가 다르면 그게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종교를 이해하는 마음이 있으면 갈등은 쉽사리 해결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덕화 보살에게 있었다. 가정주부이자 아내의 의무를 못한 채 날마다 참선하느라 남편과 자녀들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보살은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선 호텔에 취직해 서비스업으로 직종을 바꿨다. 그런데 주말에는 집에 있는 게 아니라 대명선원으로 가서 사흘 동안 용맹정진을 한 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평일에도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할 틈이 없을 정도로 서로 바쁘게 지냈다. 퇴근하고 귀가한 뒤에도 저녁 식사를 마치고는 남편을 거실에 놓아둔 채 대덕화 보살 혼자 방으로 들어가 앉아 정진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런 생활이 날마다 반복되니까 어느 날 보살의 남편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가족이면 적어도 주말에는 함께 보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당신은 늘 대명선원으로 가 사흘이나 용맹정진을 하고 평일에도 혼자 정진하니 그런 상황이 참 서글프다. 우리가 계속 이대로 살아야 하나?” 사실 대덕화 보살도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지만 나름대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게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런 나머지 남편이 차라리 이혼을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원 스님께 상담 전화를 했던 것이다. “스님, 이제 남편이 날 보고 헤어지자고 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만 헤어지면 저는 속이 다 시원하겠습니다. 다 집어던지고 그만 선방에 가서 공부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때 스님이 되물었다. “보살님, 참 이상합니다. 보살님이 선방에 앉아 오랫동안 참선하고 공부했는데 결국 이혼을 한다면 헤어지기 위해 참선을 한 게 아닙니까? 그런 이야기가 소문이 나면 보살님한테 공부하러 올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텐데요?” 이런 반문을 듣고 대덕화 보살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화두가 끊어지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스님이 답했다. “보살님, 그게 아닙니다. 화두가 왜 끊어집니까? 화두는 끊어지는 게 없습니다.” “스님, 망상이 나면 화두가 끊어지고 깜빡 졸아도 화두가 끊어져 다시 화두를 들어야 하는데 왜 안 끊어진다고 하세요?” “보살님, 천리동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맑은 바람이 불어 한국에 오면 그것도 한국의 맑은 바람이요, 나라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그 바람 자체는 하나입니다. 그와 같이 보살님이 잠이 오면 잠이 오는 줄 알지요? 또 망상이 나면 망상이 나는 줄도 알죠?” 대덕화 보살이 “예.”하고 답하자, 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화두가 끊어지면 끊어진 줄 알듯 매 순간 분명히 알고 있는데 뭐가 끊어진단 말입니까?” 그때 대덕화 보살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잠시 후 큰 소리로 말했다. “아이구, 스님! 제가 착각을 했습니다. 화두를 뜬구름 잡듯 잘못 들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습니다.” 이에 스님이 물었다. “보살님께 그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해 준 남편과 아이들이 고맙지 않습니까? 이제는 보살님이 일을 하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든,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든, 뭘 하든 간에 화두는 항시 성성하게 깨어서 분명히 알고 그놈이 끊어지지 않고 있는데 그놈이 어째서 끊어졌단 말입니까. 천지를 가도 바람은 한 바람이듯이 그놈이 어찌 다르겠습니까?” “스님, 잘 알겠습니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갖겠습니다. 남편,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쇼핑하러 가자고 하면 쇼핑하러 가고, 야외에 가자면 야외에 가면서, 항상 깨어 있어서 끊어지지 않는 화두를 들겠습니다.” 이처럼 스님의 가르침으로 화두를 바로 알게 된 대덕화 보살은 지금도 라스베이거스 자기 집 거실에다 오등선원 미국 포교당을 열어놓고 열심히 포교를 하고 있다. 가끔은 태국 사찰을 잠시 빌려 도반들과 참선 수행을 하기도 한다.
학림사 오등선원 미주분원
· 집필자 : 이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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