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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얻었으면 중생을 제도해야

이 땅에 불교가 처음 전래되었을 때는 주로 왕실과 귀족 위주로 신행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렇다 보니 스님과 지배층만의 ‘불교 카르텔’이 형성되었다. 이른바 왕실불교, 귀족불교라는 선입견 때문에 불교와 사찰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었다. 더구나 그들 일반 대중은 스님들에게 법문을 듣거나 절에 다니고 싶어도 문자를 모르는 데다 불교 교리 자체가 어렵고 복잡한 까닭에 불교는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부처님은 카스트제도가 엄격했던 고대 인도 사회에서도 남녀와 신분의 평등을 일깨워 주셨다. 이런 가르침과 실천행이 훗날 일어난 ‘대승불교’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신라 때의 원효 대사는 귀족불교를 지양하는 대신 대승불교를 지향했던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는 학문적으로도 당시 세계 최고의 학승이었고 일반 평민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함으로써 불교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분이다. 원효 대사는 왕이나 귀족들과 결탁하지 않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불교를 널리 전파해 나갔다. 그는 누더기를 입고 저잣거리를 찾아다니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무애가(無碍歌)’를 불러 불교의 교리를 전했다. 그런데 문명이 개화하고 만인의 평등이 강조되는 오늘날의 불교는 어떤가. 대체로 이 땅의 불자들은 포교(布敎)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무관심한 것이 아예 전통처럼 굳어 있다. 심지어 불가에서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말이 떠돌았던 게 오래전부터였다. 이런 방법은 일반인들에게 스님과 불자들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겠지만 포교의 한 방법으로 놓고 보자면 매우 소극적이다. 그나마 근래에는 많은 스님이나 불자들이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불교 교리를 전하고 신행 상담을 통해 포교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게 다행이다. 그렇다면 평생 간화선 수행에 전념하였고 학림사를 ‘선 수행 사찰’로 특성화한 대원 스님의 경우엔 포교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포교를 하는지 궁금해진다. 스님은 이런 궁금증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한다. “나는 일찌감치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는 모든 중생을 제도해야겠다는 원력을 세웠고 그것을 실천해 왔습니다. 더 나아가 항상 불심을 행하는 것을 근본 사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답변은 대승의 보살들이 세우게 되는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한다.’는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정신과 잘 부합하고 있다. 스님이 말씀하신 불심을 행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불심을 행한다는 것은 대자비심, 대지혜, 대광명, 대행복, 대만족의 다섯 가지를 항상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실천에 옮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불교라는 것은 불심을 행하는 것이며, 불심을 행하는 사람은 만인과 더불어 대자비심과 대지혜, 대광명, 대행복, 대만족을 누리는 게 그들의 원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포교에 대한 원칙이며 철학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출산율이 매우 저조한 나머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모두 먹고살기에 바쁘니 아예 결혼마저 안 하겠다는 비혼족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설사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지경이고 보니 종교계에도 불교, 기독교, 천주교 가릴 것 없이 성직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불교계는 출가자와 신도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을 역임했던 대원 스님께 불자들과 출가 수행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과 향후 불교를 활성화시킬 방법이 있는지 여쭤보았다. “현재 불교는 시대의 변천과 흐름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방안을 세우지 못한 나머지 불자와 출가자들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스님들이 시대 흐름에 빨리 대처해서 좋은 방안을 세우고 희망적이며 큰 포교를 했더라면 불교가 흥행하고 발전이 됐을 것인데 아쉬운 일입니다.” 이 시대의 불교를 걱정하는 원로 스님의 우려와 자성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답변이다. 그렇다면 스님들이 시대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포교를 한다면 불교를 다시 중흥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스님은 “불교의 진리는 영원하기 때문에 포교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망하고 흥하는 것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실적인 변화와 흐름에 부응하고 재빨리 대처 방안을 세워서 모든 사람들에게 포교를 잘했더라면 보다 많은 중생이 부처님 말씀을 좀 더 배우고 실천해 행복하게 살게 되지 않았을까 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포교를 활성화한다면 불교가 영원히 정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스님들과 불자들이 그런 걸 바로 인식하고 바로 알게 되면 그야말로 불교는 이 땅에서 영원히 존재하고 정착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학림사 대적광전에서 2023년
· 집필자 : 이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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