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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세운 원력

대원 스님은 학림사 법당을 지은 뒤 어린이 포교부터 시작했다. 인근 관음암의 명범 비구니 스님을 비롯해 학림사 신도들과 대전 시내의 여대생들에게 어린이 법회 지도를 맡겼다. 그렇게 어린이를 위시한 포교 활동을 벌이던 중에 미국에서 법을 펼치고 있던 숭산(崇山, 1927-2004) 스님의 초청을 받게 되었다. 1998년 5월경, 대원 스님은 미국 시애틀로 건너가 선 센터에서 법문을 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한의사 집에 21일 동안 머물며 참선 지도와 점검을 했다. 라스베이거스 선 센터에 모인 사람은 500명 정도 되었는데 그들과 일일이 문답을 나누며 선 수행을 지도했다. 하루는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물었다. “스님,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대원 스님은 처음에 이 질문을 아주 쉽고 단순하게 여겼다. 그런데 막상 대한민국을 소개하려고 하자 말문이 막혔다.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라고 설명해줘야 하나?’라고 한참 고민하다가 답했다. “대한민국은 아주 높고 큰 나라입니다.” “무엇이 높고 크다는 겁니까?” “대한민국은 오천 년의 유구한 정신문화를 가진 나라입니다. 그 정신문화의 근본 뿌리는 인본 중심 사상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우주만유(宇宙萬有) 중 가장 존귀한 것은 ‘사람’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삽니다.” “‘사람’을 우주만유 가운데 가장 존귀한 가치로 여기는 까닭이 뭐죠?” “일체 만유는 모두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성은 부처님 마음이며 대진리, 대광명, 대자비, 대지혜, 대만족, 대행복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니 그 이상 귀중한 보물은 없습니다. 미국인들은 그런 걸 알았습니까?” “아닙니다. 우린 그런 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대한민국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말한 겁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크다는 것은 우리가 반만년 동안 충과 효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는 기독교 문화를 바탕에 두었기에 인간을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믿지요. 그 결과 인간을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죄인으로 여기고 있을 뿐이지요.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다는 걸 모릅니다.” “나는 하버드대 교수이며 역사학자로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압니다. 대다수 학자나 한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물으면 대답을 잘못하는데 스님께서는 아주 분명하게 잘 말씀하셨군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스님 말씀대로 대한민국 국민다운 존재 가치를 분명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참선 수행을 하는 분이 얼마나 되지요?”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참선을 합니다.” “스님, 내가 서울대학교에 교환교수로 자주 가는데 서울대학교 학생들 중 참선을 한다는 학생은 한 명도 없고 일반인들을 봐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참선을 한다고 하십니까?” “본래 한국 사람들은 자랑을 안 해서 그렇지 속으로는 다 참선을 합니다.” “6‧25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먹을 게 없어 풀뿌리를 캐 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 왔고 미국은 박애사상과 인도주의에 따라 그들을 받아주었습니다. 그 시기에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들은 박물관이나 공공기업체에서 청소하고 커피 끓이고 접시 닦아가며 살았지요. 그보다 못한 사람들은 빈민촌으로 가 동네를 청소하거나 화장실 청소를 했고 사탕수수밭 농장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일하다 맞아서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한국인들이 참선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니, 이상하군요. 선 수행을 하면 어리석은 마음이 없어지고 지혜가 나서 저마다 의식 수준이 높아져 단합과 화합이 잘 됩니다. 그런데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들은 가장 화합이 안 되고 서로 이간질하며 심한 갈등을 겪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이렇게 미국인 교수가 묻자, 대원 스님은 대꾸할 말이 궁색해졌다. 두 사람은 화제를 돌려 한국인과 일본인의 전통의식과 종교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인 교수가 말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미국 학자들이 한 달 동안 회의를 했습니다. 패전국 일본을 마음대로 지배할 방법을 찾기 위한 회의였습니다. 그 결과 일본인의 정신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일본 곳곳에 교회와 성당을 짓고 밀가루, 옷, 사탕, 우유 등의 물자를 지원했습니다. 그때 일본인들은 그런 걸 받기 위해 교회와 성당에 찾아왔지만 정작 일요일이 되면 한 사람도 안 나왔습니다. 그게 이상해서 신부와 목사 등이 가가호호 다니며 조사를 했습니다. 왜 성당이나 교회에 나오질 않느냐고 묻자 그들은, 우리가 비록 패전국 국민이지만 천 년 이상 이어온 정신문화까지 당신들에게 줄 수는 없으니 당장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문전박대를 당한 미국인들은 결국 일본인의 정신문화를 지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한국인은 어떤 줄 아십니까?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인은 한국에도 방방곡곡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러고는 교회 나오면 밀가루, 우윳가루를 준다고 하자 열심히 찾아왔습니다. 그 뒤엔 조상들에게 제사 지내지 말라고 하니까 순순히 따라주었습니다. 그 결과 몇십 년도 지나지 않아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은 기독교 정신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반만년 역사의 정신문화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속으로 참선을 하고 불성을 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대원 스님은 숙소로 돌아가 밤새도록 혼자 울었다. 한국인이 반만년 역사와 문화를 다 버렸으니 불성을 어찌 알겠는가 싶었다. 한국의 스님들과 일반 불자들이 얼마나 수수방관하고 방임하고 살았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 정신문화가 이렇게 무너졌는가, 우리 국민들이 전통문화와 정신을 잃고 서양문화에 휩쓸려 살아서야 되겠는가 싶어 밤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날 밤 대원 스님은 큰 원력을 세웠다. 학림사에 시민선원을 짓기로 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학림사 포교당
· 집필자 : 이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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