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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해 스님의 가르침과 두 번째 깨달음

대원 스님은 남장사에서 혼해 스님을 뵙기 전에 이미 『금강경』을 익힌 바 있으나 혼해 스님이 다시 배우라고 하여 그 말씀대로 했다. 혼해 스님은 경전을 가르칠 때 그 경전에 담긴 의미와 의지를 바로 보고 알아야 함을 늘 강조했다. “부처님이나 조사 스님의 의지를 바로 보고 알지 못하면 수박 겉핥기를 하는 것처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경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너는 장부로 태어나 부처님 경전을 다 보았으니, 세상에서 가장 복 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혼해 스님이 대원 스님에게 물었다. “종성(鐘聲)에 ‘청산은 첩첩해서 아미타불의 굴이고, 푸른 바다는 망망해서 적멸궁이라. 모든 물건을 오고 감에 걸림이 없는데, 소나무 정자의 학 머리 붉은 것을 몇 번이나 봤던고.’라고 했는데 너는 학 머리 붉은 것을 보았느냐?” “학 머리가 붉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학 머리 붉다고 묻는 그 의지가 무엇인지 바로 보고 알아야지 그걸 모르면 네가 팔만대장경을 다 읽었더라도 살아야 할 가치가 전혀 없는 거야. 부처님 시줏밥을 먹을 자격이 없단 말이다. 참으로 이것을 알고 공부를 하는 자만이 시주 받을 자격이 있는데 넌 그걸 모르고 있으니 여태 헛살았고 헛밥을 먹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이런 꾸지람을 받고 아무 대꾸도 못 한 채 방으로 돌아갔다. 밤이 깊어졌어도 혼해 스님의 말씀이 자꾸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튿날 강의 시간에 혼해 스님이 백장야호(百丈野狐) 화두에 대해 질문했다. 대원 스님이 답을 했지만, 혼해 스님은 그 정도 답변으로는 밥값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다시 꾸짖었다. 그때 분심(憤心)이 일어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저녁부터 책을 펼쳐놓고 혼해 스님의 질문을 골똘히 생각해 보았는데 어느새 새벽이 되어 문밖에서 도량석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한가지 생각에 골몰하다 보니 순식간에 한밤이 지나 새벽이 된 것이었다. 그때 촛불을 밝힌 양재기가 넘어지면서 촛물이 손등에 떨어졌다. 순간 눈에 들어온 양초 불빛은 하나의 광명이 되어 방안을 꽉 채웠다. 그와 함께 마음에 막혔던 것이 열리며 환희심을 일으켰다. 대원 스님은 곧바로 그때의 느낌을 게송으로 옮겼다. 夜中暗室蜜觸膠 어둔 방 가운데 흐르는 촛물이 손에 닿으니 上光下光一圓照 그 광명이 둥글게 하나로 비추네. 곧바로 혼해 스님에게 달려가 그 일을 말씀드렸다. 혼해 스님이 대꾸했다. “넌 학문은 안 하고 참선 공부만 한 것이냐? 더욱 열심히 정진하도록 해.” 그 뒤 사흘 내내 백장야호 화두에 몰두하느라 시간의 흐름을 모를 정도였다. 그러던 중 혼해 스님이 “사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지.”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는 섬광이 번쩍하는 것을 느끼며 홀연히 깨달았다. 대원 스님의 두 번째 깨달음이었다. 대원 스님이 혼자 손뼉을 치며 크게 웃자, 그 모습을 본 혼해 스님이 물었다. “네가 무엇을 깨달았느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불락인과(不落因果)]라 해도 여우 몸에 떨어지지 않으며, 인과에 어둡지 않다[불매인과(不昧因果)]라 해도 여우 몸에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네가 그 문제를 풀었구나.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서 아는 바를 한마디 해봐라.” 이에 곧바로 두 번째 오도송을 지어 스승께 바쳤으며 그것으로 혼해 스님으로부터 인가와 함께 태허(太虛)라는 법호도 받았다.
남장사
· 집필자 : 이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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